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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Bird Jul 17. 2021

글 쓰고 싶은 사람

하와이 사는 이야기

하와이 공공도서관


컴퓨터 글 정리


어쩌다 책장이나 소파를 옮기다 보면 바닥에 떨어져 있는 휴지조각이나 동전, 잊고 있었던 엉뚱한 물건들이 나올 때가 있다. 마치 그런 휴지조각처럼 컴퓨터를 정리하다 컴퓨터 내장 속 어느 구석에서 나온 글이다. 하와이에 산지 '벌써 6년'이라는 제목을 달아놓은 걸 보니 지금으로부터 8년 전쯤에 쓴 글이다. 그런데 바로 어제 쓴 글인 듯 지금 생각과 신기할 정도로 똑같다. 아마도 나는 여기서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다. 이게 내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도 든다. 그대로 카피해서 여기다 옮겨본다.



 <벌써 6년>


하와이에 산지가 벌써 6년이 넘었다. 그동안 뭐하고 살았는지 계절 바뀜이 확연치 않은 하와이에서 살다 보니 세월이 정말 빨리도 지나간다. 올해 들어서는 왠지 내가 하와이에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 곳에 너무 오래 머물고 있으면 엉덩이가 근질근질한 역마살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의 다음 살 곳은 이 지구촌 어디일까. 하와이를 떠나기 전에 하와이를 더 잘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하와이를 안다면 얼마나 알겠는가마는, 하와이는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뭔가를 남기고 싶다. 내가 디지털카메라를 하나 산 것도 아름다운 하와이를 사진으로 남겨두고 싶은 마음에서다. 하와이 한인 이민역사에 대한 책을 찾아 읽는 것도 하와이를 더 잘 알고 싶다는 마음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하와이에 관해서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이 파라다이스에서의 경험을 흔적처럼 남겨두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글. 전부터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도 늘 쓰지 못하고 있다. 머릿속으로는 잘 쓸 것 같은 생각이 감돌지만, 막상 쓰려고 컴퓨터의 빈 화면을 대하면 왜 그 작은 화면이 커 보이는지.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또 어떤 내용을 담아내야 할까. 생각만 바쁘지 몇 줄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한다. <로마인 이야기>를 쓴 시오노 나나미는 정말 문학과 역사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술술 잘도 풀어내 놓던데.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감칠맛 있게 참 잘도 쓴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자신 반, 걱정 반, 이런 생각으로 하와이에 대한 글을 시작해 본다.



그 이후 어떤 글을 썼는지는 잘 모르겠다. 기억도 안 난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일관된 생각은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는 있는 것이다. 글을 쓰는 일, 나에게 맞는 일인가?


(2011. 1.15)




어렸을 때부터 책을 참 좋아했다. 요즘 아이들은 전혀 알 수 없는 옛날 어린이 잡지인 어깨동무나 소년 중앙을 매달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을 했었다. 만화도 좋아했다. 그때는 만화를 사서 보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동네 만화가게에 가서 빌려봤는데 돈 100원만 생기면 만화가게에 달려가 만화의 세계에 푹 빠졌다. 조금 더 크면서는 소설을 읽었다. 처음 읽은 것은 한국의 근대소설이다. 현진건, 염상섭 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읽으며 문학이 만드는 새로운 세상으로 빠져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김소월, 김영랑 같은 시인의 시를 눈으로만 읽는 게 아니라 가슴에 새기기도 했다. 펄벅이나 루쉰 같은 중국 작가들의 작품은 한국의 그것과는 또 다른 세계였다. 영어권  작가들의 번역작품도 읽었다. 그러나 서양 작가들의 작품은 아무리 호평을 받은 작품이라도 왠지 거리감이 느껴졌다.


고등학교에 들어가고부터는 책을 거의 읽지 못했다. 고등학생이 한가하게 소설책을 읽는다는 것은 사치였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고등학생 나이에 읽고 싶은 책을 더 폭넓게 읽지 못한 게 지금도 아쉽다. 대학에 진학하고나서부터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한국 작가로는 이청준, 이문열, 하일지 등의 책을 좋아했다. 외국 작가로는 무라카미 하루키, 시오노 나나미 등 일본 작가의 책을 읽었다. 영어권이나 기타 다른언어 작가의 작품은 성인이 되어서야 읽었다. 움베르토 에코, 밀란 쿤데라,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을 읽었다. 여전히 거리감이 느껴졌다. 하루키는 스캇 핏제럴드를 그렇게도 추켜세웠는데 내가 읽은 위대한 개츠비는 울림이 그다지 크지 않았다. 아이러니다. 나는 하루키 글을 좋아하는데 하루키가 좋아하는 핏제럴드의 글은 그다지 감동적이지 못하다. 하루키를 만나면 위대한 개츠비의 어떤 점이 그렇게도 좋으냐고 묻고 싶을 정도다. 나는 중국계 이민자인 하 진의 글이 더 흥미롭다.                      


책을 읽다 보면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는 것 같다. 글쓰기에 관한 책을 읽어보기는 했지만 창작 수업을 들어본 적은 없다. 출판을 목적으로 글을 써본 적도 없다. 그러면서도 항상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품어왔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책을 쓴다면 한 권을 쓰더라도 제대로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시작을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역사와 문학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시오노 나나미, 이민자의 감수성을 건드리는 하 진 같은 글을 쓸 수 있다면 평생 한권만 쓴다고 해도 좋을 듯싶다.


07.16.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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