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여행 6

2020년에 돌아본 2011년 캠퍼스 투어

by Blue 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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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바드 대학 캠퍼스 투어는 11시 이므로 아직 시간이 이르다. 그래서 MIT를 먼저 찾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은 보스턴 백베이 근방에서 MIT와 하바드가 있는 캠브리지 방향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셀폰이 알려주는 장소에서 MIT 가는 버스를 탔다. 그런데 느낌이 이상하다. 셀폰의 내비게이션이 캠브리지 반대쪽으로 가고 있다. 으~ 반대로 탔다. 얼른 내려서 반대편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이제야 내비게이션이 캠브리지 쪽으로 움직인다. 셀폰 내비게이션이 없다면 사람들에게 물었을 터인데, 셀폰을 철석같이 믿고 기계가 시키는 대로 한다.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 개발된 셀폰이 오히려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잠시 후 MIT에 도착했다. 학교라고 해야 한국처럼 교문이 딱 있는 것도 아니다.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학교 같은 분위기가 풍긴다. 그게 학교다. 교문이 있긴 있어도 어딘가 한쪽에 있을 거다. MIT는 학교 캠퍼스를 개인적으로도 투어 할 수 있는 앱(application)이 있다. 이미 내 셀폰에 받아놨고 이제 그걸 사용할 차례다. 교내지도가 나오고 건물 안내가 순서대로 나와 있다. 그걸 따라서 걸으며, "아 여기가 학생센터구나, 아 여기가 체육관이구나"하면서 다녔다. 학생센터에서 들러서는 커피와 도넛을 샀다. 보스턴에 오니 던킨 도너츠가 유난히 많다. 학교 안에도 있다. 값은 학교 밖이나 안이나 마찬가지다.


세라는 MIT에 대한 선입관이 있다. 그게 뭐냐면 MIT는 공학계열의 학교이므로 자신과는 관련이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아무리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두 가지도 여러 번의 경로를 거치면 관련이 생기기 마련이다. 따라서 2년 후면 대학 갈 나이가 되는, 아무리 엔지니어링에 전혀 관심이 없는 세라라도 MIT라는 공학으로 유명한 학교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하지만 세라는 별 관심을 두지 않고 그냥 따라다닌다. 하긴 내가 아이의 속 마음까지는 알지 못한다. 세라는 가끔 MIT 어느 건물 복도에 뭠춰서 학생들이 붙여놓은 것들을 읽어보기도 한다.


때로는 무관심한 표정으로 뭔가를 일목 하는 것이 한 사람의 생애를 바꿔놓을 수도 있으니 "관심을 가져라"거나 "신경을 써라"라는 말이 사실은 아무런 소용이 없을 수도 있다. 관심을 가진다고 바라는 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고 바라지 않는 대로 풀리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언제고, 무슨 일이고 "될 대로 돼라"라는 마음으로 운수만 바라면 되나 하면 그것도 아니다. 세상의 이치가 그렇게 복잡하다.


하바드 시간이 다되어 MIT를 떠났다. 하바드는 MIT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다. 버스를 타도 되고, 지하철을 타도 된다. 우리는 확실하게 (지하철 역 이름이 하바드 스퀘어니까) 지하철로 갔다. 역에서 나오니 조그만 대학도시가 나왔다. 조금 늦었다. 캠퍼스 투어가 시작되는 곳을 물어서 가는데, 저쪽에 여러 무리의 투어 관광객들이 보인다. 얼른 그곳으로 갔다. 그곳이 존 하바드 동상 앞이다. 하바드 재학생이 한참 설명을 하고 나더니 여기서 투어를 종료한다고 한다. 아니, 이게 이렇게 끝나는 게 아닐 텐데... 결국 투어가 시작되는 곳으로 다시 갔다. 그곳에 가니 이제 막 조성된 한 그룹의 사람들이 학생의 안내로 밖으로 나오고 있다. 그래 이 그룹이 이제 시작하는구나. 그렇게 그 학생을 따라 하버드 건물을 돌며 설명을 들었다.


사회학을 전공하는 조그만 키의 2학년생인데 말하는 것을 들으니 하바드에 대한 자부심은 물론 자신에 대한 자신감도 대단하다. 하긴 미국의 각 고등학교에서 전교 1등을 해도 오기 어렵다는 하바드의 학생이니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학생은 학교에 대한 것에서부터 자신 개인에 관한 것까지 모든 질문에 대해서 최대한 성실한 자세로 자세히 답변을 해주었다.




대학 캠퍼스 투어는 그 대학에 관심 있는 학생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학교에 대해 안내를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은 이렇게 진행된다. 먼저 강당 같은 곳에서 학교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해주고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공개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그 이후에 조금 더 궁금한 것이 있으면 해당 담당자에게 개인적으로 문의해 볼 수도 있다. 재학생들도 도움을 주려고 많이 참가하기 때문에 관심 있는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재학생들의 의견도 들어볼 수도 있다. 그 후에는 여러 소그룹으로 나뉘어 재학생 한 명과 함께 학교를 직접 돌며 안내를 받는다. 학교와 건물의 역사 등을 설명하기도 하고 안내하는 재학생 자신의 학교생활에 대해 이야기도 해준다. 재학생들과 함께 다니며 학교에 대한 이것저것을 물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하바드에서는 존 하바드 동상의 발을 만지면 합격한다는 풍문이 있다. 그래서 존 하바드 동상의 발이 유난히 반질반질하다. 그 동상의 발을 만져서 누구나 합격한다면 누군들 만지지 않을까. 하바드는 하도 유명한 졸업생들이 많아서 웬만한 졸업생들은 이름을 대지도 않는다. 캠퍼스의 잔디가 파릇파릇하고 곳곳에 가족들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으로 방학중인데도 활기롭다. 이런 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인생의 황금기인 대학 시절을 보낼까. 천재와 수재들이 많으므로 공부도 치열하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대학생활은 공부만이 다가 아닌 것이다. 낭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인격이 형성되어가는 나이이므로 4년간의 이 기간 동안 정신적으로 많은 성장을 이루어내는 시기임을 말하는 것이다. 어떤 책을 읽고, 누구를 만나고, 어디에 관심을 두고,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서 인생이 달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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