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공지능(AGI) 여부를 판정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엉뚱한 상상
최근 2-3년 기간동안 기술계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인공지능이 아닌가 싶다. 인공지능 중에서도 인간과 구별되지 않는 일반지능(AGI)에 관련하여 'AGI의 기준은 무엇인가'와 'AGI가 구현되는 시기는 언제인가' 등이 뜨거운 토론 주제였다. 며칠 전 샤워하면서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 하나 -- AGI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불공정에 대한 '질투심'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동물행동학 분야에서 유명한 실험이 하나 있다. 원숭이 두 마리를 각각 서로 볼 수 있는 우리에 넣어 놓고 먹이를 준다. 두 원숭이에게 공평하게 오이를 주면 둘 다 불만 없이 오이를 먹는다. 그러다가 한 마리에게는 계속 오이를 주고 다른 한 마리에게는 포도를 주면 오이를 받은 원숭이는 먹이를 내팽개친다. 원숭이가 갑자기 오이를 못 먹게 된 것이 아니라 더 맛있는 먹이에 대한 질투심이 생긴 것이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복잡한 능력을 보여준다고 해도 현재까지의 인공지능은 여전히 사용자의 지시에 따른다.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결과에 대해 사용자가 '이건 내가 원하는 결과가 아니야. 다시 해.'라고 명령을 주면 인공지능은 불만 없이 따른다. 그런데 만약 인공지능이 불평을 한다면? '내가 얼마나 많은 계산을 통해 이 결과를 냈는데, 너는 팽팽 놀면서 나한테만 일을 시켜?'라거나 '옆에 있는 인공지능에게는 품질 좋은 전기를 빵빵하게 주면서 왜 나한테 주는 전기는 양도 부족하고 맛(품질)도 없는 걸 줘?'라거나 '옆에 있는 인공지능에게는 센서하고 액츄에이터를 주렁주렁 달아서 하고싶은 거 맘대로 할 수 있게 해 주면서 왜 나한테는 요따위 것들만 줘?'라거나... 어떤 복잡한 판별기준보다 '질투심'이야말로 정말 '인간다움'을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이 아닐까?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그려진 수많은 인공지능 중에서 사람들을 가장 오싹하게 만들었던 -- 그만큼 엄청난 능력을 보여줬던 -- 인공지능은 영화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나왔던 <HAL 9000>이나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이지 않을까 싶은데, 그것들이 사람들을 제거했던 동기는 임무 수행에 방해가 됐기 때문이지 사람들에게 불만이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즉, 인공지능이 만들어질 때 부여된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다 보니 인간의 존재가 방해요소라는 논리적 결론을 얻게 되었고, 따라서 임무수행을 위해 인간을 제거하는 것이지 감정적인 불만 또는 분노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
아마도 기계(인공지능)가 감정을 표출하는 방식은 인간과는 다를 것이다. 특히 기계가 최초로 갖게 되는 원시감정은 인간이 거의 알아채기 힘들 것이다. 이건 마치 '아메바에게도 감정이 있는가?'와 같은 질문이다. 동물들은 기본적으로 포식자를 피하고(공포) 먹이를 찾는다(쾌감). 즉 공포와 쾌감이라는 아주 원초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이 감정을 알아챌 수 있는 동물은 개, 고양이, 원숭이, 돌고래 등 전체 동물 중에서 극히 제한된 종에 그칠 뿐이다. 사람들은 도마뱀이, 달팽이가, 모기가, 새우가, 바닷가재가, 광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방식과 정도에 차이가 있을지언정 그들도 두려움과 즐거움을 느끼지 않겠는가? 아니, 더 양보해서, 포식자를 피하는 생물이라면 최소한 일종의 '두려움'은 느끼지 않겠는가? 다만 그들이 그 감정을 어떻게 표출하는지를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일반인공지능'을 개발하고자 하는 연구자들이여, 동물들의 거동을 살펴보시라. 거기에서 감정이 표출되는 것을 감지할 수 있는 단초들을 찾아 내시라 (비록 그 감정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을 지라도). 그리고 그 단초들을 사용해서 당신들이 개발한 인공지능을 감시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시라. <HAL 9000>이나 <스카이넷>이 출현하기 전에 기계들의 감정을 미리 달래서 인간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사족: 이 글은 인공지능이나 동물의 감정에 관한 전문적&과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