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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작가 Oct 22. 2021

어머니가 다녀간 자리

오늘 퇴근을 하고 서재방을 보니 얼마 전 어머니가 쓰시던 침구가 그대로 있다.


어머니가 계시던 자리를 보면서 나는 무언가 모를 허전함이 느껴진다.

.

.

.

그날을 생각하면,


그날 엄마는 힘들게 서울로 올라와서 병원진료를 마치고 부산으로 내려가는 길


엄마한테 이렇게 이야기 했다.


그래!

조심히 내려가고…

밥 잘먹고 해라!

응응…


이제 대답조차 제대로 못하는 엄마는 그냥 고개를 끄덕이면서 걱정마라는 표정을 했다.


모든 작별, 이별은 슬프지만,


유난히 엄마를 이렇게 보낼때마다 마음이 왜 이렇게 아픈걸까?

.

.

.

그날도 그렇게 마음이 편하지 않았는데 오늘 집에 와서 엄마가 다녀간 자리를 보니 더욱더 마음이 좋지 않다.


엄마가 암말기 환자라서,

어쩌면 시간이 얼마 없는 걸 알아서 이런 마음이 드는 걸까.


나는 엄마의 침구를 들고 내 방으로 들고 갔다.

사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엄마가 쓰던 침구를 그냥 내가 쓰고 싶었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나는 엄마의 이불을 덮고 잠을 청했다.


서울에 와서 고생했을 엄마를 생각하며 그리고 어쩌면 젊은시절 엄마가 똑같이 서울에서 풋대접 받은 그 상황을 생각했다.


엄마 이야기로는


예전 엄마가 서울에 아버지 따라서 상경하게 되었다고 한다.

엄마 혼자 갓난쟁이였던 누나를 엎고 왔는데 얼마나 무서웠겠는가?


서울에서 이미 자리잡고 있는 큰고모집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하지만 큰고모는 아버지만 집안으로 들이고 엄마에게는 나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밤중에 갓난쟁이를 엎고 처음 와보는 서울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들어가지고 못하고

한참을 나가라고 외치는 큰 고모의 말을 같은 자리에 서서 듣고 있었던 엄마.


아직도... 그 사건을 기억하고 있는 엄마.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부 다하고 살았던 큰고모는 그런 일따위는 이미 잊어버리고

나의 결혼식날 가족모임에서 엄마랑 같이 살면 좋겠다라고 말했었다.


그 사건을 기억을 하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고 상냥하게 대해주던 엄마는

결국 본인이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

많은 사건들이 있었고 그 사건들 속에서 엄마는 스트레스 풀 수 있는 곳이 있었을까.

아니...병에 걸려 있는 지금도 있긴 있을까.

무언가 안좋은 기억을 끊임 없이 생각하며 마음의 상처가 쌓여가고 있지는 않을까.


서울에 올라와서는 편안하게 지내시고 가는걸까.

여러가지 생각으로 쉽게 잠들지 못한 밤.



부산에 내려가서 침상에 누워서 잘 안오는 목소리로 엄마는 누나에게

난 이상하게 사람들이 안 밉다고 말했다고 한다.

엄마는 스스로도 정말 이상하다라고 몇번을 말했다고...


그렇게 말했던 엄마를 생각하니 이유를 알 수 없이 또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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