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삶 - 김영하
용-하! 안녕하세요 용수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육아 핑계와
이번 달은 추석 연휴 핑계도 더해져서
독서 시간도 줄고 책 리뷰를 쓰는 것도 굉장히 오랜만이네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만큼이나 핑계가 많아서 부끄럽습니다.
오늘은 김영하 작가님의 가장 최신 작인
'단 한 번의 삶' 가져왔어요.
김영하 작가님의 소설이랑 산문집을 읽고 나서
이 책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읽었습니다!
단 한 번의 삶이라는 제목부터 제 취향 저격이었는데
역시나 좋았습니다.
김영하 작가님의 사적인 이야기도 담겨있는 책이라서
작가님의 삶,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었어요.
김영하 작가님 책은 언제나 '잘'읽히면서도 그 안에 무슨 속 뜻이 있을까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매력을 가졌어요.
이번 '단 한 번의 삶'도 그랬습니다.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내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어렸을 땐 누군가를 실망시킨다는 것이
아주 큰 실수라고 생각했어요.
그 누군가가 부모님이든 친구든 선생님이든
나로 인해 누군가가 실망하는 게 싫었어요.
항상 기대에 미치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기대에 미치려는 노력과 타인에게 받은 실망, 스스로에 대한 원망의 반복을 통해 이제는 이 책에서 말한 것처럼
'누군가를 실망시킨다는 것은 마치 우주의 모든 물체가 중력에 이끌리는 것만큼이나 자명하며, 그걸 받아들인다고 해서 세상이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모든 이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잖아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모두를 만족시키기란 힘들더라고요.
그리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노력한다고 해도 막상 내 마음은 힘든 경우가 많았거든요.
하지만 아직도 완전히 타인의 나에 대한 기대를 '놓았다'라고는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아직까지도 제 마음속엔 기대를 충족시키고 싶어 하는 마음이 남아있거든요. 그래도 예전의 저와 차이가 있다면 이제는 쉽게 받아들인 다는 거예요. 나한테 실망했어? 웅 그랬구나
이렇게 할 수 있는 제가 되었다는 거
제가 요즘 많이 하는 생각이기도 한데요.
오랜 시간 꾸준히 하다 보면 뭔가가 되어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이에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그것을 매일 미친 듯이 하지는 못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그래도 놓지는 않고 있습니다.
어떤 때는 열정에 불타올라 몰두하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모든 게 다 피곤하고 지쳐서 혹은 다른 일들 때문에 바빠서
미뤄두곤 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놓지 않아요. 안 하다가도 다시 돌아와 하고 또 안 하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무한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띄엄띄엄 십 년이 쌓이다 보면 '어느 정도 그럭저럭 잘하는'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요.
'스스로에 대해 안다고 믿었던 많은 것들은 말 그대로 믿음에 불과했다.'
저는 이 말에 그렇게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사람은 여러 가지 모습을 가졌다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타인의 눈에 비친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 사이에 간극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느 한쪽이 맞는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때는 타인이 보는 나, 어떤 때는 내가 믿는 내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하고 있지 않지만 1년 반 정도 요가를 했었는데요.
요가를 하면서 명상에 대한 관심도 많아져서 매일 아침 명상도 했었습니다.
(지금은 육아 이슈로 아침 명상은 물 건너 간 중..)
그때 한창 마음이 불안하던 시기라 요가와 명상으로 마음을 많이 다스리고는 했습니다.
책에서 이 부분을 읽고 예전에 요가 선생님이 요가는 운동이 아니라 수련이라고 했던 말이 기억났습니다.
어떤 운동이든 몸 건강,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건 맞지만 요가만큼 마음을 다스리는 데 집중하는 운동은 없는 것 같아요.
마음이 불안하다면 요가 추천드립니다.. (갑분 요가 홍보)
'스스로 부과하는 고통은 성장과 변화의 동력이 된다'
생각해 보면 어떤 것을 이루어 냈을 때, 내가 스스로 많이 성장했다고 느꼈을 때 그 과정엔 반드시 고통이 있었더라고요.
고통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 성장하려면 고통이 있어야 한다는 말은 뭔가 두려움부터 느껴지지만
내가 지금 힘든 상황에 놓여 있을 때는 이런 말들이 힘이 되더라고요. '지금만 지나면 나는 좀 더 성장해 있을 거야. 좀 더 커 있을 거야.'
'고통은 무의미하지 않다'
살면서 겪은 고통들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았어요.
사랑이나 우정 같은 것들로 겪은 고통들도
내가 이루고 싶은 것들을 위한 노력의 고통들도
그때는 너무 힘들고 눈물도 많이 흘렸지만 지나고 나면
항상 뭔가를 얻었더라고요.
경험을 해봐서 아는데도 불구하고 고통을 겪는다는 건 누구에게나 싫은 일이잖아요. 그래서 '고통 공포' 가 이해되기도 합니다.
마음에 생채기가 날까 봐 사리는 것, 요즘은 심지어 사랑의 고통도 무서워서 마음을 다 쏟지 못하고 손해 보지 않는 그런 사랑의 형태가 흔해지는 것 같아요.
상처받을까 무서워서 마음을 다 하지 못하면 온전히 사랑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 책은 고통은 아무리 회피하려고 해도 다른 형태로 귀환한다고 말합니다. 사랑에 대한 상처가 두려워서 회피한다면 시간이 지난 후에는 내 마음을 다하지 못한 후회로 인한 고통으로 돌아오게 되지 않을까요?
'하면 된다' 가 아니라 '되면 한다'의 마음.
이 부분을 읽고는 솔직히 많이 찔렸습니다.
저의 꿈은 제가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인데요.
제가 사랑하는 것이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에요.
그것들을 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목표를 2년 전에 세웠습니다.
하지만 저도 하면 된다 와 되면 한다의 사이에서 수백 번은 싸우는 것 같아요. 이렇게 꾸준히 하다 보면 길이 보일 거야.라는 생각과내가 한다고 될까? 된다는 보장만 있으면 열심히 할 텐데라는 생각이 공존합니다.
저도 저 학생처럼 작가님한테 물어보지 않았을까요?
제가 가능성이 있을까요?
그러고는 그 질문을 한 걸 부끄러워했을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을 읽고 부끄러움을 느낀 것처럼요.
내 스스로를 더 믿어보자!
마음은 돌보지 않아도 알아서 잘 지낼 줄 알았는데요.
사실 운동을 하며 몸에 신경 쓰는 만큼 마음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내 마음이 지금 어떤지 내가 살펴보지 않으면 아픈 곳은 점점 곪아서 한 번에 펑 터져버리고 회복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제가 하는 방법 중에는 다이어리 쓰기가 있는데요.
있었던 일과 그때의 내 마음을 글로 적으면서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구나 알아차리고 그 마음 상태를 눈으로 보면서 정리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도덕성이란 일종에 운에 의해서 좌우된다는 도덕적 운'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매우 공감되었습니다.
저는 사람이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는데요.
가지고 있는 본래의 기질도 물론 무시 못 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라온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선한 면, 악한 면이 있는데 환경과 교육에 따라 이 선한 면이 발현될 수도 사라질 수도 있는 거고 악한 면이 더 악하게 발현될 수도 아니면 다른 통로를 통해 해소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적당한 온도와 시간에서 최선일 것이고, 반대의 조건에서 최악일 것이다.' 매우 공감되었어요. 같은 상황이더라도 그날의 나의 상태에 따라 최선의 면이 나올 수도
최악의 면이 나올 수도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사람은 정말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이 생은 태어나면서 주어진 것과 스스로 결정한 것들이 뒤섞여 만들어진 유일무이한 칵테일이며
내가 바로 이 인생 칵테일의 제조자다.
그리고 나에게는 이 삶을 잘 완성할 책임이 있다'
단 한 번의 삶에서 가장 좋았던 문장인데요.
태어나면서 주어진 것들은 선택할 수 없지만 살면서 많은 선택을 하게 되잖아요. 저는 그 순간순간의 작은 선택들이 삶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삶을 잘 완성시킬 책임이 있다는 말이 참 좋았어요. 되는대로 산다가 아니라 내 삶이 어떻게 되느냐는 내 손에 달려있다는 거잖아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내가 하고자 하면 뭔가.. 그렇게 될 것 같고 ㅋㅋㅋ 아무튼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마블의 멀티버스나 영화 '에브리싱, 에브리웨어, 올엣 원스'처럼 우주에는 수많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내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수많은 삶이 이 우주에 존재한다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삶의 무게가 그렇게 무겁게 느껴지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저 나는 그 수많은 삶 중 하나의 삶을 살고 있구나 그리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단 하나의 삶을 잘 완성시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영하 작가의 삶에 대한 이야기와 생각을 알 수 있었던 책인데요.
책을 읽으면서 내 삶에 대해 되돌아보게 되고 또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매력은 작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나는 어떤가?에 대해 내내 생각할 수 있게 한다는 거였어요.
더불어 내 삶에 대해 주인의식을 가지고 한번 잘 완성시켜봐야겠다!라는 용기까지 얻게 했습니다.
여느 자기계발서 처럼 열심히 살아라 채찍질하는 게 아닌 삶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를 읽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