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녀노 Aug 13. 2016

'진짜 무서운' 놀이동산, Six Flags

Six Flags Magic Mountain in LA

2000년대 초반에 컴퓨터를 사용해 본 경험이 있다면 롤러코스터 타이쿤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컴퓨터 기사님이 오셔서 수리하거나 설치한 후에 깔아주시던, 스타크래프트와 롤러코스터 타이쿤.

롤러코스터 타이쿤은 이제 모바일 시리즈까지 출시되었다

타이쿤 게임의 조상 격이라고 할 수도 있는 이 게임에서 필자는 ‘무한 모드’로 들어가서 조경이나 디자인은 고려하지 않고 빼고, 맵의 모든 부분을 롤러코스터들로 채워 넣곤 했다. 360도 회전부터 목재 롤러코스터, 물밑을 지나가는 롤러코스터까지, 그 당시 롤러코스터 타이쿤은 롤러코스터를 좋아하던 필자에게 ‘드림 랜드’와 같은 의미였다.

가끔은 관객을 물에 빠뜨리거나 섬을 만들어서 관객들을 나오지 못하게 하고, 롤러코스터의 중간 레일을 없애서 고의로 사고를 내기도 하는 등,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들을 게임 내에서 하기도 했다.


미국 여행객 중에는 디즈니 랜드나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여행의 주요 목적인 경우가 많다. 특히나 두 놀이동산이 모두 있는 LA나 올랜도는 특히나 그렇다. 하지만 미국에 있는 놀이동산은 그 두 브랜드가 끝이 아니다. 디즈니와 유니버셜이 캐릭터와 브랜드, 볼거리와 탈거리의 균형에 초점을 맞춘 소프트한 놀이동산이라면, 순전히 어트랙션(attraction)에만 집중하는 식스 플래그(SixFlags)라는 하드한 놀이동산도 있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에서 10개가 조금 넘는 수의 놀이동산을 가지고 있는 식스 플래그는 전적으로 어른들을 위한 놀이동산이다. 롤러코스터 타이쿤에서 다른 요소는 모두 배제하고, 스릴에만 집중한 곳이라 생각하면 된다. LA 다운타운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소요되는 장소에 위치한 식스 플래그 매직 마운틴(Six Flags Magic Mountain)은 DC 코믹스, 워너 브라더스와 제휴를 맺어서 DC 콘텐츠의 이름을 딴 놀이기구가 많은데, 슈퍼 히어로의 능력만큼이나 놀이기구의 스릴도 ‘슈퍼’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식스 플래그 놀이동산이 평소에는 금, 토, 일요일에만 개장한다는 것. 평일에는 방문객이 많지 않아서 수지를 맞추지 못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공휴일 시즌에는 주중에도 개장하는데, 필자는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월요일에 방문했기 때문에 얼핏 보아도 방문객이 많지 않아서 놀이기구들을 원하는 대로 탈 수 있었다. 일주일의 절반 이상을 개장하지 않는 운영 방식은 떠올리기는 쉬워도 실행에 옮기기에는 쉽지 않은 전략인데, 식스 플래그의 과감함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식스 플래그는 입장권 가격도 상당히 독특하게 설정되어있다. 여행 중 한 번만 방문할 것이라면 일회용 티켓을 끊는 게 좋지만, 한 해 동안 두 번 이상 방문할 것이라면 무조건 연간 패스를 끊는 쪽 이유리 하다. 2016년 8월 현재 1회 방문용 티켓은 79.99$인데, 시즌 패스 여름 한정가는 89.99$다. 89.99달러로 연간 남은 기간 동안 이곳을 무제한으로 방문할 수 있는 것이다. 시즌 패스에는 놀이동산 방문에 필수인 주차권도 포함되어 있다. 12월에는 남은 기간에 다음 해 패스를 묶어서 팔기도 한다. 업종을 막론하고 찾아보기 힘든 통 큰 입장권 가격 정책만큼이나 먹거리도 통 크게 판매한다. 일정 금액만 지불하면 놀이동산 내 매점에서 음료수를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다. LA의 작열하는 햇빛을 받으며 돌아다니다 보면 적어도 세네 번은 마시게 되니, 구매하는 편이 건강에 좋다.



가격 전략도 재미있지만, 사실 식스 플래그의 진면목은 놀이기구에서 드러난다. 롤러코스터에 집중하는 놀이동산답게 식스 플래그에는 익스트림한 롤러코스터들이 즐비하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X2다. X2가 악명 높은 이유는, '4차원 롤러코스터'라는 별명답게 롤러코스터 레일을 주행하는 동시에 각 좌석이 따로 움직여서 스릴을 제곱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초반에 레일을 따라 고지대로 올라갈 때는 뒤를 보고 올라가기 때문에 어떤 코스로 주행할지 볼 수가 없다. 동시에 좌석 옆에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하드록 밴드 Metalica의 Enter Sandman이 흘러나오면서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정상에서 반원형으로 꺾여서 뚝 떨어지는 초반 구간은, 필자가 그간 타본 모든 롤러코스터를 장난감 수준으로 만들 정도였다. 굳이 묘사하자면, 몇 초간 두뇌 회전이 멈췄다가 그 시간만큼의 충격이 일순간 몰려오는 느낌이었다.

다음은 Superman이다. 식스 플래그 매직 마운틴에 있으면 간간히 쌔액~ 하는 소리가 가장 높이 솟은 놀이기구에서 들려오는데, 그 소리가 바로 Superman에서 나오는 소리다. 놀이기구의 이름과 코스가 가장 잘 어울리기도 하는데, 코스는 정말단 순하다. X2와 마찬가지로 뒤를 바라보고, 엄청난 속도로 위로 올라간 다음, 뚝 하강한다. Superman에 탑승하고 벨트를 매면, 안내방송이 끝나는 거의 동시에 출발해버린다. 탑승객들은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도 가지지 못한 채 시속 160km에 압도되고, 탑승 시간은 약 30초밖에 되지 않는다.  

Superman이 설치된 타워 측면에는 Lex Luther라는 자이로드롭이 있다. 한 타워에서 두 기구를 같이 운영하는 셈인데, 두 기구의 이름이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슈퍼 히어로-빌런 관계라는 점이 재미있다.

Goliath이라고 하는, 롤러코스터의 정석을 보여주는 기구도 있다. 하늘 높이 올라갔다가 80m를 순식간에 뚝 떨어지는 롤러코스터다. 최근에는 MBC [무한도전]에서 미국에 가서 무서운 놀이기구를 타는 미션을 수행하기도 했는데, 그 놀이기구가 바로 Goliath이다.

Tatsu는, 예전에 에버랜드에 있었던 독수리 요새같이, 레일에 매달려서 타는 기구도 있다. 안전벨트를 매면 좌석이 90도 꺾이면서 하늘을 나는 자세를 취하게 된다. 스릴 면에서는 앞서 소개한 놀이기구들에 비해서 떨어졌지만, 한 번쯤은 타볼만하다.

그 외에도 쌍둥이 롤러코스터처럼 두 개의 트랙을 달리는 Twisted Colossus, 쉴 새 없이 위아래로 꺾었다가 흔들어대는 Green Lantern, 또 Batman, Ninja 등이 있다. 마감 한두 시간 전부터는 줄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보이는 대로 탑승할 수 있었다.


진짜로 무서운 놀이기구를 타보고 싶다면, LA에 있는 동안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셜 스튜디오 말고 ‘성인용’ 놀이동산에 가고 싶다면, 어릴 때 플레이하던 롤러코스터 타이쿤을 현실에서 보고 싶다면, 식스 플래그다. 놀이동산을 운영하는 플레이어가 되어서 롤러코스터를 설치하고 놀이동산을 만드는 건 아니지만, 모범사례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잘 만들어진 곳에서 수많은 입장객들 중 한 명이 되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실제 놀이기구 탑승 영상들은 유튜브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간접적 경험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