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녀노 Nov 19. 2016

미국, 르네상스인가 망령의 부활인가

KBS 다큐멘터리 [미국의 부활]

2016년 1월에 방영된 KBS 다큐멘터리 [미국의 부활]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되살아나고 있는 미국 경제의 원동력을 세 가지로 조명했다. 그 세 요소는 다음과 같다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 

셰일 혁명

제조업의 부활


첨단산업 투자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도 미국의 R&D 관련 예산은 계속 증가했다. 데니스 홍(Dennis Hong) 박사는 이를 두고 미국 연구 투자가 ‘Fundamental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고 했다. 기초를 닦고 산학 연계를 탄탄하게 구축해서 새로운 뭔가가 뜨면 바로 응용으로 갈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로보틱스와 스마트 팩토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또 GM이 파산하면서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그대로 끝나는 듯했지만 이는 전기차 시대로의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이었다. 테슬라가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에 있던 GM의 공장 NUMMI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모습이다. 

셰일 혁명

넥플릭스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House of Cards] 시즌 4를 보면 러시아와의 갈등으로 인한 유가 급등으로 대통령인 주인공 프랭크 언더우드가 애를 먹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현실은 정 반대였다. ‘수압파쇄법’이라고 하는, 최근에 들어서야 현실화된 기술로 인해 미국은 셰일 가스 시추가 가능해지면 세계 최대의 산유국이 되었다. 거의 모든 산업의 원료로 들어가는 기름 및 관련 재료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제조업의 부흥은 물론이고 가계에서도 유가 하락으로 소비 가능 금액이 상대적으로 늘었다. 반대로 러시아와 OPEC 및 베네수엘라 등 기존의 석유 수출국들은 큰 고객이던 미국이 경쟁자가 되었고 유가 하락으로 경제난에 허덕이게 되었다. Who Knows. 다음 오일쇼크는 미국발일 수도 있다.

제조업의 부활 

앞서 언급한 전기 자동차의 도입과 유가 하락으로 민간 소비는 증가했고 주택 구매도 늘어났다. 기업 부문에서는 스마트 팩토리가 도입되고 있으며 리쇼어링이 본격화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리쇼어링을 주요 정책 중 하나로 제시하기도 했다. 주택 건설과 구매는 늘어나고 있으고 생산과 소비, 그리고 일자리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연방준비은행은 지난 10월 발표한 베이지북에서 미국 경제가 완만히 성장하고 있다고 진단했고 12월 금리 인상을 (거의 확실하게)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류의 다큐멘터리는 조심해야 한다. 미국의 부활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논증이 아니라 예시만 가지고 주장하는 예증의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기호에 맞는 사례만 가져다 보여주기 때문에 필터링 없이 보다가는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어버릴 수 있다. 2015년 방영된 KBS의 [슈퍼 차이나]나 2016년 [슈퍼 아시아]도 그렇다.


결정적으로 경제는 정치 및 사회적 요소에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물론 경제 요소가 영향을 주기도 한다) 단적인 예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 당선인이다. 

그의 당선과 동시에 나스닥과 다우 지수는 출렁거렸고(방향성은 사뭇 달랐지만),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 이유는 트럼프 당선인이 어떤 정책을 펼칠지 워낙 예상하기가 힘들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가 선거운동을 하면서 내건 공약들을 실제로 추진한다면 미국 경제에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미국의 부활]에도 나오는 전기차 회사 테슬라(Tesla)는 트럼프의 당선 직후 석유 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그의 공약의 영향으로 주가가 폭락했다. 또 그가 내걸었던 리쇼어링을 적극 추진하기 위해 애플(Apple)에 압박을 가한다면 생산을 전적으로 외국 업체에 맡기는 애플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인종 문제는 너무 복잡하고 걸려있는 쟁점이 많아서 쉽게 말하기도 어렵고, 외교적으로는 주한미군 주둔비부터 시작해서 중국과의 위안화 및 무역 갈등까지 예상되는 문제가 많다. 걱정하는 것만큼 실제로는 타격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무언가가 불확실하다는 것은, 그 무언가가 미국의 대통령직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기에는 충분하다. 


경제위기 이후 중국에 밀릴 것만 같았던 미국이 최근 살아나고 있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또 미국은 땅이 워낙 크고 인구가 많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달리 내수 시장이 크고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 자원 부국이 누릴 수 있는 이점에, 인적 자원과 외교적 지위가 모두 합쳐져서 시너지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이렇게 되살아난 미국이, 르네상스를 맞이할지 아니면 망령의 부활이 될지는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요리 한 접시에 담긴 인류의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