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녀노 May 30. 2016

로봇 좋아해?

Dennis Hong's [Inside RoMeLa] and else

Dennis Hong

보통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알려주고 싶은 그런 인물들이 한 명씩 있기 마련이다. 나만 알고 있기는 아까워서 주변에서도 알고 있었으면 좋겠는 그런 사람, 최근 필자에게는 그런 사람이 바로 Dennis Hong 교수다.


로보틱스 분야에 관심이 있거나, TED나 세바시 같은 오픈형 학술강의를 즐겨보거나, 페이스북을 보다 보면 한 번쯤 '~님이 좋아했습니다'로 태그되어 나왔을 법한 이 인물은, 현재 미국 UCLA 내 RoMeLa (Robotics & Mechanisms Laboratory)의 소장이자 왕성하게 연구와 강의 활동을 하고 있는 교수이다.


필자가 데니스 홍 교수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2016년 1월 방영된 [KBS 특별기획, 미국의 부활]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였다. 보통 각 방송사들은 연초에 지난 1년간 제작한 특집 다큐멘터리를 방영하고는 하는데, 2016년의 주제는 '미국의 부활'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2015년의 주제가 바로 [슈퍼차이나]였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두 다큐멘터리를 연속적으로 소개하면서 각각의 관점을 비교해보는 글을 써보고자 했는데, 그 전에 데니스 홍 교수와 그의 다큐멘터리에 대해서 먼저 쓰게 되었다.

로봇과는 일말의 연관이 없는 학문을 전공으로 하면서, 그리고 데니스 홍 교수가 연구하는 로봇과 관련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그를 소개하고 다큐멘터리에 대해 쓸 수 있겠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데니스 홍 교수가 활동하는 영역은 학문의 경계를 뛰어넘기에 충분하다.


이 글에서는, 데니스 홍 교수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먼저 그가 직접 보여주는 모습들을 중심으로 소개할 것이다. 그 중심에는 최근 그가 직접 제작해서 유튜브에 업로드한 [Inside RoMeLa]라는 다큐멘터리(무려 8부작이다!)가 있다. 이렇게 자신의 카메라에 담긴 데니스 홍 교수의 모습을 본 후, 다음으로는 타인의 카메라에 비친, 데니스 홍 교수가 출연하는 다큐멘터리와 인터뷰, 강연 등에 대해서 소개하고, 그의 꿈과 그가 수행하는 역할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Dennis Hong과 [Inside RoMeLA]

데니스 홍 교수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가장 쉽고 정확한 방법은 그의 페이스북 계정을 살펴보는 것이다.

https://www.facebook.com/hong.dennis?fref=ts


시간 연대순으로 게시물을 보여주는 타임라인의 특성상 지나간 내용들은 스크롤을 많이 내려야 볼 수 있지만, 굳이 다 살펴보지 않아도 그가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잠시만 보아도 눈치채겠지만, 데니스 홍 교수는 소통을 정말 많이 하는 인물이다. 필자가 본 인물들 중, 언론사나 특정 목적을 가지고 운영되는 페이지를 제외하고 페이스북 Live 기능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만큼 직접, 필터링되지 않은 그의 솔직한 모습을 자주, 그리고 많이 볼 수 있다. 항상 많은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틈틈이 라이브와 사진, 동영상을 찍어서 자신이 하는 일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연구로 바쁜 와중에도 자주 한국을 찾아 강연과 인터뷰, 방송 녹화 등을 진행하고 있다.


페이스북을 살펴보았다면, 이번엔 유튜브로 가서 이번에 그가 직접 만든 다큐멘터리 [Inside RoMeLa]를 보자. 8부작이라고 해서 '대체 언제 다 보지?'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기우다. 8부작은 맞지만, 각 편이 2~6분 정도로, 전체 러닝타임은 30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데니스 홍 교수와 그의 RoMeLa 팀의 생활, 그리고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들여다볼 수 있다.

보면 알겠지만, 그리고 데니스 홍 교수가 직접 페이스북에서 언급했듯이, 이 다큐멘터리는 그가 아이폰과 셀카봉만을 가지고 만든 작품이다. 전문가의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는 화면이 어떻느니 소리가 어떻느니 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이다. 이 작품은 평가를 위해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그러한 비평은 적합하지도 않다.


오히려 개인이 간단하게 만든 작품 치고는 퀄리티가 높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동영상 촬영이 대중화되면서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가장 쉬운 장르가 아마 다큐멘터리일 것이다. 자르고 붙이는 기본적인 편집만 하면 될 뿐더러, 시중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는 비디오 편집 애플리케이션들에서는 이 기능들과 로고, 그리고 자막 삽입 기능까지 제공하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다큐멘터리에서 내레이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고 거의 필수적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자막이 그 기능을 많이 대신하는 추세이기도 해서 전문적인 내레이션이 들어갈 필요성도 많이 줄어들었고, 이 작품에서는 데니스 홍 교수가 자신의 목소리를 십분 활용해 내레이션 역할을 한다. 또 자막으로 나오는 데니스 홍 교수의 comment와 이모티콘은 참신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Inside RoMeLa]를 보면 데니스 홍 교수와 그의 학생들이 어떻게 연구하고 생활하는지를 엿볼 수 있는데, 계속 드는 생각은, 이들이 정말 행복해 보인다는 것이다. Part 5의 마지막 댄스 씬이나 (하지만 연구 중이다) Part 7: 로멜라의 새벽을 보면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새벽 네시까지 연구실에 있으면서도 일이 즐거워서 전혀 피곤하지 않다는 학생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들이 자신의 일을 정말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중간중간에 나오는 토론 주제들, 예를 들어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과연 로봇 장비를 착용한 아이언맨이나 팔콘이 초자연적 힘을 가진 캡틴 아메리카나 비전을 이길 수 있는지나, 미래에 로봇의 기술적 발전으로 인해 인간이 일자리를 빼앗기는 결과가 초래된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혹은 그 책임 범위는 어디까지인가에 대해서 로봇공학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토론하는 모습은,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한 번 그들의 관점에 입각해서 생각해보게 한다.


시간이 부족하다면, 'Part 8: 로멜라 촬영 중' 편이라도 보길 바란다. 실제로 RoMeLa에서 어떤 로봇을 만들고 있는지(전혀 예상하지 못한 창의적인 로봇들도 많다)에 더해서 데니스 홍 교수의 코멘트도 들을 수 있다.




Dennis Hong과 TED, 세바시

이번에는 그가 미디어에 비치는 모습을 보자. 사실 인터뷰도 많고, 출연한 방송도 많아서 모두 소개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자의적으로 선정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데니스 홍 교수는 KBS 스페셜 다큐 [대한민국 창조의 힘] 1부에도 출연했고, TvN [고성국의 빨간의자] 녹화도 마친 상태다. 그래도 대표적인 인터뷰와 영상을 보면 그의 철학과 태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은 2009년 11월 TED에서 강연한 [My seven species of robot - and how we created them]은 꼭 보길 바란다. TED는 1년에 한번 주최 측에서 공식적으로 개최하는 'TED'와 운영조직 측이 전달하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특정 지역에서 형식을 빌려서 개최하는 'TEDx' 두 가지로 나뉘는데, 공식 TED에 초청받는 일은 그 자체로도 상당한 영광이라고 할 수 있다. 데니스 홍 교수는 한국계 인물로는 최초로 공식 TED에서 연사가 되었다. TED라는 훌륭한 플랫폼 덕분에 수준 높은 한국어 자막도 지원된다. 촬영 당시에 연구 중이던 일곱 가지 로봇을 소개하는 전/중반부도 재미있지만 로보틱스 관계자가 아니라면 아이디어 발상과 생활 태도에 대해서 말하는 후반부가 오히려 더 중요할 것이다.


인상 깊었던 부분을 일부 소개하자면, 그의  팀이 만든 대표적 로봇이자 미국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인 다윈 (DARwIn)을 소개하면서 데니스 홍 교수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RoBoCup이라는 전 세계적 로봇 축구경기 대회가 있습니다. 이 로보컵의 궁극적인 목표는 2050년까지 인간과 같은 크기의 로봇 축구 팀을 만들어서, 2050년 월드컵 우승팀과 실제 축구 경기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기는 것입니다.

데자뷔가 일어나지 않는가? 다시 말하지만, 이 TED 강의는 2009년에 녹화되었다. 자신이 근 10년 전에 말한 내용이 이후에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되었을 때, 그리고 관련 로봇 업계에서 연구를 하는 입장에서 직접적으로 그 이슈를 받아들였을 때 과연 어떤 생각이 들지 궁금하다. 또 맹인이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 그리고 완전히 자동화된 자동차의 개념을 소개하고 연구개발 중에 있다고 언급하는 부분도 있다. 스마트카, 커넥티드카, 무인자동차의 시발점이다.


다음은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나온 데니스 홍 교수다.

데니스 홍 교수는 세바시에서 따로 진행하는 명사 특강 코너인 '스페셜 에디션'에 출연해서 세 편의 강의를 찍었는데, 우선 첫 번째 [휴머노이드: 축구선수에서 구조대까지]는 앞선 TED 영상의 연속이라고 볼 수 있다. 2013년 강의이기 때문에 2009년 촬영된 TED 이후의 업적과 수상, 연구들을 소개한다.


두 번째, [Follow your Dreams, not the Trends]는 데니스 홍 교수가 가진 네 개의 꿈과 개개인의 꿈과 직업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며 세 번째 [Live a Life with a Sense of Wonder]는 데니스 홍 교수와 아들 이단 군의 이야기이자 데니스 홍 교수의 자녀 교육법, 그리고 아이디어의 발상에 관한 이야기이다.

데니스 홍 교수는 항상 웃으면서 친근하게 강의한다. 전문지식에 관련된 내용은 그렇게 많지 않고 또 핵심 정보가 아니기 때문에 보다가 내용이 어려워서 막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또 앞서 필자가 데니스 홍 교수를 처음 만나게 되었던 다큐멘터리 [미국의 부활]도 있고, EBS의 [데니스 홍과 로봇]도 있다. 국내에 본격적으로 이름이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된 2011년 KBS 글로벌 성공시대 1회 [꿈을 설계하다, 로봇공학자 홍원서]도 빼놓을 수 없다.

인터뷰로는 중앙일보에서 진행한 [직격 인터뷰]와 로봇 신문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추천한다.

이 외에도 유튜브에서 Dennis Hong이나 RoMeLa로 검색해보면 수많은 인터뷰와 강연, 그리고 연구 소개 영상을 볼 수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다윈(DARwIn) 제작 당시 수많은 상업적 판매 요구를 뒤로하고 소스코드를 공개해서 세계의 로봇공학자들과 함께 연구하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다윈-OP를 개발한 그의 연구관답게, 데니스 홍 교수는 자신의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꿈을 다른 사람들과 보편적으로 나누고 그들의 꿈과 자극하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타인에게 영감을 주는 행동 자체가 자신에게는 또 다른 힘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Dream Accelorator, Dennis Hong

언론에서 데니스 홍 교수를 수식하는 말은 '로봇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이다. 이 외에도 데니스 홍 교수는 '세계 과학계를 뒤흔드는 젊은 천재 10인'에도 선정되었었고, RoMeLa 홈페이지의 Media/Press/Awards 카테고리에는 'RoMeLa가 수많은 재단으로부터 많은 상을 받았고 많은 언론에 나왔기 때문에, 이를 보여드릴 수 있는 좀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라는 자신만만한 문장이 올라와 있다.

또 데니스 홍 교수는 이미 UCLA에서 full tanent를 획득했으며 사회적으로 유명한 인플루언서이자 오피니언 리더이다. 그런데 이 많은 문구들 중에서도 데니스 홍 교수의 활동을 완벽하게 수식하는 닉네임은 아직 없는 것 같다. 멘토? 이제 너무 식상하기도 하고 데니스 홍 교수는 단순한 멘토의 수준을 넘어서기도 했다.


Dream Accelorator는 어떨까. 단순히 로보틱스를 넘어서서, 자신의 꿈을 좇는 동시에  타인의 꿈도 함께 이끌고 가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스타트업 계에서 많은 초기 사업자를 육성하는 '엑셀러레이터'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이를테면 자신과 타인의 꿈을 모두 개발시키고 육성하는 하나의 채널 그 자체인 것이다.


이 브런치 역시 많은 부분 데니스 홍 교수의 영향으로 시작되었다. 언젠가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는 공간을 운영하고 싶다는 막연한 마음이 있었는데, 그의 인터뷰와 강연을 보면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실행력을 얻었다.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글로 표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 많이 점검하고, 다듬고,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서 포스트를 올리고 있다. [Inside RoMeLA]의 'Part 2: 조언중'에는 데니스 홍 교수와 함께 일하고 있는 한국 대학원생들이 조언을 하는 부분이 있다. 그중, 한 학생이, 현재 하고 있는 fundamental한 공부, 그 공부에 많은 시간을 들여서 기초를 탄탄하게 다져놓아야 나중에 힘들어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대목이 있다.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나중에는 모든 영역이 연결되어있고 여기서 배운 것을 다른 곳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로 쓸 일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그 fundamental 영역에 있어서 필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 글로 생각을 옮기는 것이었다.


아이디어 노트 + 브레인스토밍

데니스 홍 교수는 TED 강의에서 자신의 아이디어 소스 두 가지를 알려준다. 첫 번째가 아이디어 노트. 잠에 들락 말락 할 때 스쳐 지나가는 아이디어를 알아보지도 못할 글씨체로 적어놓고 다음날 디벨롭시키는 아이디어 노트가 첫 번째이고 두 번째가 브레인스토밍 세션이다. RoMeLA에서 자주 한다고 하는 브레인스토밍 세션에서의 제 1원칙은 바로 '비판 금지'다. 비판은 세션이 끝나고 해도 늦지 않으니, 구성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가 타인의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나 우려 없이 오픈된 아이디어를 제시하자는 것이다. 필자가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도 가끔 브레인스토밍 세션을 진행하곤 한다. 대회의실에 붙여져 있는 판넬의 제 1원칙 역시도 비판 금지다. 그리고 실제로도 이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다. 높은 직급의 스태프까지도  규칙을 지키면서, 아무런 관련이 없는 아이디어를 내도 비판하지 않고 더 많은 생각을 쏟아낼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데니스 홍 교수가 말하는 브레인스토밍의 중요성과 효과를 느끼기도 했다.

 

Don't Forget the FUN!

앞서 소개한 많은 영상들과 인터뷰, 그리고 데니스 홍 교수의 사진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이 있다. 그리고 이 감정은 그가 가장 많이 말하기도 하고 강조하기도 하는 부분이다. 바로, 재미있게 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능률과 결과는 자연히 따라올 것이고, 설사 이번에 결과가 좋지 않더라고 다음에는 될 것이라는 건설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뻔한 말일수도 있겠지만, 그 말을 자신의 삶에서 실천하고 있는 인물의 목소리로 듣는다면, 조금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이번 포스트의 마지막은 데니스 홍 교수가 항상 보여주는 그만의 시그니처 포즈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럼 여러분, Bye Bye~



매거진의 이전글 바보야, 문제는 지리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