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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니크 Nov 22. 2023

낡아버린 나

 결혼한 지 6년이 되자 신혼살림으로 구입했던 가구에서 하나둘씩 고장 난 부분이 생겼다. 장롱의 연결부위가 빠진다거나 서랍의 손잡이가 떨어진다거나... 손잡이가 떨어진 가구는 다시 나사조여서 사용하면 된다. 고장 난 부분은 고쳐서 사용하면 되고, 수리가 안된다면 이참에 새 걸로 구입할 수 있는 핑계가 되기도 한다.


 문제는 세월이 흘러 낡아진 것들이다. 소파나 침대는 스프링이 꺼져서 쿠션감이 처음보다 떨어졌지만, 앉아 있지 못하거나 눕지 못할 정도로 본연의 기능을 잃은 것은 아니다. 신혼살림을 장만할 때만 해도 신제품이라고 구입했던 로봇청소기였는데,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금 나오는 로봇청소기는 물걸레질도 해주고 심지어 걸레도 직접 빤다고 한다. 며칠 전 우리 집에 있던 로봇청소기를 오랜만에 돌려보았는데, 작동은 되지만 소리가 왜 이렇게 크게 느껴지는지 엉뚱한 곳에서 헤매는 모습을 보니 답답한 마음마저 들었다.


 입사한 지 9년이 넘었고 육아휴직을 제외하고 일을 한 기간만 7년인데, 즘 나는 낡아버린 것만 같다.  나보다 어린 직원들은 엑셀 기능을 활용하는 등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습득하여 빨리빨리 하는데, 나는 새로운 걸 익히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니 배우고자 하는 마음도 들지 않고 덜컥 겁부터 난다. 예전에 엄마가 핸드폰이나 컴퓨터로 일을 봐달라고 했을 때 귀찮아하며 오히려 짜증 냈던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엔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이 하나둘씩 이해가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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