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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경 Jul 17. 2023

2장 - 미용이 무서운 반려견을 혼내지 마세요

미용을 거부하는 반려견을 가만히 있게 만드는 3가지 방법

모두가 웃고 있지만...


 요즘은 알고리즘이 관심사를 분석해서 컨텐츠를 추천해 주는 참 편한 세상입니다.

하는 일이 일이다 보니, 알고리즘이 미용을 거부하는 반려견과 관련한 영상을 자주 보여줍니다.

한 번은 빗질을 싫어하는 반려견의 훈련 과정을 추천해 주더군요.


TV 지상파 채널 프로그램 중 일부를 편집한 내용이었습니다.

영상 속 훈련 과정은 이러했습니다.


먼저 반려견에게 목줄을 채웁니다. 그리고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도록 목줄을 꽉 잡습니다.

반려견은 갑작스러운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발버둥을 치고 소리를 지릅니다.

발버둥 치는 반려견을 제압하기 위해 훈련사가 목줄을 들어 올렸습니다.

반려견은 공중에 매달린 채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여러 번 탈출을 시도했지만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반려견은 지쳐버렸고 도망가기를 포기했습니다.

이제 빗질을 시작합니다. 지칠 대로 지친 반려견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습니다.


빗질 성공!이라는 자막과 함께 패널들이 박수를 칩니다.

웃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반려견만 잔뜩 겁을 먹은 채 몸을 떨며 숨을 헐떡이고 있었습니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영국의 교육 철학자 피터스는 교육의 과정적 준거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첫 번째는 ‘전달하는 방식이 도덕적일 것.’

두 번째는 ‘학습자가 흥미를 가지고 참여할 것.’


여기에서 흥미란 심리적인 ‘하고 싶은 것’과 규범적 의미로 ‘학습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려견을 ‘교육’ 또는 ‘훈육’ , ‘훈련’ 한다고 표현하는 영상에서, 학습자인 반려견이 소리를 지르고, 목줄에 매달려 발버둥을 쳤습니다.

교육의 과정적 준거에 위배되는 과정입니다.


저는 적어도 그러한 방법을 지상파 방송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줄 거라면, 그 훈련 방식이 어떤 원리에 의한 것이며, 어떤 부작용 (Side Effect)이 발생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함께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영상을 시청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교육 방식을 선택할 수 있을 테니까요.




미용을 거부하는 반려견을 가만히 있게 만드는 3가지 방법


 미용을 거부하는 반려견을 가만히 있게 만드는 방법에는 크게 세 가지 원리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긍정처벌이고 두 번째는, 부적강화와 홍수법, 세 번째는, 긍정강화와 체계적 둔감화입니다.


긍정처벌, 부적강화, 긍정강화 모두 미국의 행동주의 심리학자인 스키너의 학습이론입니다.


미용을 거부하는 반려견을 가만히 있게 만드는 첫 번째 방법 : 긍정 처벌

 ‘긍정 처벌’은 두렵거나 혐오스러운 자극을 더하여, 특정 행동의 빈도와 강도를 낮춘다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미용할 때 반려견이 물거나 발버둥 치려고 할 때마다, 목줄을 채거나, 안돼 또는 노!라고 크게 말하거나, 페트병이나 신문지 등을 이용하여 바닥을 내리쳐 큰 소리를 내는 등 반려견이 놀라거나, 두려워하는 자극을 주는 것입니다.


물거나 발버둥 치려고 할 때마다 혐오자극이 느껴지니 반려견은 고통 또는 두려움에 의해 무는 행동을 점점 덜 하게 됩니다.


미용을 거부하는 반려견을 가만히 있게 만드는 두 번째 방법 : 부적강화와 홍수법

‘부적강화’는 두렵거나 혐오스러운 자극을 뺌으로써, 특정 행동의 빈도와 강도를 낮춥니다.

주로 동물이 두려워하는 자극을 최대치로 쏟아붓는 ‘홍수법’과 함께 사용됩니다.


반려견이 두려워하는 자극을 홍수처럼 쏟아부어 최대치의 스트레스를 주고,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하는 것입니다.


미용을 예로 들어보면, 얼굴 빗질을 싫어하는 반려견의 얼굴을 잡고 아무리 발버둥을 치더라도 놓아주지 않는 것입니다.


계속해서 놓아주지 않으면 반려견이 어쩔 수 없이 포기한 채 힘을 빼게 되는데, 그때 잡고 있던 얼굴을 살짝 놓아줍니다. 그리고 미용을 하는 것이지요. 움직이면 다시 움직임을 통제하고, 얌전해지면 놓아줍니다.


첫 번째, 두 번째 방법과 비슷한 방법으로 아래와 같은 것들도 있습니다.

  

    소리치며 꾸짖기  

뒤집어서 배를 보이게 하고 노려보기  

    얌전해질 때까지 주둥이를 잡고 놓아주지 않기  

    초크 체인, 핀치 칼라로 고통 주기  

    어르고 달래며 끝까지 미용하기  


사람들이 이러한 방법을 선택하는 이유는, 문제 행동을 단시간에 멈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보다 체구가 작은 반려견이 제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야 길면 30분입니다.

문제행동이 굉장히 빨리 ‘고쳐진 것’ 같이 보이지요.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가져오는 부작용 (Side effect)입니다.


<처벌의 부작용 - 미국 동물 행동 수의사협회 (AVSAB)>

1. 처벌 방법에 의해 질병이나 상해의 원인이 됩니다.
초크 체인은 피부와 기관의 상해, 신경 장애로 인한 호너 증후군, 치사성 폐수종, 녹내장의 악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2. 문제행동을 처벌하다가 처벌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문제행동은 더 심해집니다.
항상 혼나던 개가 혼나지 않는 상황은 그 자체로 보상이 됩니다.

3. 처벌 상황과 관련한 주위의 소리와 사람 등 다른 것에도 공포를 일반화할 수 있습니다.

4. 처벌을 이용해 공격성을 억제하면, 개는 더 으르렁대고, 심하게 물게 됩니다.
참고 참다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 폭발적으로 공격을 하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방법은, 문제행동이 빠르게 고쳐진 것같이 보여도 향후에 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방법이지요.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


 마지막 세 번째 방법은, 긍정강화와 체계적 둔감화 이론을 기반으로 한 교육 방법입니다.

‘긍정강화’는 어떤 것 (대개는 학습자가 좋아하는 것)을 더하여, 특정 행동의 빈도와 강도를 높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개에게 ‘앉아’를 가르칠 때를 떠올리면 쉽습니다.

‘앉는 행동’을 했을 때, 옳지라고 말하고 간식을 주셨지요?

간식을 더 먹고 싶은 개는, 앉는 행동을 반복하게 되었을 겁니다.


체계적 둔감화는, 홍수법과 반대로 생각하면 쉽습니다.

동물이 두려워하는 자극을 최대치로 주는 것이 홍수법이었다면, 체계적 둔감화는 동물이 두려워하지 않는 수준으로 아주 약한 자극부터 시작하여 점진적으로 목표로 하는 강한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체계적 둔감화 이론을 미용 교육에 적용한다면 빗질을 싫어하는 반려견에게 반려견이 기다릴 수 있는 수준으로 빗을 멀리에서 보여줍니다.

긍정강화 이론을 적용한다면 빗이라는 자극이 등장해도 반려견이 움직이지 않고 기다려주었으니 옳지! 하고 칭찬하고 맛있는 사료나 간식을 줍니다.


연습을 반복하면서 빗질과 관련한 자극을 조금씩 더해 가면, 나중에는 여러 번 빗질을 해도 반려견이 스스로 기다릴 수 있게 됩니다.


이 방법은 반려견의 감정을 고려하여 교육 속도를 맞춰야 하기에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부작용이 거의 없습니다.

반려견이 교육 과정을 즐기고, 교육하는 사람을 좋아하게 됩니다.

미용실에 빨리 들어오고 싶어 하고, 미용사를 반기고, 미용 테이블에 먼저 올라가 기다리기도 합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많은 보호자들이 혼란스러워합니다.

어떤 훈련사는 이렇게 말하고, 어떤 훈련사는 저렇게 말하니까 어떤 방법이 맞는 방법인지 모르겠다고 하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맞습니다.

교육 방식이나 지침은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그러나 반려견에게 가장 윤리적이고, 효과적인 교육 원리에 대한 과학적 사실과 증거는 너무나 분명하고 일관성이 있으며, 몇 십 년 동안이나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바로, 칭찬과 보상을 기반으로 하는 교육법입니다.


우리는 모두 반려견과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 반려생활을 선택했고, 반려견을 아끼고 사랑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반려견이 고통받을 필요가 없고, 교육을 하는 사람도 받는 반려견도 즐거운 교육 방법이 있다면 여러분은 어떤 방법을 선택하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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