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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는 틈날 때마다 마음이 텅 비어버린 듯한 공허감을 견디기 어려웠다. 입 안에서 모래맛이 나서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어제는 조금 덜 했고, 푸석푸석해진 빵을 한 조각 먹었다.
오늘은 어제보다도 조금 더 마음이 가볍다. 오전 내내 몰아치는 업무를 해치우는 동안 차가운 아이스커피를 두 잔이나 마시고, 해가 쨍할 때 부지런히 빨래를 널었다. 내일, 모레, 그렇게 하루의 생기를 되찾는 날들이 점차 많아질 것이다.
훗날의 나는 지난날의 아픔을 돌아보며 상처가 아닌 따스했던 순간들을 기억하고 너와 내가 아닌 우리를, 그리고 우리가 함께 할 수 없게 되어버린 날들에 대한 아쉬움으로 그 모든 시간을 추억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