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수, 금 해가 지고 난 오후 8시 이후.
월, 수, 금 해가 지고 난 오후 8시 이후. 집집마다 바스락거리며 쓰레기봉투 묶는 소리가 부산합니다. 빈 페트병과 플라스틱을 한 데 모으고, 택배 상자를 반듯이 펼치고, 겹겹이 쌓인 신문을 노끈으로 눌러 묶습니다. 쓰레기가 가지런해집니다. 가지런해진 쓰레기는 그냥 쓰레기보다 한결 괜찮은 쓰레기가 된 걸까요?
재활용, 상자, 신문 묶음을 한 아름 들고 계단을 내려가다 이웃 여자와 마주쳤습니다. 그녀는 한 손에 종량제 봉투, 다른 한 손에는 작은 마대자루를 쥐고 있습니다. 자루 안에서 깨진 유리인지, 사기조각 같은 것이 절그럭거리며 부딪치는 소리가 납니다.
한데, 오늘따라 그녀의 인상이 낯섭니다. 어쩐 일인지 그녀의 오른쪽 눈두덩이가 치열한 경기를 치른 복싱선수처럼 퉁퉁 부어 있습니다. 문득 지난 화요일 밤, 한바탕 소란스러웠던 일이 기억났습니다. 무언가 와장창 깨지는 소리도 나고, 욕지거리도 오고 가고, 비명소리도 들리는, 꽤 격한 다툼 소리였습니다. 이 집이구나, 그녀였구나.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던 척할 수 없고, 나는 기꺼이 못 들은 척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웃이니까요.
양손에 쓰레기를 든 여자 둘, 하지만 우리는 차마 인사를 나누진 못했습니다. 발 밑을 조심하는 척하며, 봉투가 헐겁게 묶이진 않았나 괜히 살피는 척하며 서로를 애써 모른 척 지나쳤습니다. 우리는 이웃일 뿐이니까요.
그녀는 전봇대 근처로 가서 쓰레기를 내려놓습니다. 마대자루가 아스팔트 바닥에 닿자마자 날카롭고 요란한 소리가 납니다. 무엇이 깨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지난밤의 흔적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녀는 양손으로 허리를 짚은 채 마대자루를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봅니다. 퉁퉁 부어 반쯤 감긴 눈으로 올려다보는 밤하늘에서 무엇이 보일까요? 별도 달도 보이지 않는 흐리멍텅한 밤입니다. 나는 그녀가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어쩌면 그녀가 보고 있는 것은 아무런 반짝임 없이 깊고 새카만 어둠일지도요.
금요일은 쓰레기를 내다 버리는 마지막 요일, 주말엔 더 버릴 것이 없어야 할 텐데요. 다 내다 버린 것이길 바랍니다. 그녀의 눈두덩이 붓기만큼 남아있는 것은 없기를,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나는 그녀의 이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