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할 때의 커피, 쉴 때의 커피

커피 맛은 그날의 난이도가 결정하는 것일지도요

by 욘킴

일을 할 때 마시는 커피는 대체로 맛이 별로 없습니다. 제 입맛이 까다로운 편은 맞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회사의 커피머신이 특별히 저품질인 것도 아닙니다.


그냥 일을 하면서 마시는 커피는 뭐랄까, 의무감 같은 맛이 납니다. 의무감이라는 것에 맛이 있다면, 일을 하면서 오로지 카페인을 충전하려고 마시는 커피와 비슷한 맛일 것입니다.


특별히 어떤 맛이 난다기보다, 맛을 느낄 새도 없이 ‘일을 계속하자’라는 마음을 억지로 꿀꺽 삼킨 느낌입니다.


반대로, 쉴 때 마시는 커피는 이상할 정도로 다채롭습니다. 원두 이름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주제에 풍미를 제대로 음미하고 있는 것처럼요.


쉬는 날의 커피가 유독 맛있는 건, 커피가 실제로 맛있는 커피이기 때문인지, 아무도 저를 부르지 않는 시간 때문인지 구분이 애매합니다.


물론 갓 뽑은 에스프레소에 앵무새 조각 설탕과 레몬 한 조각을 곁들이는 것이라면 실제로도 풍미가 좋아서겠죠. 하지만 이 맛있는 조합도 일을 할 때 마시면 감동이 덜할 것입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 맛있는 조합도 말입니다.


문득 생각해 보면, 커피 맛 자체가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닐지도 모릅니다. 일할 때는 일하는 맛이 나고, 쉴 때는 쉬는 맛이 나는 것뿐이니까요. 결국 커피 맛은 그날의 난이도가 결정하는 것일지도요.

keyword
목요일 연재
이전 01화AI 시대, 생각하는 능력에 대한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