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는 벌레도 못 잡아

by 욘킴

나는 벌레를 무서워합니다. 아주 어릴 땐 벌레를 손바닥 위에 올려두거나 아무렇지 않게 잡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만, 어느 날인가를 기점으로 나는 그것들을 쳐다보는 것조차 불가능해졌습니다. 특별한 사건도 이유도 없이, 어느 날 문득 내 삶에 압도적으로 무서운 대상이 출현한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대개 벌레를 싫어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보통은 그 수준이 불쾌함 정도에 머무릅니다. 마음만 먹으면 눈 질끈 감고 휴지라던지 살충제를 집어 들고 단숨에 상황을 종료시킬 수 있는 수준 말입니다. 내가 벌레를 발견하는 순간 맞닥뜨리는 근원적인 공포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대체 무엇이 그토록 무서운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기괴하게 많은 다리가, 빛을 받으면 반짝거리는 겉모습이, 가느다란 안테나 같은 더듬이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일상의 질서를 단숨에 무너뜨리는 정체불명의 침입자처럼 느껴집니다. 이것이 가능한 최대한의 설명입니다.

그간 서너 차례 월셋집을 전전하며 거처를 옮겨 다니는 동안, 나는 단 한 번도 내 손으로 직접 살아 움직이는 벌레를 제압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일단 벌레를 발견하는 순간 몸 안의 스위치가 '딸깍' 하고 눌리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도록 굳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보이지 않는 한계선 같은 것이 생겨나고, 그 선을 넘는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립니다.


그렇게 꽁꽁 굳은 채로 멍청하게 서 있으면(또는 비명을 지르고 있으면) 항상 누군가 나를 대신하여 잡아주었습니다. 엄마, 아빠, 친구, 남자친구, 때로는 인터넷 설치기사님이 그 역할을 맡아주었습니다. 말하자면 나는 혼자서는 벌레 한 마리조차 잡지 못하는 사람으로 계속 살아온 것입니다.


그러다 며칠 전, 그런 상태로 사는 것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하게 느껴지는 사건을 겪었습니다. 새로 이사할 집을 알아보던 중이었습니다. 보증금도, 매달 나가는 월세도, 관리비도 모두 합리적인 데다 약간의 보수만 거치면 충분히 근사해질 만큼 상태가 준수한 집을 발견하였습니다. 여기까진 완벽했습니다.


하지만 싱크대 밑을 느릿느릿 기어가는 바퀴벌레 한 마리를 목격한 순간 모든 것이 정지되었습니다. 너무 크고 까맣고, 다리도 튼실해 보이는 녀석이었습니다. 나는 말 그대로 기겁하여 수전의 수압도, 전기도, 가스도, 무엇 하나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도망치듯 그 집을 뛰쳐나오고 말았습니다. 차마 "바퀴벌레 때문에 못 살겠어요"라고 말하진 못하고, 이러쿵저러쿵 얼버무리기 바빴습니다. 괜찮은 공간에서 살 기회를 허무하게 놓쳐버리고 만 것입니다. 안일하게 여겨오던 나약함이 기어이 현실 세계의 중대한 결정을 방해하기 시작한 순간이었습니다.


만일 내가 "사고 이후로 운전대를 잡는 것이 꺼려집니다"라고 말한다면,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충분한 공감을 보낼 것입니다. 하지만 "벌레가 무서워서 그 집을 계약하지 못했습니다"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미심쩍은 눈초리로 나를 바라볼 것이 분명합니다. 교통사고 트라우마 같은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층위의 나약함으로 비치기 때문입니다. 벌레 따위로 인해 꼭 해야 할 일을 해내지 못한 사람 말입니다.


그래서 나는 "혼자서는 벌레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사람입니다"라고 선뜻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타인의 도움 없이는 자신의 공간조차 온전히 방어하지 못하며, 심지어 그 적수가 고작 작고 혐오스러운 벌레 따위이라고 시인하는 꼴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벌레를 무서워한다는 것은, 이제 나의 독립심마저 자극하는 꽤나 실존적인 문제가 되어버렸습니다. 혼자서는 이케아에 갈 수 없으니 다시 운전 연수를 받아야겠다는 다짐보다 훨씬 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 말입니다.

올해 나의 가장 큰 목표는 내 일상에 예고 없이 출몰하는 작고 기묘한 침입자들에 대한 공포심을 극복해 내는 일입니다. 누군가에게 벌레 좀 잡아달라 간청하는 대신, 내 손으로 직접 침입자를 제압하고 뒤처리까지 깔끔하게 마친 뒤, 원래 하던 평화로운 일—독서라던지, 드라마 감상과 같은—을 덤덤히 이어갈 수 있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마음에 들었던 집도 놓치지 않고요.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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