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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않인 Jul 12. 2021

2021 KQFF 메모

한국퀴어영화제 월드퀴어시네마


2021 KQFF 메모


* 각 작품의 핵심 전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이번 한국퀴어영화제에서 본 열 몇 개의 단편 중 서넛을 골라 떠오르는 말들을 적어 봤다. 말이 떠오른 작품을 택해 적었다고 해야 맞겠다. 그냥 쓰고 싶은 게 있으면 쓴 것이므로, ‘평가’와는 상관 없다. 어쩌다 보니 다 월드퀴어시네마5 섹션에 속해 있다. 그 무렵 정신적 컨디션이 글쓰기에 적합했던가 보다.



<놓아주는 법>(2019). 왓챠피디아 이미지.


<놓아주는 법>(2019, 감독: 구스타보 가메로)

화면에 잡힌 얼굴은 하나, 목소리는 둘. 일 년 전 만났던 그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는 호텔에 왔다. 수영장, 방, 욕실, 복도, 방. 머무는 공간이 바뀔 때마다, 그곳에 담긴 기억이 대화로 들려온다. 현재의 그에겐 대사가 없다. 배우의 행동과 표정으로, 관객은 그의 목소리가 둘 중 어느 것인지 유추할 수 있다. 서사 자체는 평범하지만, 주로 회상씬에 잠깐씩 쓰이는 편집법을 탁월하게 가져온 덕에, 쓸쓸하게 아름다운, 독특한 작품이 나왔다.


<오빌+밥>(2020, 다큐멘터리, 감독: 앨런 그리스월드)

그날 센트럴 파크, 밥은 오빌의 코듀로이 팬츠에 반했다. 다른 배경에서 자랐지만, 닮아 있었다. 타인을 케어할 줄 알고, 새로운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두 사람, 48년을 함께했고, 아마 앞으로도 함께할 것이란다. 아니, 이들의 러브스토리로 근 오십 년 미국사를 다시 써야 하지 않을까.(오바) 실재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라, 굳이 덧붙일 말은 없다. 오빌은 말한다. “나는 한 번도 내가 게이라는 것을 부끄러워 한 적이 없어요.” 또 밥은 말한다. “나는 내 성 정체성이 종교에 어긋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공존 시키려고 애썼죠.”


<어떤 만남>(2019, 감독: 이반 로웬버그)

아르셀리아는 아침마다 루루의 코에서 숨의 흔적을 확인하고, 희미해진 그의 눈썹을 그린다. 대학생인 줄리안은, 다듬은 눈썹 때문에 엄마에게 혼난다. 어느 날 아침, 루루가 죽었다. 40년을 함께 산 파트너인데, 사망증명서를 받으려면 재판에 서야 한다. 아르셀리아는 루루의 친척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줄리안을 만난다. 홀로 장례를 지키다, 옆에 줄리안이 앉자, 아르셀리아는 비로소 울기 시작한다. 아르셀리아의 눈썹은 아르셀리아의 것이고, 줄리안의 눈썹은 줄리안의 것이다.


<우리와 하늘 사이의 거리>(2019, 감독: 바실리스 케카토스)​


배경은 주유소, 서사는 별 거 없다. 우연히 마주친 두 스트레인저의, 흥정을 가장한 플러팅.  ‘우리와 하늘 사이의 거리’도 흥정의 대상이다. 대부분이 핸드헬드 클로즈업 샷. 흔들리는 공기가 느껴지고, 서로를 훑는 눈이 두드러진다. 핵심은 대화의 내용이 아니라 둘 사이에 맴도는 긴장이지만,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대화의 흐름이, 그것을 유지하는 끈이 된다. 소품을 매개로 주고받는 호흡, 카메라의 움직임과 각도 같은 것들이 맞물려 미묘한 긴장을 끊임없이 흘려 넣는다. 홀린 듯 끌려가다 어느새 작품이 끝나면, 이 경험은 한 번으론 부족하단 것을 깨닫는다.

(작년 온라인 칸에서 보고 반해서 몇 번 돌려봤던 작품. 상영작 리스트에서 발견하고 기뻐했다. 극장에서 볼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한글 자막 있는 게 어디야. 이번엔 세 번쯤 보고 잠들었는데 한 번 더 볼 걸 하고 아쉬워했다.)


<우리와 하늘 사이의 거리>(2019). IMDB 이미지.



*감상은 여기서!!

https://purplay.co.kr/off/movie_schedules.php?fvCode=kqff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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