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p Chrome
아티스트: The Neighbourhood
앨범: <Chip Chrome & The Mono-Tones>(2020)
페르소나: Chip Chrome
"오 맞아. 난 @jesserutherford를 27세가 되자마자 죽였어. 27세에 죽었다고."
(L: 별로 미묘하지 않은not so subtle 27클럽 레퍼런스네.)
"정확해. 우스꽝스러운 모티브지. 진짜로, 난 이게 재밌었으면 좋겠어, 갖고 놀고 싶어. 그니까, yo, 누가 몸을 은색으로 칠하고 스판덱스 수트를 입냐고."
-Jesse, Jan 2020, “Who the Fuck is Chip Chrome?” interview by. Lily Patterson
[interviewmagazine.com]
‘얼터너티브 록 팝 알앤비 밴드’(Lily Patterson) The Neighbourhood의 프론트퍼슨 제시 루더포드는 27세가 되던 날, 본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죽였다’. 일 년 쯤 후, 그의 페르소나 Chip Chrome이 ‘태어났다’. SNS, 뮤직비디오, 스튜디오 라이브, 공연 포스터, 앨범 커버에 등장했다. 온통 은빛의 머리카락과 피부, 같은 색의 스판덱스 수트를 번쩍번쩍 빛내며.
The Neighbourhood의 앨범은, 완전히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삼분의 일 정도는 되풀이해 듣고, 나머지는 잘 듣지 않는다. 그래서 ‘좋아하는 밴드’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모두 다 ‘좋은 음악’들이란 것은, 잘 모르는 선에서 대강 알고 있다. <Chip Chrome & The Mono-Tones>도, 분류하자면 그렇지만- 사운드만 대강 훑었을 때, 넓어졌다, 아니 지니고 있던 범위를 이제야 드러내기로 했다,에 가깝겠다. 이전의 앨범들을 뒤덮었던 어두운 정서와는 다른 뭔가가 있다. 먹구름이 걷혔다기보다는- 그 구름 위로 올라선 느낌이다. 어느 정도 세상이나 감정에 거리를 두고 표현하는, 통달한 예술가의 우울함이 묻어난다. 이 밴드-특히 제시 루더포드-에겐, 힙합부터 알앤비, 록, 컨트리까지 닿는 폭이 있으며, 그 모든 장르에서 그들만의 shit을 끌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몇 곡을 집착적으로 반복하고 있는 건, 달라진 사운드 때문은 아니다. ‘캐릭터’의 영향이다. 그러니까, 앨범 리뷰 같은 걸 쓰려는 건 아니다. 눈이 마주치면 크리피하게 해맑은 미소를 날리는 이 모노톤의 괴상한 존재가 마음 한구석에 들어온 후, 좀 이해해 보고자 비디오를 돌려보고 가사를 해석하고 인터뷰를 몇 개 읽는 과정에서-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을 옮겨오고, 든 생각들을 대강 정리한 모음쯤 되겠다.
일단, 아름다운 러브송이 반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이번 앨범에서, 그렇지 않은, 내가 주로 듣는 곡 몇을 제멋대로 살펴볼까 한다. 제시는 곡에 어울리는 분위기로 ‘연기’가 가능한 보컬이다. ‘The Mono-Tones’는, 화자를 (아마)여성으로 설정해 남성중심적인 사회를 개인적이고 자기파괴적인 톤으로 적은 트랙이다. 제시는 바뀐 목소리로 불안하게 중얼거리듯 노래한다. 러닝 타임은 고작 1분 남짓, 강렬한 사운드도 없지만, 튄다.
‘Devil’s Advocate’은 시니컬하다. 인트로 “One, two, three, four”의 어눌하게 굵은 보이스, 악마적 비명이나 웃음 같은 디테일. 펑키하고 리드미컬한 사운드. 여전히 섬세하지만 부드럽거나 곱기보단 새되고 건조한 구석이 있는 보컬. 공기를 많이 넣어 가볍게 굴리고 끊는다.
Look, I don't want to try
Keep it cool like iced tea
So if I seem shy
It’s ‘cause you seem so shiesty
있지, 난 노력하고 싶지 않아
아이스티처럼 쿨하게 있고 싶다고
내가 수줍어 보인다면
그건 당신이 별로 믿을 만해 보이지 않아서야
(……)
I’m the devil’s advocate
You don’t know the half of it
Good luck tryna manage it
If a god is a dog and a man is a fraud then I’m a lost cause
난 악마의 대변인
넌 이게 뭔지 반도 몰라
행운을 빌어, 어떻게 좀 하려고 해보든가
신이 개고 인간이 사기꾼이라면, 나는 잃어버린 이유.
(……)
Married to my friends
They don’t always like me
We stay together for the kids
Gotta do the right thing
친구들과 결혼했어
날 항상 좋아하진 않았지
애들을 위해 함께 지내
옳은 일을 해야 하잖아
-‘Devil’s’ Advocate’, <Chip Chrome & The Mono-Tones>
‘악마의 대변인’. 그는 무관심하게 의심한다. 최선을 다해 위선을 부리고 또 숨기는 인간을, ‘척’을 쿨하게 드러냄으로써 간단히 비웃는다. 자조적인데, 전처럼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느낌이 아니다. 속으로 파고들며 늘어지는 대신, 감정을 배제하고 거리를 둬 흥까지 돋운다. 그렇게 중독돼 가사를 중얼거리다 의미를 깨닫고 속이 묘하게 서늘해지도록 만든다.
모던하고 시크한 팝록 다음은 컨트리 블루스 스타일이다. 절제된 처연함이 담긴 보컬이 담백하게 감정과 무게를 싣는다. 가사는 시적이면서도 꽤나 직관적이다. 노력과 고난, 의지와 좌절 따위를 정제해서 내려놓는다. 확 달라지는 리듬과 보컬의 조합이 중독적이어서, 두 오디오 혹은 비디오를 이어 반복 재생하게 된다.
I went through hell
To get to high water
And now I’m trying not to drown
Each time I fail
It makes me try harder
I’ll reach the stars next time around
지옥을 건넜네
최고조에 다다르기 위해
이제 잠겨버리지 않으려 애쓰고 있지
실패할 때마다
더 열심히 노력하게 돼
다음 번엔 별에 닿을 테지
-‘Hell or High Water’, <Chip Chrome & The Mono-Tones>
~Starring Chip Chrome~ 비디오의 한 축은, 제시가 ‘연기’하는 칩이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류의 것들이다. ‘Lost in Translation’에서는 나비넥타이를 하고 탬버린을 치며 옛 팝스타 모양새로 노래했다. ‘Devil’s Advocate’에서는 멋쟁이 카우보이 점퍼를 걸친 채 걷고 달리고 모자를 휙 날렸다. ‘Hell or High Water’ 속 아이템은 밀짚모자, 스카프, 그리고 콧수염. 수트 대신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이다. 일명, ‘Western Chip’의 두 번째 스타일이다.
배경은 붉은 불빛이 도는 세트장이다. 신경이 곤두선 목소리가 ‘액션’을 외치고, 미스터 칩의 행방을 찾는다. 허구의 인물 칩이 컨셉 뮤직비디오를 찍는다는 설정, 리얼의 형식을 빌린 완전한 픽션이다. 비디오 속 비디오가 플레이되자마자, 칩은 카메라에 이를 비춰보며 낀 것을 빼는 시늉을 하곤 바로 공연을 시작한다. ‘꾸미지 않은’ 모습. 시선을 허공에 둔 채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데에 열중한다. 감성에 젖어있던 얼굴이, 마지막 순간 휘파람과 함께 장난스럽게 뒤집힌다. 여기서, 내추럴한 듯 보였던 제스처마저 전부 계산된 것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드러난 상반신 전부를 화장하는 칩의 모습을 갑자기 상상했다.
바로 머천다이즈 광고 영상이 이어진다. ‘평소’대로 머리를 넘기고 스판덱스를 입은 칩이, 온통 은빛으로 도배된 룸에서 체인을 돌리고 있다. 크레딧에 흘러나오는 ‘WHOTHEFUCKISCHIPCHROME.COM’은 칩 크롬 인스타그램 프로필에도 적혀 있는 주소다. 클릭하면 실제 머천다이즈 판매 사이트로 이동한다. 무심코 구경하다, 웬 만달러짜리 핀볼머신을 발견했다. 심지어 솔드아웃 된 상태였는데, 누가 정말로 산 건지, 예술 상품화의 극단적 예시로 농담처럼 올려 놓은 건지….사실 앞 문장이 농담이지만, 칩 크롬은 그런 상상마저 하게 한다는 거다.
그렇다면, 칩 크롬은 뭘까. 기간 한정 컨셉 마케팅? 일회성 페르소나? 이 흥미로운 형상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면, 반 세기쯤 전 지구에 방문했던 한 아름다운 크리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2년 반 정도 칩에 대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어. 맞아, 그 이름, 그 모든 shit이 있었지. 분명, 보위가 큰 레퍼런스reference이긴 했어.. 으어 그 표현 좀 싫다. 큰 영감inspiration 이라고 할래. 좀 재밌어; 어렸을 때 그에 대해 사람들이 말하는 걸 듣곤 했지만, 별로 관심이 없었어. 힙합이나 모던 팝에 좀 더 끌렸거든. 처음에는, 인터뷰에 완전 빠져가지고, 그냥 이 사람이 말하는 걸 계속 봤어. 그리고 나서 음악. 난 항상 사이에 껴 있는 놈in-between fella이었어. 이쪽도 아니고, 저쪽도 좀 아니고. 완전 ‘남성적’이지도 않고, 또 완전 ‘여성스럽’지도 않고… 솔직히 말하면, 난 쫌 혼란스러운 사람이야. 보위가, 길을 잡는 걸 도와줬어. 그니까, 자 여기, 이게 청사진이야, 건축가 같지. 내가 그와 같다는 소리는 전혀 아니고."
-Jesse, Jan 2020, interview by. Lily Patterson [interviewmagazine.com]
결과적으로 라스트 트랙이 된 ‘Middle of Somewhere’가-그러니까 칩 크롬의 이미지가-처음 공개됐을 때 The NBHD의 팬들과 동료 아티스트들은 제각각 다른 색의 호기심이나 흥미를 느꼈을 것이다. 제시의 아이디어였다는 이 비디오에는, 칩이 산속에서 이리저리 탐색하듯 돌아다니거나 기타를 치는 모습, 제시가 수영을 하는 모습 따위가, 빛이 많이 들어간 저화질 화면으로 콜라주되어 있다.
‘Pretty Boy’ 비디오 오프닝에도 칩은 ‘방금 도착한 것처럼’, 주위를 제 빛으로 밝히며 어두운 숲 속에 서 있다. 흘러나오는 건 첫 트랙 ‘Chip Chrome’. 빈티지한 우주적(?) 금속성 사운드다. 외계 생명체가 지구에 착륙하는 효과음처럼 들린다. ‘Lost In Translation’에서 데본 칼슨은 피부를 녹색으로 칠한 채 등장하고, ‘Hell or High Water’의 붉은 배경은 왠지 화성을 연상시킨다. 칩이 꼭 지기처럼 외계에서 뚝 떨어진 존재가 아닐까 추측하게 된다.
"이 비디오 (Middle of Somewhere)는 칩 크롬의 conception 같은 건데, 현실에서 보여지는. 비디오의 끝에 가면 카메라의 위치가 뒤집히고(‘pans back’이 원래 표현인데 영상을 바탕으로 옮긴이가 알아보기 쉽게 옮김), 기타를 치는 나, 혹은 내 그림자가 나와, 그리고 언덕을 배경으로 희미해져. 그게 내가 Coldwater에 있을 때 매일 보던 광경이야. 버섯 몇 개 따먹으면(아마 환각버섯), 아마 언덕 위의 은색 남자를 보게 될 걸.
-Jesse, Jan 2021, interview by. Graham Corrigan [complex.com]
제시는 비디오 속 칩의 이미지에 ‘환각/비전’의 뉘앙스를 입혔다고 말한다. 앞서 ‘외계에서 뚝 떨어진 존재’라고 적었는데, The NBHD 공식 유튜브에 올라온 리릭 비디오를 트랙 순서대로 시청하면, 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제시가 (가끔 카메라를 의식하며) 칩 분장을 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갑자기 나타난 외계인이 아니라, ‘이러한 과정의 분장을 마친 아티스트’라는 생각이 든다. 왜 제시 루더포드는, 이 아이디어를 뮤직비디오나 앨범 커버 스타일에 ‘대충 멋지고 모호하게’ 써먹지 않았을까, 왜 굳이 고민해 구체화하고, 스스로 그것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을까.
크리에이터creater이자 퍼포머performer 본인이 보위의 지기 스타더스트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확인해 주었으므로, 나름대로 떠오른 이미지로 비교해 본다. 지기가 -정말 우주에서 온 것처럼- 새로운 가능성과 자유로 꽉 찬 채 무지개색으로 반짝반짝 빛났다면, 칩은 텅 빈 속을 번쩍이는 모노톤으로 덮고 있다. 바로 그것이, 페르소나를 통해 아티스트가 전하려는 정서 중 하나인 듯 하다.
Always running away
Looking for an escape
Everyone is an alien
When you’re trying to find your place
늘 달아나
도피처를 찾아 헤매며
모두가 외계인이 돼버려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고 할 때면
Trying to stay out of my head
머릿속에 빠져버리지 않으려 애쓰고 있어
-‘Middle of Somewhere’, <Chip Chrome & The Mono-Tones>
온몸에 은칠을 하고, 가짜 미소를 짓는다. 드러난 이에는 금빛 격자무늬 커버가 씌워져 있다. 보이지 않는 가면을 시각화해 스스로에게 입혔다. 가면을 쓰고 있음을 인정해야, 벗을 수 있다. ‘Pretty Boy’ 비디오에는, 칩의 ‘내면’이 비친다. 사람들 앞에서(but ‘홀로’) 공연하지 않을 때는 홀로(but “as long as I got you”)시간을 보낸다. 이층 버스에 널브러져 하늘을 올려다보고, 길거리에서 쓸쓸히 술잔을 들고, 무표정으로 분장을 지우고, 호텔 소파에 지쳐 쓰러진다. 공터에 주저앉아 자조적으로 괴상하게 웃기도 한다.
"프리티 보이는 곡 자체도 비디오도 거의 마지막 순간에 나왔는데….원래는 내 모습, 그러니까 ‘진짜’ 내 모습을 칩 비디오에 넣고 싶지 않았지만, (감독)Ramez의 컨셉이 진짜 좋았고, 그를 믿는 수밖에 없었지."
(G: 메이크업을 지우기 시작하는 순간까지, 칩이 인간인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함께 들잖아.)
"그게 바로 지금 우리 모두가 중독된 거라고 생각하는데, 갖고 있는 정보로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를 몰라. 사회로서의-우리들이 하고 있는 건, 커튼을 걷어내고, 그 뒤에 있는 모든 역겨운 bullshit을 들여다보고, 거기서부터 시작해 보는 거지, 앞으로 나아갈 방법은 모르는 채로. 뭔말인지 알겠어?(……) 이 비디오가 내게 상징하는 건 그거야. 장막 뒤를 보여 주는 거, 그게 말 그대로 진실이야. 내가 바로 이 남자야, 할리우드에 살면서 여기 나와서, 스스로를 페인트칠하고 있는. 뭐 이런 거지, “너 뭐하고 있는 거야?”"
-Jesse, Jan 2021, interview by. Graham Corrigan [complex.com]
인터뷰어가 말했듯, 장갑을 벗은 채 식사를 하거나, 메이크업을 지우거나, 호텔 소파에서 잠드는 모습에서 ‘칩이 인간’ 임이 드러난다. 감독이 같으며, 전체적 컨셉과 내러티브가 연결되는 ‘Stargazing’ 비디오는, 애초에 칩과 제시를 구분하지 않는다. 제시는 칩 크롬 분장을 하던 도중 파트너에게 키스하거나, 분장을 지우거나, ‘제시’의 모습으로 노래한다. The NBHD와도, 픽션과 현실을 섞어 로드무비 형식으로 연결한다. 모노톤즈 두건을 쓰지 않고 있는, 혹은 쓰고 있다가 벗는 맴버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경계를 허물기로 결정한 듯하다. Chip Chrome을 The NBHD의 ‘Thing’으로 유지하며, 점차 그 의미를 관객, 다른 아티스트들과 함께 넓혀 나가기로 했다는 의미로 봐도 될까.
"(생각을)별로 많이 하진 않아. 그게 이 컨셉의 사랑스러운(he said ‘lovely’) 부분 중 하나야, 최선의 결과물을 내야 하는 팀에서 일하는 것과 같아.(……) 팀의 다른 사람들도 네가 하는 것처럼 각자 자신의 역할을 하지. 그니까 내 아이디어가 칩 크롬에 관한 거였다면, 내가 할 일은, 가서, 메이크업을 하고, 기타를 치고, 곡을 쓰는 걸 돕고, 할 수 있는 걸 하는 거라고 생각해. 여기서 칩이 훌륭한 점은, 다른 창의적인 사람들의 상상력에 불을 지핀다는 거야, “오오 이걸로 이걸 하면 어떨까? 저걸 한다면 어떨까?”"
-Jesse, Jan 2021, interview by. Graham Corrigan [complex.com]
그저 ‘환각’으로 나타났다 사라질 수도 있었던 ‘언덕 위의 은색 남자’는 -아티스트가 때로 자신을 투영하는- 영감의 실마리가 되었다. ‘Middle of Somewhere’ 비디오, 크레딧이 지나간 후, 도어홀을 통해 칩이 보인다. 문을 두드린다. ‘문을 두드린다’. 새로운 페이즈를 여는 제스처 같기도 하고,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의 가면을 나누자는 뜻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Stargazing’에서도 칩은 노크한다. 문이 열리면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동전을 건넨다.
칩 크롬은 예술가와 장사꾼, 스타와 이방인을 오간다. 과연, 영감을 흩뿌리고 스스로도 풍부해지며 지구를 탐색하는 중이다. ‘척’을 자랑스럽게 드러냄으로써 사람들이 가면을 깨닫는 것을 돕는 -이 21세기의 페이크 에일리언이 떨구고 도망갈 은빛 가능성이 벅차다. 반 세기가 지났을 때, 칩 크롬은 무엇이 되어 있을까, 무엇으로 기억될까.
(…..) "요새 돌리 파튼에 완전 빠져 있거든- 그는 내가 하고 있는 것에 훌륭한 레퍼런스가 돼 줬어, 왜냐면 돌리는 이렇게 말할 거란 말이지, “그래, 내가 밖에서 ‘척’한다고들 생각한다지, 난 신경 X도 안써, 왜나면 난 그렇거든! 그렇게 보이고 싶어. 그래도 괜찮아, 내게서 나오는 게 무엇보다 진짜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걱정 안 해."
-Jesse, Jan 2020, interview by. Lily Patterson [interviewmagazine.com]
* 참고 인터뷰
https://www.interviewmagazine.com/music/chip-chrome-jesse-rutherford-the-neighbourh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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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용으로 열고 닫았다. 내 기준 그다지 본격적인 덕질로부터 나온 글은 아니다. 좋아하는 곡의 가사만 옮겼다. The NBHD에 대한 내 팬심은 상당히 제멋대로인데- 말했듯 부분만 좋아하지, 나머지는 들으면 듣는 정도였다가- 칩 크롬/제시 루더포드의 페르소나/이 말도 안되는 실버 스판덱스를 입은 페이크 에일리언fake alien을 향한 이상한 낫 소 페이크not so fake 러브에 빠져 버렸다. 별로 진지한 건 아니다. 컨셉아트에 환장하는 탓도 있다. ‘Devil’s Advocate’와 ‘Hell or High Water’를 날마다 반복해 듣거나 보는 정도다. ‘Pretty Boy’는 그 쓸쓸함이 좋아서 비디오로 자주 본다. 아무튼. 들었을 때 심장이 빠르게 뛰거나 머리 한구석이 짜릿해지는(맞다 나는 좋아하는 곡을 들으면 되풀이한 횟수와는 상관 없이 정말 순간을 견딜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다..는 생각을 할 새도 없이 빙빙 돌아버린다…)건 그 둘에 ‘Middle of Somewhere’까지, 단 세 곡이었다는 건데, 그 셋을 지나치게 좋아하다가 전체 앨범과 잘 듣지 않던 이전의 곡들마저 다 좋아하게 되는 중이다. 앞에서 ‘The NBHD를 좋아하는 밴드로 분류하지는 않는다’고 적었다. 음, 곧 번복하게 될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