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She Goes Again’
Velvet Underground & Nico - ‘There She Goes Again’, King Princess ‘Cover’
Feat. <Metallica Blacklist>, ‘Repetition’.
애니 클락은 재해석의 퀸이다. 매번 완벽하고 예상치 못한 방향의 커버/리메이크를 해낸다. 최근 그는 두 개의 헌정/다시부르기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먼저 <Metallica Blacklist>. 몇십 그룹의 아티스트들이 저마다 메탈리카 ‘블랙 앨범’의 페이버릿 트랙을 재해석했다. 그 중 YB가 있어 한국에서도 살짝 화제가 됐다. 메탈리카를 즐겨 듣지는 않으나, 세인트 빈센트와 케이지 디 엘리펀트(+로얄블러드)의 이름이 한 줄에 있는 것을 보곤 신나했었다. 애니 클락은 나를 녹였고, 그와 같은 곡을 택한 YB와 로얄블러드는 각자의 스타일로 원곡을 잘 살린 방향의 레코딩을 해줬다. 케이지 디 엘리펀트는…..놀라웠다. 세인트 빈센트는 얼마 뒤 <I’ll Be Your Mirror>: Velvet Underground & Nico Tribute 앨범에도 이름을 올렸다. 트랙리스트를 훑다, 킹프린세스가 있는 것을 보고 입을 쩍 벌렸다.
고백하자면, 킹프린세스를 잘 듣지 않는다. 그를 아주 좋아한다. 비주얼도, 가사도, 음색도, 컨셉도, 모두 좋아하고 리스펙하지만, 단순히, 사운드가 내 취향이 아니다. 그의 음악은 대개 팝으로 분류된다. 팝발라드, 알앤비, 가끔 얼터너티브 포크. 비주얼도 음색도 매우 락스타의 그것인데 별로 락스러운 트랙을 만들지는 않는다. 음악적 취향의 베이스가 로큰롤인 나로선- 가장 취향인 트랙을 꼽으라면, ‘Ohio’, 그것도 그룹사운드가 하드해지는 후반부만이다. 그렇게 한동안 듣지 않고 있던 킹프린세스가 한 ‘There She Goes Again’ ‘커버’가 귀를 확 깨워버렸던 것이다.
https://youtu.be/V2o6RrExeuk
But there she goes again
She’s out on the street again
She’s down on her knees, my friend
But you know that she’ll never ask you please again
Now take a look, there’s no tears in her eyes
And she won’t take it from just any guy
What can you do?
You see her walkin’ on down the street
Look at all your friends that she’s gonna meet
You better hit her / But don’t hit her
There she goes again
She’s knocked out on her feet again
She’s down on her knees, my friend
But you know that she’ll never ask you please again
Now take a look, there’s no tears in her eyes
Like a bird, you know she will fly
What could you do?
You see her walkin’ on down the street
Look at all your friends that she’s gonna meet
You better hit her / But don’t hit her
Now take a look, there’s no tears in her eyes
And like a bird, you know she will fly
Oh, you see her walkin’ on down the street
Look at all your friends that she’s gonna meet
She gon’ bawl and shout, she gonna work it out
She gonna work it out
Bye, bye, b-bye, bye, b-b-b-b-bye, bye
-‘There She Goes Again’, written by Lou Reed
평소 잘 쓰지 않던 종류의 목소리는 색달랐고, 최고였다. 원곡의 클래식 로큰롤 보컬을 힘있게 살리면서도 특유의 끈적함을 추가했다. 그러나 이 글에서 초점을 두려는 요소는 가사다. 구성까지 거의 그대로인데, 딱 한 부분을 바꿨다. 반복되는 코러스의 마무리에 빠르게 뱉는 구절, 루리드는 원래 ‘You better hit her그녀를 때리는 게 낫겠어’라고 썼다. 킹프린세스는 ‘But don’t hit her근데 그녀를 때리지는 마’로 불렀다.
‘친구여, 그녀는 이제 눈물을 흘리지 않아, 네게 매달리지 않을 거고, 또다시 거리로 나가 네 친구들을 만날 거야.‘ 대강 그런 식의 가사다. ‘아마도’ 매력적이고, ‘아마도’ 바람둥이고, 그런 ‘그녀’가 이제 너 말고 다른 남자들을 만나리란 흔한 이야기다. 자유롭고 주체적인 여성에 대한 묘사,라고 설명하는 건 너무 꿈보다 해몽, 초점은 실연 당한 남자의 ‘불쌍함’에 있다. ‘화자의 말=창작자의 메시지’로 보는 건 매우 일차원적이거나 틀린 해석이다. 그러나 앨범 전체를 살핀 후, 곡의 맥락 안에서 읽어봐도, ‘You better hit her’에 별다른 속뜻이나 반어적 뉘앙스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뜯어보자면 그렇다는 것 뿐, 당장 문제 삼으려는 건 아니다. 무려 반 세기 전 곡이 아닌가. 루리드가 어떤 사람이었건- 당시에는 일상적이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적었을 가능성이 높다. 역사적인 앨범이고, 트랙이다. 그러나 미소지니적 뉘앙스가 있는 가사고, 고민 없이 데이트폭력을 암시하는 구절이다.
‘But don’t hit her’. 그 단순한 변화로 곡의 의미가 달라진다. 동일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가사가, 끝난 관계를 물리적 힘으로 덕지덕지 꿰매지 말고, 자기연민을 핑계로 범죄자가 되지 말고, 그녀가 날아가도록 놓아주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There she goes again”을, 여성이고 게이인 그가 멋들어지게 뱉는 행위부터가 전복이다. 킹프린세스는 더 나아갔다. 그저 ‘따라 부르지’ 않았다. 흔한 ‘남자의 곡’을 문장 하나와 함께 간단히 뒤집어, 달리 완성했다.
미카엘라 스트라우스는 늘 그렇게, 망설임 없이 클리어해버린다. 공주가 아닌 왕이 될 것이라는 선언조차 넘어, 왕이면서 공주인 새로운 존재로 거듭났다. 연인을 향해 ‘너는 여신goddess’이라고 속삭이는 대신 ‘니 푸시는 신god’라고 외쳤다. 이번에도 그랬다. 이 21세기 소녀-제왕은, 20세기 소년들의 로큰롤에 스며든 미소지니를, 클레버하게 클리어시켰다.
https://youtu.be/qQCJYicmO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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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십 년 전 곡이라 하여 다 ‘그렇지’만은 않다. 1979년 David Bowie의 <Lodger>에 수록된 ‘Repetition’은, 가정폭력을 소재로 한 곡이다. 단순히 묘사하는 게 아니라, ‘폭로’한다. “요리 따위도 못해?”는, 그녀가 ‘맞아야 하는 근거’가 아니라, 폭력을 행사하는 남자의 핑곗거리다. 화자는 말한다, “조니는 남자고, 그녀보다 커다래.”, “아마 그녀가 긴 소매 옷을 입으면, 멍이 드러나지 않을 거야.” 킹프린세스 버전 ‘There She Goes Again’과 동일하게 “Don’t hit her”이라는 구절이 있어 언급했다. 창작자가 말하려는 바와 통하나, 그것은 곡을 살핀 후 내린 ‘결론’이다. 작품의 주제는 단편적인 문장이 아니라, 맥락과 구성을 통해 해석된다. 역시 보위의 ‘China Girl’, Nirvana의 ‘Polly’ 등, 다른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곡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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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킹프린세스가 락스타일 곡을 몇 개 만이라도 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보다 강해졌다. 커버나 리메이크도 좋겠다. 밥딜런이나 티렉스 곡을 부르면 잘 어울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