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노 고 in 후지 미치히토 (2)
* 이전 글에서 이어집니다.
<신문기자(The Journalist)>(2022, Netflix)
<더 패밀리(The Family)>(2021, Netflix)
<아발란치(Avalanche)>(2021, KTV)
* <신문기자>(2022)의 구체적인 장면과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늘어난 주름과 짙어진 눈 밑 그늘은 단순히 나이의 지표가 아니다. 그동안 촘촘히 쌓은 연기의 흔적이다. 역할에 이입하는 과정에서 눈에 띄게 빠진 살로 인해 두드러진 뺨의 굴곡에, 아야노 고는 언어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무라카미 신이치의 고민과 고통을 고스란히 녹였다.
후지 미치히토 본인이 감독한 동명의 영화를 6부작 시리즈로 재구성한 작품, <신문기자>(2022). ‘사회적 정의’를 추구하는 개인들을 다루는 TV 드라마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아발란치>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무라카미도 다르다. 개성 뿐 아니라, 캐릭터 표현의 포인트에도 차이가 있다. 매력보단 심리나 행동의 변화, 표하는 가치가 중요하다. 겐지는 변화된 시스템 밖으로 추방되어 그 영향을 그대로 받는, 하부는 반대로 시스템 밖으로 나가 자신의 룰을 따르며 영향을 주는 사람이었다. 그들처럼 무라카미도 시스템 내 권력의 희생자이나, 위치가 조금 다르다. 말려들어 그 내부에 끼어 있다. 때문에 내내 흔들린다. 조심스럽게 파고드는 연기, 그에 맞춰 때로는 마구 뒤섞이고 때로는 가만히 관찰하듯 담는 연출이 만나, 인물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첫 등장에서 무라카미의 역할은 인물의 성격이 아닌 사건의 발단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후 전개에 위화감이 없으려면, 감정적 복선이 필요하다. 목적이나 사명감 없이 그저 일을 하고 있는데, 가볍거나 사무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머뭇거림은 없으나, 클리셰적 음흉함 또한 없다. 나직한 목소리와 눈, 미간에 짙게 드리운 주름에 아직은 해석하기 힘든 무언가가 담겨 있다. 그의 복잡한 차분함은 교차 편집된 마츠다의 뚜렷함과 비교된다. 아야노 고는 그 까다로운 균형을 신중하게 유지한다. 좀처럼 짐작되지 않던 그의 심리는 거짓말을 하라는 지시를 받은 순간 비로소 비친다. 어이없다는 웃음기를 묻힌 채, ‘제가 한 것은 사실’이라고 읊는다. 그때부터 아야노 고는 무라카미의 속내를 조금씩 화면에 풀어놓기 시작한다.
‘무시하라’며 아내의 걱정을 가볍게 넘기지만, 자신은 전혀 무시하지 못한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고정하지 못한 시선이 허공을 맴돈다. 마츠다를 사무적으로 거절하고 서둘러 차에 탄다. 확장된 눈을 굴리며 참았던 숨을 뱉는다. 명령을 수행하고, 비밀을 알게 되고, 그에 대한 상관들의 태도를 목격하며, 그에게 드리워진 그늘은 점점 짙어진다. 무뎌지기는커녕, 갈수록 더 괴로워한다. 스즈키의 경우 갈등이 시작되는 분명한 경계가 있었다. 무라카미는 그렇지는 않다. “상부의 뜻을 따르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여기고, 판단할 여유 없이 달렸다. 그 와중 이미 불의에 발을 들여 놓았고,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와버렸다. 본인이 ‘숨어야’ 할 정도로 이슈화 되고 나서야, 그게 관료로서 ‘할 수 밖에 없는’ 일이었으나, ‘해선 안 되는’ 일이었음을 깨닫는다. 잠깐 잊었던 마음 속 잣대가 되살아난다.
판단하거나 결정할 새를 주지 않고, 권력을 지닌 이들은 빠르게 ‘문제의 인물’을 숨긴다. 타다를 따라가는 무라카미의 입은 살짝 벌어져 있다. 점점 숨이 막혀오는 듯 하다. 천천히 발을 멈추고, 마침내 머금고 있던 숨을 조용히 뱉는다. 내부 정보 조사실로 출근하기 시작하고, 그의 얼굴엔 본격적으로 혼란이 들어선다. 지시를 받고, 한결같이 차분하게 답하는데, 그 사이에 틈이 있고, 끝은 가라앉는다. 그의 말대로 지시 받은 일을 했을 뿐이지만, 죄책감을 느끼는 이는 지시를 내린 권력자들이 아닌 힘없는 그라서, 쓸데없이 고민하는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좀처럼 희미해지지 않는 그의 ‘옳음에 대한 감각’을, 타다는 감시한다. “설마 사람이 죽을 지는 몰랐습니다.”, “기다려주세요, 이건,” 따위의 말들을 토해내는 순간을 눈여겨본다. 무라카미는 의문을 드러내기를 멈추지 않는다. 감추지 못해서 이기도 하지만, 지속적으로 불의를 목격하면서도 국가 권력에 대한 믿음을 아주 버리지는 않았기에, 두려워하면서도 감출 생각을 ‘않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수긍하지만, 얼굴엔 무게가 그대로 남는다. 자신과 가족의 앞날에 대한 불안 또한 섞여 있다. 그것을 이용해 타다는 그를 손바닥에 올려두고, “책임을 느끼지 말라”고 구슬렸다가, 후엔 “다 니 탓이 될 수도 있다.”며 위협한다.
스즈키의 자살 소식을 들은 무라카미, 목과 얼굴이 부들부들 떨린다. 카메라가 옆모습을 비추고 있어, 두드러진 힘줄이 선명히 보인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침묵하는 게 아니다. 숨도 말도 일시적으로 멎은 채다. 몸의 떨림은 일단 잦아들지만, 마음은 잠식당해 계속해서 흔들린다. 가족들과 있을 때는 웃음이 가득하지만, 그늘도 떠나지 않는다. 그러던 와중 아내에게 일종의 화풀이를 하고 만다. 신경질이나 화를 낸 것은 아니나, 날을 세운다. 피곤에 눌려 굽히고 있던 상체를 슥 돌리며 상대를 응시한다. 갑갑함과 짜증이 묻어난다. 아내의 사과를 듣고, 잘못된 방향으로 뻗을 뻔한 분노를 한 모금 삼키고는, 곧바로 사과한다. 위화감은 남는다.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까닭 중 하나가 사랑하는 가족의 안정인데, 그 여파가 자신을 좀먹더니 가족에게까지 닿아 버렸다.
친구와 검사를 만나 토요다 사건에 관해 듣는 그는, 곧 울 것 같다. 마츠다 코헤이에 대한 회상과 함께 등장하는 과거의 무라카미에겐, 밝고 맑은 에너지가 가득하다. 따스한 톤의 화면과 어울린다. 싹싹하고 티없다. 코헤이와의 관계나 일화를 설명하는 그 장면들은 또한, 그가 잣대를 잊기 전, ‘국가 권력’의 실체를 알기 전에는 어땠는지를 드러내기도 한다. 토요다에게 대항하고 결국 고개를 숙이는 코헤이를, 섣불리 어쩌지 못하고 그저 지켜본다. 그는 그 정도 위치에 있고, 그 정도만 알고 있어서다. 애매하게 적절한 얼굴이다. 현재의 무라카미에겐, 과거 그 순간의 자신과 코헤이의 모습이 둘 다 있다.
코헤이의 일을 타다가 알고 있었음을 깨달은 순간, 무라카미에게 들어선 분명한 분노, 그것은 토요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눈에도 서려 있다. 두려움도 섞여 있다. 상대를 마주하고도 유지된다. 긴장과 당황으로 굳어 사라졌다가, 다시 올라온다. 누르지 못한다. 아야노 고는 눈꼬리를 날카롭게 올려 권력의 덩어리를 응시한다. 타다의 뒤를 따라가며, 차분하게 따진다. 끝까지 눈을 피하지 않는다. 상대가 멀어지자, 얼굴 전체가 확 풀린다. 눈썹이 올라가고 눈이 깜박인다. 체념한 듯 부르르 떨며 한숨을 내쉰다. 이후 그들과 있을 때 무라카미의 눈엔 두려움이 점점 옅어지고 분노만 남는다. 늘 같은 톤으로 조용하고 간결하게 답하나, 그 속은 몹시 끓고 있음이 보인다.
타이틀은 ‘신문기자’이나, 마츠다 홀로 영웅처럼 다 해결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의 꾸준함과 용기가 다른 이들에게 닿아 행동으로 이끈다. 죄책감만 느끼다 결국 움직이는 사람들. 그 중 무라카미는 가장 요동치면서도 가장 오래 고민하는 이다. 끊임없이 힘들어하면서도 지시 받은 일을 지속하고, 따로 알아보기를 중단하지도 못한다. 연락을 시도했다가 도망가고, 증거를 모아 두고도 밀어내기를 반복한다. 그가 약하거나 우유부단한 탓이 아니다. 연루되기를 강요당하고, 가스라이팅당하고, 협박당하기 때문이다. 그 와중 아무것도 그냥 넘기지 못하고 진실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아야노 고가 내내 촘촘하게 들여놓은 무라카미의 됨됨이는, 그가 마츠다와 ‘반대’ 입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마음은 그곳에 있지 않음을, 그 속에 어떤 ‘실마리’가 남아있음을 알려준다. 그리하여 그가 결국 할 선택을, 기다리도록 한다.
그리고 4개월 후, 무라카미는 여전히 내각 정보 조사실에서 일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약간 구부러진 채,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긁으며 이쪽으로 걸어온다. 눈동자엔 빛이 없고, 입은 이상하게 다물려 있다. 홀린 듯 멍하다. 볕이 들지 않아 회색으로 탁한 그곳의 톤은 무라카미의 마음과 닮아 있다. 그는 또다시 질문하고, 타다는 가스라이팅을 시작한다. 무라카미는 놀라 잔뜩 움츠린 채 고개를 주억거린다. 동그래진 눈이 언 채 구르고, 목이 빠르고 비굴하게 움직인다. 다급한 소리들이 문장이 되지 못한 채 기어 흘러나오다 흩어진다.
제대로 걷지도 숨을 쉬지도 못하는 채로, 무라카미는 텅 빈 복도를 지난다. 벽을 짚고 무너지는 모습이, 집에 돌아온 후와 슬로모션으로 교차편집된다. 수군거리는 소리와 타다의 협박이 그를 지배한다. 미소가 떠올랐다 사라진다. 젓가락을 든 채 멈춘 실루엣은 밝게 웃는 가족들과 분리되어 다른 공기를 띤다. 초점을 잃은 검은자위, 충혈된 흰자위, 살짝 벌어진 입술. 눈이 머뭇거리며 한 번 구른다. 이마에 잔뜩 주름이 지고, 말이 흘러나온다, “아니야.” 끝이 미세하게 떨린다. 머릿속에 울리던 소리를 암시하던 사운드 연출이 끊어지고, 무라카미는 의식이 돌아온 듯 “음?” 하며 묻는 눈으로 가족들을 돌아본다. 옆에 있는 아들을 향해 고개를 돌린 채 웃는데, 눈의 방향이 이내 아래를 향한다. 찡그린 듯도 한, 이상한 표정이다. 연기와 편집이 완벽하게 맞물려, 그의 “비정상”적인 상태를 직관적으로 드러냈다.
홀로 어두운 방 안에서 트위터를 들여다볼 때, 무라카미의 정신은 갈등할지언정 오히려 또렷해 보인다. ‘Living dead’라는 닉네임은 과장이 아니다. 가슴에 담아 둔 것들의 무게로 인해 서서히 침몰하고 있다. 그의 마음이 몸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정직하고, 아야노 고는 모든 것을 동원해 그것을 표현한다. 마츠다가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뒷모습이 보인다. 마른 실루엣, 손발을 모으고 고개는 숙인 채다. 몸 전체가 쭈그러들어 있다. 일어나는 것도, 시선을 맞추는 것도, 겨우겨우 한다. 낯빛은 탁하다. 꽉 잠긴 목소리로 마디마디가 괴로운 듯 뱉는다. 계속 머뭇거린다. 마츠다가 증언을 부탁하는 순간, 눈이 번득이며 확장된다. ‘저는’, ‘저는’,만 반복하며 어쩔 줄 몰라하다, 전화가 울리자 화들짝 놀라며 일어선다. 발신자의 이름은 몸에 반응을 일으킨다. 세뇌당해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어수선하고 빠르게 힘줘 말을 뱉고는, 부리나케 자리를 뜬다. 결정을 내리지 못했는데 일단 찾아온 걸까, 왜 그랬을까.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다. 머리가 결정하기 전에 발이 먼저 움직인 것이다.
이후 조사실에서 일하는 그는, 매 초 무너지는 중이다. 목을 굽힌 채 무의식중에 계속 머리를 긁고, 코를 훔치고, 이마에 주름을 만든다. 뺨과 목이 떨리고, 충혈된 눈에 물이 고이고, 그 와중 손은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결국 괴성과 함께 데스크를 마구마구 치며 몸을 숙인다. 그렇게 모은 자료를 들고 토요다를 마주한다. 갑자기 입가에 비웃음이 뜬다. 체념한 독기가 묻어난다. 그 순간 상하가 분명했던 관계의 선이 팽팽해지며 새로운 긴장이 생긴다. 토요다도, 아마 관객도 예상치 못했을 제스처인데, 아야노 고가 유지하고 있던 불안정함이 실마리가 되어 설득력을 부여한다. 숨을 죽이고 집중하게 만든다. 무라카미는 꽉 잠겨 있지만 힘있는 목소리로 묻기 시작한다. 눈은 날카롭게 치켜뜬 채고, 이를 악문 탓에 턱부터 목까지 힘줄이 불거져 있다. 이마와 뺨에 굵은 주름이 지고, 입술은 튀어나오고, 몸은 부들부들 떨린다. 그 상태로 일어난다. 발작적으로 울분을 토한다. 차오르는 감정 때문에 막히는 숨 사이로 애써 말을 지르며 눈물을 흘린다. 결국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이고도 진정하지 못한다. 의도를 갖고 녹음을 하던 중이었는데, 진심으로 터져버렸다. 후에 그 녹음 파일을 들은 마츠다는, 울먹이고 만다.
어떤 계기로 결심했다기보단, 수많은 흔들림이 쌓이고 빙빙 돌아 결론에 닿은 것에 가깝다. 다만 그 쌓인 고민의 방향을 뚜렷하게 꺾어 주는 순간은 있다. 료와의 대화다. 무라카미는 곧 쓰러질 것 같은 몰골로 천천히 들어온다. 목소리는 잠기다 못해 쉬어버린 상태. 료가 누구인지 알게 되자, 고개를 푹 숙이고 안절부절 못한다. 문을 열었다가 닫은 각도 그대로 굽힌 몸을 옆으로 돌리고는, 중심도 잡지 못한 채 입을 꾹 다물고 듣고만 있다. ‘왜 관료가 되었냐’는 물음에, 별안간 붕 뜬 것 같은 상태가 된다. 고개를 갸웃 했다가 다시 숙이고, 힘없이 웃으며 뱉는다, “이미 잊어버렸습니다.”. 완전히 늙어 버린 미소다. 사죄하며 상체를 숙인 채 잠시 멈추어 있는다. 바닥을 향한 얼굴에 힘이 잔뜩 들어가고 눈이 확장된다. 끝내 들지 못한 고개를 여러 번 주억거리고는 자리를 뜨지만, 료의 말이 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집에 돌아온 무라카미는 한참 현관에 머무른다. 힘이 하나도 없지만 차분하게 가라앉은 투로 아내에게 묻고, 답을 듣는다. 허물없이 웃다가, 이어지는 아내의 말에 웃음기가 사라진다. 스스로도 잊고 있던 ‘초심’, 자신에 대한 믿음과 배려가 가득한 문장들을 곱씹다가, 이내 머리를 긁적이며 피식 웃는다. 멎었다가, 웃음과 함께 눈물이 샌다. 눈이 꽉 감기고 얼굴이 일그러진다. 울며, 다시 웃는다. 다시 균형을, 자신을 찾는 순간이다. “그러네, 다시 한번 나답게 살아볼까, 고마워.” 웃다가 울다가, 웃다가 울기를 반복한다. 상대 배우의 안정적인 서포팅을 받아 아야노 고가 만들어낸 그 고요한 흐름은, 마음 저 깊은 곳을 건드렸다.
법원 앞에서, 무라카미는 마츠다, 마유미, 료와 마주한다. 섣불리 말이나 감정을 내놓지 않고 허리를 깊게 숙인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웃음기 없이 나직하고 분명하게 뱉는다. 숨을 짧게 들이켜 적절한 여운을 남긴 후, 망설임 없이 걸어 들어간다. 가장 마지막에 합류한 그가, 가장 먼저. 그와 아내가 말했던 ‘나다움’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과거와 같은 순수한 싹싹함은 없었다. 그러나 확신이 있었다. 그동안 겪은 과정이 고스란히 내려앉은, 그토록 흔들렸기에 앞으로 굳건할 것임이 짐작되는 얼굴이었다. 무라카미 신이치는 그런 사람이었구나,하고 생각했다.
그렇게 어떤 ‘시작’으로, 작품은 끝난다. 시즌 2가 나오면 좋겠고, 아니어도 괜찮을 것 같다. 무라카미 신이치와 함께하는 동안 아야노 고는, ‘적당히 보기 좋은’ 선에서 멈추지 않았다. 닿는 데까지 나아갔다. 그 방향이 신중해 결코 과하거나 부담스럽지 않았다. 압도해버리지 않고 스며들어 공감하게 했다. 내면으로 파고들다가, 섬세하게 터트렸다. 다음 씬이 나올 때마다 새로이 놀랐다, 이 배우가 대체 얼마나 깊게 들어가려는 건지,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 건지.
임자를 만났다. <더 패밀리>, <아발란치>, <신문기자>를 본 후 그 말이 떠올랐다. 시스템적 권력과 사회 정의를 개인의 경험과 엮어 풀어내는 스토리텔러, 꼼꼼한 연출가 후지 미치히토. 그의 작품 속에서 아야노 고는 자꾸 새로운 경지에 오르는 중이다. 서로의 아우라를 더 특별한 색으로 빛내는 두 예술가가, 일본 사회를 자꾸 파헤쳐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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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야노 고는 그래야 한다면 늘 끝까지 나아가는 배우다. 다만 배우의 노련한 헌신이 무라카미라는 인물의 특성과 잘 어우러져, 연기가 어떤 지점에 도달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기에 ‘적당히 보기 좋은 선에서 멈추지 않았다’는 표현을 썼다. 사실 어딘가에서 ‘멈추어야’ 하는 역할들도 있기 때문이다. 아야노 고는 필요하면 선을 긋기도 잘 한다. 대표적인 예로 <립반윙클의 신부>(2016)의 아무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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