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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세편집위원회 Mar 21. 2022

<130호> 봄호를 펴내며

편집장 유자

초록색 잔디 위에 하얀 선이 그려져 있다. 선 위로 YONSEI 2022 Spring Vol.130이라 적혀있다. 선 아래로는 BORDERLINE이라 적혀있다.



연세지 130호 아카이빙



어째서인지 코로나는 매번 신학기를 기점으로 더욱 기승을 부리는 듯합니다. 국내는 신년부터 국가적 이벤트인 대선으로 떠들썩했습니다. 국외에선 동계올림픽이 한창이었으나, 세계 평화와 화합을 목적으로 한다는 올림픽 기간마저 전쟁의 위기감이 감돌았습니다. 와중에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습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봄은 돌아오고, 학기는 시작됩니다.


이번 『연세』 봄호의 주제는 ‘경계’입니다. 경계 밖의 사람들을 들여다보고, 사이에 그어진 선을 흐려보려는 시도를 담아냈습니다. 경계의 질문은 바로 이곳, 대학에서 시작됩니다. <차상위계층으로 연세대에서 살아남기>는 ‘가난한 대학생’으로 연세대에서 5년의 시간을 보내며 가졌던 감정과 고민을 풀어낸 글입니다. <대학에 관한 몇 가지 물음과 상상>은 대안 대학생의 경험을 거울삼아 대학이라는 익숙한 풍경에 낯선 시선을 던집니다. 두 편의 글은 입학부터 졸업까지의 여정을 톺아보며 대학의 안팎에 그려진 경계에 의문을 남깁니다.


이어지는 글에선 교육 현장인 학교에서 노동 현장과 노동자를 돌아봅니다. <현장실습, 그곳에 불가피한 죽음은 없다>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 사고를 다루며, 학생과 노동자의 경계에 놓인 현장실습생의 죽음에 질문을 던집니다. 이어지는 글 <세브란스병원 노조파괴 기획기사>에서는 연세대학교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세브란스 청소노동자의 투쟁을 담았습니다. 노동현장의 이야기를 담아낸 두 글은 교육과 노동을 나누는 경계, 학생과 노동자를 구분 짓는 배타성을 지워냅니다.


학교에 부쳤던 질문은 사회로 확장됩니다. <청년이라는 이름 아래 지워진 것들>은 사회 속에서 쉽게 호명되곤 하는 ‘청년’에 의문을 던지며, 청년이라는 단어가 가려내는 개개인의 얼굴을 바라봐주길 요청합니다. <여성이 바라본 대선, 여성이 바라는 정치>에서는 여성 유권자로서 대선의 여성혐오를 읽어냅니다. 갈등과 혐오를 조장하는 정치가 아닌 시민을 위한 정치의 필요성을 이야기합니다.


끝없는 경계 짓기는 결국 모든 것에 선을 그어버립니다. 그렇게 그어진 선은 결국 그 무엇도 나눌 수 없습니다. 필요에 의해 경계를 그려냈더라도, 종국엔 다시 그 경계를 포함하는 공동체를 상상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이번 『연세』에 실린 여섯 편의 글은 너와 나, 그들과 우리의 경계를 허물어보고자 했습니다. 작위적으로 그어진 경계 안에서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답답함을 느꼈던 이들에게 위로를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2년 봄호 편집장 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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