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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세편집위원회 Sep 22. 2022

<132호> 전쟁의 슬픔

편집장 데어

최근 며칠 동안 우크라이나 소식을 들어본 적이 있나? 솔직히 대답하자면 아니라는 답만 나온다. 그 사이 무언가 휴전 협상에 진전이 있었나? 하지만 그런 긍정적인 내용이 있었다면 더더욱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최근 본 것은 며칠 전 곡물 수출과 관련한 협의가 있었다는 것 정도인데, 그마저도 우크라이나 전쟁 자체에 관한 기사는 아니었으며 식재료 가격 인상과 관련한 기사에서 짧게 지나가듯 언급된 것이었다. 학기 초에 인스타그램 스토리에서 기부를 요청하는 게시글을 여러 번 보았고 실제로 적십자에 기부한 적도 있지만, 학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 바빠서 깊게 찾아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나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지난 2월 유튜브 인기 영상에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영상이 여럿 떠 있던 것에 비하면 요즘은 관련 소식을 들어본 적이 손에 꼽는 것 같다. 학교에서도 각 건물 게시판에 규탄 시위를 독려하는 종이가 붙어있던 것을 생각해보면, 확실히 사람들의 관심이 사그라든 것도 같다. 내가, 또는 우리가 그들을 잊고 있는 지금, 우크라이나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현재 우크라이나의 상황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예상을 깨고 약 5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전선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크다. 본래 러시아의 목적은 동부 지역 점령 외에 우크라이나의 수도인 키이우를 빠르게 점령하여 항복을 받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었으나, 예상외로 우크라이나군이 강력하게 저항하며 키이우 점령이 어려워지자 돈바스 점령, 크림반도 내의 흑해함대를 유지하기 위한 상수원과 군수물자 지원 확보로 목표를 축소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 러시아군은 키이우에서 퇴각하여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전력을 집중한 상태이지만, 키이우에 대한 미사일 폭격은 재개했다. 러시아를 등에 업고 독립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이 속한 돈바스는 거의 러시아군에 점령당했으며, 해당 지역에서는 현재까지도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 휴전 협상은 3월 말 시작되었으나 명확한 결론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7월 말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에 관한 합의가 있었지만 합의한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러시아가 주요 수출항을 미사일로 공격해 이행 여부에 대해 신뢰가 떨어진 상태이다.


7월 27일 그리니치표준시(GMT) 21시 기준 영국 국방부와 미국전쟁연구소가 분석한 전황은 다음과 같다. 크림반도 북부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은 절반 이상 러시아의 통제 아래에 있다. 이를 기반으로 러시아는 돈바스 북쪽과 동쪽에서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 군은 주요 항구 도시인 헤르손의 북서쪽에서 크림반도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돈바스 북부와 크림반도 북서부에서 전투를 이어가는 중이다. 


그림 1 from BBC News at bbc.co.uk/news (Data from UK Ministry of Defence, Institute for the Study of W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 특히 NATO 가입국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적인 제제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논의 중이다. 이미 미국과 유럽연합(EU)는 러시아 중앙은행의 자금을 동결하고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을 중단 중이며, 미국은 무기 및 군사 장비 약 69억 달러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상태이다. 


문제는 과거에서부터


침공 자체는 2월에 일어났지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갈등은 2022년에 처음 시작된 것이 아니다. 우크라이나의 친러, 친서방파 간 갈등으로 인한 혼란은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이하 소련)에서 탈퇴한 이후부터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 2000년대 푸틴 대통령의 당선 이후 러시아가 팽창 정책을 기조로 삼은 때부터 유럽, 특히 동유럽은 러시아를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올해 2월의 침공은 지난 20년간의 대립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1991년 소련 탈퇴 이후 우크라이나는 국토를 세로로 가로지르는 드니프로 강을 경계로 서쪽은 친서방파, 동쪽은 친러시아파가 각각 득세했다. 일종의 지역 갈등인 셈이다. 이러한 대립 관계는 2004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어졌다. 동부와 여당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후보와 서부와 야당의 빅토르 유셴코 후보는 선거기간 동안 팽팽한 대결을 벌였고, 결과적으로 야누코비치 후보가 적은 차이로 승리하여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러나 직후 여당이 부정선거를 저질렀다는 제보가 잇따르면서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시위가 일어났다. 시위대는 재선거를 요구하며 점차 규모를 키워갔고, 당시 유셴코 후보의 지지자들이 오렌지색 깃발을 활용했기 때문에 언론은 시위에 ‘오렌지 혁명’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결국 우크라이나 대법원은 재선거를 치르라는 판결을 내렸고, 2004년 12월 26일 치러진 재선거에서 유셴코 후보가 8%p 표 차로 당선되며 혁명은 막을 내렸다. 그러나 마무리된 것은 선거뿐, 한 번 폭발했던 동부와 서부 간 지역감정은 해결되지 못한 채로 남았다. 


오렌지 혁명으로 당선된 유셴코 대통령은 얼마 지나지 않아 총리와 갈등을 빚었고, 이는 혼란스러운 정국으로 이어졌다. 세제 개혁 등 그가 약속한 개혁 정책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고, 우크라이나는 세계 금융 위기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경제난을 겪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2년 치러진 대선에서는 다시 야누코비치 후보가 당선되며 친러시아 정권이 자리를 잡았다. 


2013년 11월 당시 대통령이었던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유럽연합(EU)와의 통합 협상을 위한 조약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모두 중단한 것을 발단으로 친유럽 정책과 민주주의를 요구한 시위가 발생했다. 시위는 12월에 들어서며 규모가 급격하게 커졌고, 일부 과격한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당시 정부는 시위단속법을 제정하여 경찰을 통해 시위를 진압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때 일어난 여러 시위를 묶어 유로마이단이라고 부르는데, 유럽을 뜻하는 ‘유로’와 광장을 뜻하는 ‘마이단’을 조합한 단어이다. 유로마이단 후 친러시아 성향의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친서방파가 다시 정권을 잡았다.


이에 불만을 가진 크림반도의 친러시아 세력이 설립된 임시정부를 반대하는 집회를 벌이자, 러시아는 무장병력을 투입해 크림반도를 점령했다. 우크라이나에서 독립한 크림 공화국은 러시아의 통제 속에 러시아 합병에 관한 주민투표를 실시했고, 95% 이상의 찬성표가 나와 2014년 3월 크림 공화국은 러시아의 행정구역으로 편입되었다. 또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도 분리독립 및 러시아로의 병합을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나 2014년 4월부터 돈바스 지역의 친러 반군과 이를 진압하려는 우크라이나 정부군 간 내전이 벌어졌으며, 5월에는 자체적인 주민투표를 실시하여 우크라이나에서 독립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 수립을 선언했다. 그러나 국제 사회의 인정을 받지는 못했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 러시아는 베이징 올림픽 도중인 2022년 2월 10일 벨라루스와의 합동 훈련을 실시했다.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의 북쪽에서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로, 러시아군이 벨라루스로 들어오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까지 빠르게 진격할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훈련은 열흘 동안 지속됐으며, 기존 훈련 종료일인 20일 러시아가 돌연 훈련 연장을 발표하며 긴장이 고조되었다. 더군다나 이 모든 사건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돈바스 지역에서는 공화국을 수립한 친러 반군 세력과 우크라이나 정규군이 여전히 내전을 벌이고 있었다. 


22일,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러시아가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을 국가로 승인한 데 이어 결국 24일 푸틴 대통령은 “돈바스의 인민 공화국들(도네츠크·루한스크)이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들과의 상호 원조를 위해 유엔 헌장 51조 7항에 따라 해당 지역에서 특별 군사작전을 수행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발표하며 우크라이나에서의 특별 군사작전을 승인했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직후 규탄 성명을 발표하며 대응을 주문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긴급 소집되어 회의를 열었다. 우크라이나 역시 러시아와의 회담을 원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많은 조치가 무색하게도,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한국의 위치


전쟁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분야와 식량 분야의 가격이 크게 증가했다. 먼저 에너지 분야에서 원유의 경유 러시아산이 11%를 차지하며, 약 20%를 차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수출량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천연가스의 경우 2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 수출량 1위이다. 특히 유럽의 경우 러시아에서 대부분의 천연가스를 수입하고 있으며, 가스관이 우크라이나를 지나가고 있기 때문에 전쟁이 공급망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 이미 지난 6월 우크라이나는 군사 작전과 관련한 문제로 돈바스의 소크라니우카 지역을 경유하는 가스 파이프라인의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또한 러시아에서 에너지 자원을 무기로 사용해 가스 공급을 중단하기도 했으며, 유럽이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견제하고자 가스 수입을 중단하거나 규모를 줄이기 시작하면서 에너지 자원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의 경우 에너지 사용이 많은 제조업 분야의 비중이 크고,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이로 인한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라고 예측되었다. 


또한 식량 분야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비옥한 곡창지대를 바탕으로 각각 밀 세계 생산량 3위, 7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전쟁으로 인한 수출량 하락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미 수확한 곡식의 운송에 차질이 생긴 것뿐만 아니라 곡식 창고가 폭격 대상이 되고, 많은 우크라이나 농부들이 피난, 징병 등으로 파종기에 제때 씨를 뿌리지 못한 데 더불어 러시아군이 진격하며 밭에 불을 지르는 등 한 해 농사가 시작부터 타격을 입었다. 이 때문에 식량 가격 상승은 오랜 시간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해바라기유는 우크라이나산과 러시아산을 합치면 전 세계 생산량의 80%이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가격 상승 폭이 클 예정이다. 두 나라에서 생산되는 식량을 대체할 수 있는 품목도 덩달아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3월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159.3포인트로, 전월 141.4포인트보다 12.6%p 상승했다. 한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와의 교역 규모가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특정 사업 분야에서는 러시아의 수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우려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단순히 경제적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짧지만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소련 시절부터 전통적인 우방이었다. 러시아와 중국은 국제 정치에 있어 미국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해 전략적인 동맹을 맺고 있다. 이처럼 러시아는 한국을 둘러싼 국제 정세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나라일뿐만 아니라,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위치에 있다. 한국으로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팽창 욕구를 경계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타 국가와 함께 러시아 주요 은행과의 거래를 중단하고 무역 규모를 축소하려 노력하는 등 경제적 제재를 가하는 한편, 우크라이나에게 방탄조끼, 천막 등의 군수물자와 구급 키트 등을 지원하고 있다. 계속해서 살상 무기는 지원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7월 초에는 무기 지원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인의 생각 속 전쟁


한국 정부는 당연하게도 그 영향을 최소화하고 군사 사태를 최대한 빠르게 끝내기 위한 조치에 동참했다. 그렇다면 정부가 아니라 한국인 개인에게는 어떨까?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3월 내내 많은 커뮤니티의 첫 페이지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우크라이나 소식이 있었다. 네이버 뉴스의 세계 분야 헤드라인에는 빠지지 않고 우크라이나 소식이 상단에 있었다. 조금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보면, 전쟁 소식이 처음 전달됐던 2월 24일 이전에도 한국 인터넷상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앞서 말했듯 베이징 올림픽이 채 끝나기도 전인 2월 10일 벨라루스에서 러시아군이 연합 군사 훈련을 시작한 데 이어, 미국 정보국이 러시아가 16일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아래 표는 키워드에 따른 날짜별 구글 검색량이다)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를 지켜보던 중 2월 24일 러시아가 군사행동을 개시했고, 당일 구글에서는 ‘러시아’, ‘전쟁’ 검색어에 대한 검색량이 치솟았다. 이러한 관심은 천천히 줄어들며 4월 중순까지 이어지다 평소의 수준으로 돌아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휴전 협상이 진전이 더디다는 보도가 나온 즈음이었다.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특별한 검색량의 변화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전쟁’이라는 단어가 한국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흔히 전쟁이라고 하면 전면전을 생각하기 쉽다. 고대와 중세의 전쟁은 병사들이 수행하는 전쟁이었다면, 그보다 가까운 현대의 두 세계대전은 민간인까지 후방에서 군수물자를 생산하는 등 모든 국민을 총동원한 전면전의 측면이 크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 영토에서 일어난 가장 최근의 전쟁은 6·25 전쟁, 한국 전쟁이다.


군사사에 있어 한국 전쟁은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전쟁이지만, 그것을 경험한 세대가 이미 노년층이 되었을 정도로 오래된 전쟁이기도 하다. 이후 북한과의 충돌이 여러 번 있었고, 타국의 전쟁에 파병한 경우도 있었지만, 한국이 직접적인 당사자가 되는 전쟁은 아니었으며 그중 몇몇은 국가 간 전쟁이라기보다는 내전에 가까웠다. 즉, 한국인의 대다수는 실제로 전쟁을 경험한 적이 없다.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게 전쟁은 먼나라 이야기이기만 한 걸까. 꼭 현재의 우크라이나 사태가 아니더라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요 사태에 한국인은 얼마나 관심을 가졌나. 설령 관심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그 관심은 대체로 두 달 이내에 평소와 같이 돌아가곤 했다. 검색어 비율을 통해 본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에 대한 관심도는 6월 10일 첫 시위가 발생한 이후 약 한 달간 서서히 감소하다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돌아갔다. 2021년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내전에 대한 검색어 그래프도 비슷한 모양을 띠었다. 사실 두 달째 지지부진한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으면 관심이 식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다른 나라의 일이라면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뇌가 그것에 익숙해진다고 우리가 그것을 자연스럽게 넘어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시간에 맞서 기억해야 하는 일이 있다. 


전쟁은 미화되는 것이 아니다. 전쟁에서 인간은 자신의 의미를 잃고 납작해지며, 아군과 적군은 선역과 악역으로만 여겨진다. 이는 우리 모두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전쟁을 다루는 영화에서 영웅적인 아군과 비열한 적군만이 나오지 않는다. 그보다는 전쟁 속에서 희생되는 개인, 소외되는 인간과 휴머니즘을 다루는 매체가 더 많다. 그러나 매체를 통해 전쟁의 파괴적인 모습을 보면서도 한편으로 우리는 전쟁을 잊고 있었던 것 같다. 귀가 먹먹한 폭탄과 기관총 소리, 사람들의 비명은 화면 안에만 있을 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그렇게 거리를 두고 본 것은 아닐까. 


베트남의 작가 바오닌이 쓴 책의 제목과 같이, 전쟁은 슬픔이다. 싸우는 이들에게도, 끝난 후 남겨진 이들에게도 남는 것은 분노보다 슬픔이다. 우리는 출국 금지령이 내려져 아이와 아내만을 피난 보내야 하는 우크라이나 남자, 저항군에 합류하기 하루 전 결혼한 신혼부부, 군사 훈련인 줄 알았다고 하는 어린 러시아군 포로가 우는 모습을 한꺼번에 보았다. 전쟁의 슬픔을 직접 겪는 이들이 있고, 누군가는 그 슬픔을 끊임없이 기록하고 전달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최소한 읽는 이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찾아보았다. 잊지 않아서 찾는 것이 아니라 잊지 않기 위해 찾았다. 검색 필터를 최신순으로 돌려 우크라이나를 검색창에 입력했고, 매일의 전투 상황을 덧붙여 수정하는 기사를 읽었고, 필요하다면 영어로 된 기사도 보았다.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찾을수록 이것은 ‘그들’만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일이 아니더라도 공감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떤 사안에 공감하고자 할 때 흔히 ‘나의 일이라면, 가족의 일이라면, 친구의 일이라면’ 등의 문구를 덧붙인다. 멀리 떨어져 있다고 여겨지는 일을 가정을 통해 가까운 곳으로 가져오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전쟁은 멀리 떨어진 일만은 아니다. 사소하게는 신촌의 어느 음식점을 가도 연어 수급이 어려워 메뉴 판매를 중단하거나 가격을 올린다는 공지를 쉽게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세계화 속에서 우크라이나와 한국 간의 거리는 더 이상 먼 것이 아니게 되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어떤 방향으로든 ‘우리’에게 전달될 것이다. ‘우리’와 ‘그들’로 나누어 부른다고 해서, 정말 선을 그은 것처럼 분리되지 않는다. 눈을 돌리고 외면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향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상황을 나에게 연관 짓지 않아도, 한국에 빗대어 생각하지 않아도, 우크라이나 자체만으로 그 아픔에 귀 기울이는 것이 더 바람직한 태도일 것이다. 글을 쓰며 몇 번이나 들여다본 우크라이나 타임라인의 첫째 줄이 8월 9일이다. 이 기사가 더 이상 갱신되지 않기를 바라며, 매일 한 번씩 찾은 기사를 또다시 찾아보며 글을 마친다. 


에필로그


글을 쓰며 느꼈던 것은 대학생으로서 전쟁과 관련하여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지만, 우리가 상황을 주시해야 하고, 이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앞서 말했듯 이것이 우리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넷에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뜨는 정보는 가장 관심이 높았던 2, 3월의 것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기사 외에 우리가 가장 흔하게 접하는 SNS를 떠도는 정보는 종종 왜곡되었거나 조작된 것일 때가 있다.


소위 말하는 ‘가짜뉴스’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허위조작정보(disinformation)와 실수로 인해 만들어지는 오정보(misinformation)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정보도 예외가 아니다. 침공 직후 사람들을 속여 기부금을 얻고자 하는 가짜 기부 사이트 같은 허위조작정보와 전쟁 상황이 와전된 오정보가 SNS에 난무했다. 전자는 부당하게 금전적 이익을 취하는 행동이고, 후자는 불필요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합리적인 판단을 어렵게 한다. 상황을 주시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우리가 정보를 얻는 통로가 신뢰성 있는 개인 또는 단체인지 미리 파악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따라서 이 자리를 빌려 어디서 정확한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밝혀두고자 한다. 


먼저 한국인과 관련된, 또는 한국 정부가 취하고 있는 조치와 관련한 정보는 외교부 홈페이지와 주러시아 대한민국 대사관, 주우크라이나 대한민국 대사관 홈페이지의 보도자료 등을 통해 접할 수 있다. 특히 대사관에서는 교민을 대상으로 한 공지를 안내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내부 상황에 대한 간접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만약 전쟁 자체에 관한 정보가 필요하다면, 한국어로 접할 수 있는 정보로는 “'유럽 최대' 자포리자 원전에 또 포격…우크라 결사 항전 169일차 [타임라인]”라는 제목의 중앙일보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기사가 있다. 해당 기사는 2~3일마다 업데이트되어 최신 정보를 전달하고 있으며, 전황과 더불어 러시아, 우크라이나, 다른 인접국 및 지원국의 대외 정책에 대해 간결하게 서술하고 있다. 대체로 각국 정부와 국제단체의 공식 발표, 공신력 있는 외신의 보도에 근거하여 작성되고 있으므로 신뢰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한편 미국전쟁연구소에서는 침공이 시작되기 전 2월 18일의 예측부터 현재까지 전황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분석한 결과를 “Ukraine Conflict Update”이라는 게시글에서 제공하고 있다. 게시글은 영어로만 제공되고 있으나, 매 분석 결과를 요약문, 지도와 함께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현황을 시각적으로 파악하기 유용하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기저에 깔린 팽창 기조는 2020년대 들어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므로, 현재 러시아의 의도를 좀더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해서는 지난 20년간의 러시아-우크라이나 관계를 함께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러시아의 회색지대 갈등 전략과 우크라이나 전쟁 결정"이라는 논문에서는 2014년의 크림반도 사태의 목적과 실제 결과, 그리고 해당 사건의 결과와 2022년 현재의 침공이 어떻게 연관이 있는지를 분석하여 서술하였는데,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문헌

“[초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국제 에너지시장 영향 분석 – 천연가스”, <에너지데일리>, 2022년 6월 24일, https://www.energy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8779, (2022.730 – 접속날짜)

“키이우 함락 실패 뒤 퇴각하는 러시아…푸틴 다음 목표는?”, <동아일보>, 2022년 4월 5일, https://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220405/112705258/1, (2022.7.31 - 접속날짜). “Ukraine war in maps: Tracking the Russian invasion”, <BBC News>, 2022년 8월 8일 수정, https://www.bbc.com/news/world-europe-60506682, (2022.7.28 – 접속날짜)

“우크라이나: '6.25전쟁 살아남은 한국 도움 필요'...젤렌스키 한국에 무기 지원 요청”, <BBC News Korea>, 2022년 4월 11일, https://www.bbc.com/korean/news-61063375, (2022.7.27 – 접속날짜)

“러 "크림반도 공격한 테러 단체 무력화"…우크라 결사항전 175일차 [타임라인]”, <중앙일보>, 2022년 4월 29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67467#home, (2022. 7.28 – 접속날짜)

“푸틴, 우크라 내 군사작전 선포…바이든 "동맹과 단호히 대응"”, <중앙일보>, 2022년 2월 24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50801#home, (2022.7.27 – 접속날짜)

“돈바스는 어떤 곳?…우크라이나엔 에너지 공급지, 러시아엔 계륵”, <한겨레>, 2022년 2월 23일,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032298.html, (2022.7.27 – 접속날짜)

“[취재파일] 우크라이나 사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②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자료('22.3.2)를 중심으로”, <SBS 뉴스>, 2022년 3월 3일,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662124, (2022.8.1 – 접속날짜)

“UKRAINE CONFLICT UPDATES”, <Press ISW>, 2022년 6월 15일, https://www.understandingwar.org/backgrounder/ukraine-conflict-updates, (2022.7.31 – 접속날짜)

우평균. 「러시아의 회색지대 갈등 전략과 우크라이나 전쟁 결정」,  『한국군사』 제11호, 2022, 1-52쪽



편집장 데어

auda91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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