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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세편집위원회 Jun 22. 2020

<124호> [학내기획] 사실은 정말 그러합니까?

-총학생회의 총여학생회실 ‘대집행영장’에 부쳐

사진설명 시작. 모눈 배경 위에 학내 기획, 사실은 정말 그러합니까? 총학생회의 총여학생회실 '대집행졍장에 부쳐가 쓰여있다. 사진설명 끝.

3월 21일, 개강하고 처음 맞는 주말 총학생회 <Mate>는 총여학생회실(이하 총여실)에 대집행영장을 붙이고 자전거 자물쇠를 걸었다. 총학생회 회칙에서 총여학생회를 삭제하는 학생 총투표 이후 총여실 사용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던 상황에서 총학생회가 일방적으로 폐쇄 조처를 했다. 이와 관련하여 총여학생회는 총학생회에 면담을 신청하고 대자보를 게시하여 의견을 전달했다. 그러나 총학생회는 응하지 않았고 그 대신 총여 측에서 게시한 대자보를 훼손했다. 이에 총여학생회가 항의하자 총학생회는 페이스북을 통해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제목의 반박을 게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강의가 이루어지는 만큼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은 대부분 온라인 공간을 통해서 전달되고 있다. 교정이라는 공간을 공유하지 못하게 되면서, 정보가 전달되는 통로가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온라인 공간의 목소리 또한 다른 어떤 공간에서와 마찬가지로 권력의 영향을 받는다. 총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는 학생자치단체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총학생회의 SNS는 연세대학교 학생이라면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도 팔로우해야 하는 페이지다. 이로 인해 총학생회의 의견이 훨씬 강하고 일방적으로 학우들에게 도달하고 있다. ‘사실은 이렇습니다’의 댓글 창에 반박하는 영상과 녹취 자료가 달리자 총학생회는 4월 14일경 댓글 기능을 제한했다.


그러나 총여실에 대한 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기까지 오게 된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 그 배경에는 연세대학교 총여학생회가 사라지는 과정이 있다. 그 과정에서 어떤 목소리들이 있었고, 그 목소리가 지금의 총여실 논의에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들어야만 한다. ‘공식적인’ 채널인 총학생회의 선택을 받은 의견만이 다수 학우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되고 있으며 인터넷상의 기록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도 한정된 상황이다. 《연세》는 학내 언론으로서 사라지기 쉬운 목소리를 다시 한번 담고자 한다. 아래는 과거 《연세》에서 총여학생회 사태를 다룬 기사와 함께 정리한 타임라인이다. 연세대학교 총여학생회 폐지 과정과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논의에 대하여, 그동안 보지 못했던 이면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연세》로 보는 총여학생회 폐지 사태 타임라인


[총여학생회 사태 직후]


1) 2018 연세대 총여학생회 사태를 말하다

by. 지민 & 얀, 2018년 가을호(117호)

https://m.blog.naver.com/yonsei_edit/221358280807

“놀랍게도 이 거대한 총여 사태는 제2회 인권축제 강연자였던 은하선에 대한 반발로 시작했다. 그 후 29대 총여학생회 <모음>에 대한 규탄이 이어졌으며 ‘제29대 총여학생회 퇴진’ 및 ‘총여학생회 전면 재개편’이라는 모토를 걸고 ‘추진단’이 출범했다.”

2018년 5월에서 7월 사이에 일어난 총여학생회 사태를 정리한 글이다. 강연 취소부터 총투표 이후까지 사건 진행 과정을 시간 순으로 보여준다. 추진단이 제시한 ‘학생인권위원회'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비판하고 있으며 다수결이 간과한 민주주의 논리를 지적하고 있다. 


2) [기고] “우리에게는 총여가 필요하다” 여전히 외치는 이유 

By. 유해, 2018년 가을호(117호)

https://m.blog.naver.com/yonsei_edit/221358892678

“총여학생회는 성차별의 해소와 성평등에의 도달을 추구하므로, 궁극적으로는 해산을 향해 활동하는 단체다. 하지만 지금의 총여학생회 재개편 논의가 누구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가? (중략) 총여학생회원 당사자들이 충분한 비판과 논의를 거쳐 해체 또는 해산을 자발적으로 합의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섣불리 재개편 또는 퇴진을 말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는 여전히 총여가 필요하다.”

이전 글에서 사태 전반을 다뤘다면 이번 글은 학생 총투표 실시 과정과 가결 이후를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 특별히 총여학생회 폐지를 주장하는 논의가 활발했던 에브리타임 내 논의에 내재한 혐오를 비판한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총여학생회 폐지가 성립하지 않다는 점을 남긴 글이다.


3) 2018년 제29대 총여학생회 <모음> 비평

by. 그루, 2018년 겨울호(118호)

https://m.blog.naver.com/yonsei_edit/221417878670

“2018년, 총여학생회가 이처럼 화제가 됐던 해도 없을 것이다. 은하선 작가의 강연 논란과 재개편 요구까지 이어진 일련의 사태로 인해 제29대 총여학생회 <모음>은 2018년 5월, 그 활동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중략) 2018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번 <연세> 겨울호에선 제29대 총여학생회 <모음>의 공약과 논란을 짚어보고 무엇이 개선되어야 할지, 총여학생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2018년 6월 총여학생회 재개편 요구안이 가결되었다. 2018년 겨울 《연세》는 평소와 같이 제29대 총여학생회 <모음>에 대한 비평글을 겨울호에 남겼다. 이 글은 총여학생회 사태가 불합리함을 지적함과 동시에 총여학생회가 나아갈 길을 묻고 있다. 총여학생회 ‘폐지’가 아닌 ‘개편 요구’를 투표했기 때문에 앞으로 개편을 지켜봐야 한다는 제안으로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총여학생회 폐지 이후]

4) [기고] 총여 폐지, 생산적인 절망 그 끝에서

by. navy, 2019년 봄호(119호)

https://m.blog.naver.com/yonsei_edit/221495996383

“그렇다면 총여 폐지 과정에서 승리했다는 민주주의는 도대체 어떤 민주주의였고, 왜 누군가는 그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외쳤으며,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

지난 글에 무색하게 2019년 1월 총여학생회 폐지 안이 가결되었다. 중앙운영위원회는 총여학생회 해산이 아닌 관련 회칙 삭제임을 명시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총여 폐지와 함께 외치는 ‘민주주의’는 무엇이며 그 허점이 무엇인지 비판한다. 또한 총여를 지지했던 이들에게 2018년 하반기에 무엇을 놓쳤고 어떤 교훈을 남겼는지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폐지가 끝이 아니며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남았음을 당부하며 글을 맺는다.


5) 제30대 총여학생회 <PRISM> 비평

by. 비탈, 2019년 가을호(122호)

https://brunch.co.kr/@yonseiji/30

“2019년 1월에 가결된 총투표 이전에 <PRISM>은 정당한 선거 과정을 거쳐서 연세대학교 총여학생회원들의 지지를 받아 당선되었다. 그런 총여학생회의 공백을 학생사회가 충분히 채우지 못했다는 면에서도 <PRISM>이 학생들을 위한 공약을 더 이행할 수 있는 기반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총투표 이전 당선된 <PRISM>을 비평한 글이다. 총여학생회 폐지가 가결되고도 학생사회 내에서 총여학생회의 역할은 분명히 필요했다. 그러나 물리적 기반도 안전한 공론장도 없어 제 역할을 다할 수 없었음을 이야기한다.



학생회관 324호와 총학생회의 대집행영장


총여학생회가 회칙에서 삭제된 이후로 집중포화의 대상이 된 건 학생회관 324호, 총여실이었다. 총여학생회가 사라졌으니 총여실을 빼앗고 용도를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 교내 익명 커뮤니티의 주된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총학생회는 학생 위에 존재하는 통치기구가 아니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결성하고 운영하는 ‘학생자치기구’다. 따라서 다른 학생자치단체보다 상위에 있지 않으며, 아무리 총투표를 통한다고 해도 다른 자치단체를 해산시킬 권한도 명분도 없다. 이는 지난 2018년 총여학생회 폐지 총투표를 둘러싼 논쟁의 핵심 쟁점이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중앙원영위원회에서 권순주(당시 공대 정) 현 총학생회장은 “(회칙)기구에서 빼는 것이지 총여학생회를 없애 달라는 게 아니다. 총여학생회 존재할 수 있다. 다만 공식적인 기구 상 총학생회 기구상 권한을 못 가지는 것이다.”라는 논리로 총투표를 진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단지 총학생회 회칙 기구가 아니게 될 뿐 자치단체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니 ‘폐지 총투표’를 진행할 수 있다는 논리다. 총여학생회를 회칙에서 삭제한 학생 총투표는 이 논리는 받아들여 진행되었다.


문제는 총여학생회가 총여실을 갖게 된 근거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데 있다. 학생회관은 총학생회의 소유가 아니다. 학생회관의 공간은 때로는 학생 자치 진흥을 위해, 때로는 법적 근거에 따라, 때로는 학생 복지를 위해 등, 다양한 이유로 할당되어 왔다. 총여학생회가 학생회관 324호를 사용하는 근거가 총학생회 회칙 기구이기 때문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학내에서는 매년 여전히 ‘카톡방 성희롱’이나 각종 성폭력 사건이 공론화되고 있다. 공론화되지 못한 사건까지 고려하면 성평등한 캠퍼스까지의 길은 아직 많이 남아있는 현실이다. 성평등한 캠퍼스를 만들기 위한 활동에 할당된 공간이 여전히 필요하다면 섣부르게 324호의 용도를 변경할 수는 없다. 총여학생회가 총여학생회실을 사용해야 하는, 혹은 사용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학생 사회에서 토론하고 고민해야 할 영역인 것이다. 따라서 버젓이 존재하고 있는 자치단체의 공간을 총학생회가 마음대로 빼앗을 수는 없다는 것이 총여학생회의 324호 사용을 찬성하는 학생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물론 총학생회 회칙에서 삭제되면서 총여학생회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투표 진행이 어려워지는 등, 활동상 제약이 생긴 총여학생회 집행부 또한 324호를 아무 논의 없이 기존처럼 사용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총여학생회는 공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3월 20일 학생처와 면담하여 ‘추후 학생처의 중재 하에 총학생회와 3자 면담을 진행해줄 것’을 합의했다. 학생처는 즉각 총학생회에 3자 면담을 요청했고 이에 대한 답변을 27일까지 달라고 요청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21일 토요일 오전 6시 총학생회는 기습적으로 총여실에 네 개의 자물쇠를 달고 안내문을 붙였다. 이 안내문의 제목이 재미있다. 

“대집행영장”

문서 번호가 제2020-1호인 걸 보니 총여학생회실을 잠그기 위해 처음으로 고안된 총학생회 문서 형식인 모양이다. 문서의 하단에는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장’의 직인이 찍혀 있다. 행정대집행이란 법률(명령, 조례 포함)에 의하여 직접 명령되었거나 또는 법률에 의거한 행정청의 명령에 의한 행위이다. 현 총학생회 <Mate>의 행보가 상당히 당혹스러운 이유다.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이유는 국민들이 국가에 그런 정당성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리의 자유 일부를 내놓음으로써 더 안전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오히려 더 자유로운 상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국가의 통치를 받기로 했다는 것이 다수의 사회계약론자들의 설명이다. 그러고도 강력하고 거대한 권력이 자의적으로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게 하기 위해 통치기구는 국민의 자유를 제한할 때는 반드시 법률을 거쳐야 한다는 장치도 만들었다. 


그러나 총학생회는 학생들로부터 학생의 자유를 제한할 권한을 위임받은 존재가 아닌 데다, 그런 이유로 애초에 학생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을 법적 근거 따위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총학생회는 통치기구가 아니다. 대학의 총학생회는 70~80년대 민주화 운동 속에서 태어났다. 처음에는 학생운동의 진행 본부이자 선봉대의 역할을 했으나 사회가 변하면서 그 역할도 조금씩 변화해왔다. 오늘날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목소리와 권익을 대변하는 대의기구로서 대학생들이 캠퍼스 안과 밖에서 직면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점차 학생사회가 탈정치화되면서 대부분 대학의 총학생회들은 존재의 위기를 맞고 있기도 하다. 이에 2020년 연세대학교 총학생회가 찾아낸 탈출구가 어설픈 국가권력 흉내라면 조금 절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총여학생회의 항의에 대한 총학생회 <Mate>의 대응 또한 합리적이지 못했다.  ‘대집행영장’과 자물쇠를 발견한 학생이 총학생회에 자세한 내용을 문의했지만, 총학생회 측은 담당자가 없어서 ‘모른다’로 답변했다. 그러나 추후 답변자가 총학생회장이었음을 알게 된 학생이 다시 면담을 요청하자 ‘총학생회 내부 회의를 통해 강제 철거를 결정하였으며 자세한 논의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는 답을 내놓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총여학생회는 입장문을 작성하여 총여실 앞에 부착하고, 3월 25일 총학생회실 앞에 자보를 게시했다. 그러자 총학생회는 이 자보를 제거하여 다른 게시판으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총학생회는 학생처에서 요청한 3자 면담에는 답변하지 않아 면담이 결렬되었다. 총학생회는 이로 인해 게시된 2차 자보를 임의로 철거하였다. 집행부원이 해당 자보를 찢어 구기는 것이 목격되었고, 이 자보는 4월 7일 새벽 총학생회에서 배출한 파쇄지 속에서 찢어져 발견되었다. 이 자보는 다수의 학생과 학생단체들이 연명한 대자보였다.

사진설명 시작. 총학생회가 배출한 파쇄기 쓰레기에 섞인 찢긴 대자보가 검은 비닐봉지에 담겨있다. 사진설명 끝.



몇 번 자보 부착과 총학생회의 자보 훼손이 반복되는 와중, 4월 9일 총학생회는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제목의 카드뉴스를 총학생회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했다. 문제는 이 카드뉴스의 내용의 상당 부분이 사실과 다르게 총여학생회 집행부원들을 모함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총학생회는 총여학생회 구성원들이 “면접을 대기 중인 새내기 지원자들에게 언행으로 위협감을 주는 행위”를 했다거나 “예고 없이 총학생회실 문을 두드려 강제집행에 관한 경위를 물어보았다”는 등의 내용을 게시하며 자못 점잖은 말투로 총학생회의 억울함을 주장했다. 그러나 댓글로 해당 내용들이 사실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진과 동영상이 다수 게시되자 댓글 기능을 막았다. 








사진 설명 시작.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카드뉴스 대신 정정해드립니다' 게시물을 캡쳐한 사진이다. 검은 배경에 흰 글시로 카드뉴스 대신 정정해드립니다라고 적혀있다. 사진설명 끝





이에 해당 강제 철거 집행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카드뉴스 대신 정정해드립니다 ━총학생회 카드뉴스 <사실은 이렇습니다>에 부쳐’를 제작해 총학생회의 주장에 자세히 반박했다. 그러나 2020년 5월 기준 약 1만 8천여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총학생회 페이지에 비해 영향력은 미약했다. 학생 개개인의 페이스북 공유를 통해 전달할 수 있는 목소리는 총학생회 공식 페이지의 도달률에 비하면 너무나 작았다. 






 



이번 총여실 사태를 이야기할 때 두 가지 쟁점이 있다. 첫 번째로 앞서 비판한 바와 같이 총학생회 조치에 당위성이 없다는 점이다. 총학생회는 행정부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대집행 영장’을 붙이거나, ‘무단 이용자를 위한 게시판’과 같은 표현은 자신의 업무를 행정명령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총여실에 대한 생산성 있는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총학생회가 학생의 대표로서 문제 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설령 총여실을 폐쇄해야 한다고 생각할지라도 총학생회가 자행한 일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자신이 동의하는 결정이라는 판단을 넘어 이를 실행하는 방식과 과정을 반추하는 일은 중요하다. 총학생회가 잘못된 행동을 할 때 그 목적이 나의 의견과 부합한다고 해서 눈 감는다면 그 잘못된 업무 집행의 칼날이 언젠가는 나와 나의 자치단체를 향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흔한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두 번째로, 총여학생회실 사용 자체에 대한 논의다. 2018년 5월 시작된 총여학생회 사태는 2020년까지 연속 선상에 있다. ‘총여실을 사용해도 되는가’에 대해서 논의한 배경에는 총여학생회 회칙 삭제가 있다. 총여학생회 회칙 삭제의 배경에는 총여학생회 재개편 요구가 있다. 또 그 배경에는 제2회 인권 축제가 있고, 그 이전으로 돌아가면 더 많은 이야기가 있다. ‘사실은 이렇습니다’ 카드 뉴스와 그 반박으로 단순하게 정리되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 사회에 내에서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과정이 필요하다. 재개편을 요구했으나 총여학생회를 대신하겠다는 기구는 생기지 않았으며, 총여학생회가 담당하던 역할이 필요한 상황들은 캠퍼스 안에서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그럼에도 단순히 다수결로 총여학생회를 ‘폐지’하기로 했으니 없어져야 한다는 결론만을 되풀이하는 태도는 어떤 고민도 담겨있다고 보기 어렵다.


총여 사태 논의가 흘러오는 내내 가장 강력한 벽은 ‘다수결 원리’였다. 학내 다수가 동의하니 옳다는 결론은 명료하고 강력할지언정 고민은 없다. 다수결 너머의 ‘민주주의’에 대한 깊은 논의가 없기 때문이다. 학교를 학생 스스로 만들어간다고 믿는다면 다수결에 모든 걸 걸어서는 안 된다. 느리더라도 계속해서 대화를 통해 봉합 지점을 찾아야 한다. 작은 목소리나마 계속해서 지면에 남기고 학생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학생 사회에는 다수가 내린 결정에 포섭되지 못한 목소리들이 있다. 가장 큰 목소리가 목소리의 전부가 아님을 알 때, 모두가 자유롭게 자신이 속한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  총학생회가 무얼 대신하고자 代집행영장을 썼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목소리를 듣고자 노력하는 일은 우리 스스로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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