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편집위원 포들, 고민중, 볍씨, 수습편집위원 죠스 | 엮은이 볍씨
세브란스 팀 기획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세브란스 청소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을 그 병원의 환자들에게까지 닿게 하는 것이었다. 병원의 실이용자인 환자들이 알아야 눈 하나 꿈쩍 않는 세브란스 병원 측이 심각함을 느끼고 조치를 취할 것 같아서였다. 그 기획의 일환으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피켓팅 혹은 전시를 위해 세브란스 병원에 염탐(?)을 간 적이 있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병원 곳곳에서 조합원분들이 피켓을 하나씩 들고 선전전을 하고 계셨다. 사람들은 조합원분들이 들고 있는 피켓을 유심히 읽어보기도 하고, 늘 있던 일이라는 듯 무심하게 지나치기도 했다.
우리는 그들의 외로운 투쟁에 잠시나마 함께하고자 7월 27일과 8월 4일, 두 차례 선전전에 참여했다. 다음은 세브란스 팀원들의 선전전 참여 후기를 엮은 것으로, 선전전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자세히 알 수 있다. 조합원분들은 지금도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에서 외로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의 연대와 지지가 필요하다. 세브란스 선전전의 자세한 일정은 공대위(연세대학교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페이스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선전전에 쓸 피켓을 준비하며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우리가 외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요구사항’이라는 것이었다. 청소노동자분들이 두 달 전 인터뷰에서 한숨을 쉬며 이야기하셨던 그것을 위해 아직까지도 선전전을 하고 계신다고 생각하니 누구든 우리의 피켓을 한번이라도 더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실내에서 피켓을 들고 선전전에 참가하는 것이 처음이라 겁이 나기도 했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마스크를 쓴 채로 사진 몇 장 찍힌 것 외에는 괜스레 걱정했던 무서운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나는 선전전에 참여한 이후 세브란스 청소노동자 문제에 대한 ‘작은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선전전에 가기 전에는 ‘우리가 간다고 해서 과연 큰 도움이 될까’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그곳에서 청소노동자분들의 화려한 피켓은 익숙하게 지나치는 사람들이 오히려 우리의 조악한 피켓에 한 번 더 눈길을 주는 것을 보았다. 청소노동자분들은 매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선전전을 하셨을 것이고, 사람들은 ‘또 노조네’, 또는 ‘또 시위구나’하며 습관처럼 지나쳤을 것이다. 그런 습관적인 무관심 속에 우리가 조금이나마 변화를 만든 것은 아닐까. 혼자만의 착각일지는 몰라도 조금은 뿌듯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원충원’, ‘노동차별 그만’ 등을 외치는 조합원분들의 화려한 피켓 앞을 무심히 지나치는 사람들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저렇게 명명백백하고 직접적으로 당연한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왜 아무도 들어주지 않고, 원청은 귀만 닫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어떠한 요구를 하고 있는 집단이 혼자가 아님을 보여주는 것, 즉 연대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했다. 노동자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대학생들을 본다면 무심히 오가는 사람들도 ‘도대체 무슨 일이지’하는 의문을 한번이라도 더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선전전을 하는 동안 먼저 말을 걸어주시고 함께 분노해주신 시민분도 계셨고, 직접 음료수 한 박스를 건네주고 가신 시민분 등 많은 따듯한 손길이 있었다. 이런 작은 관심들과 연대하는 목소리들이 모인다면 이 사안이 빠른 시일 안에 더욱 공론화되어 해결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문우의 이번 기획이 그런 하나의 목소리로서 청소노동자분들에게 큰 힘을 보탤 수 있기를 바란다.
문우 세브란스 팀 기획으로 두 차례 세브란스 선전전에 참여했다. 매주 하고 계시는 조합원 분들과 함께 하고 나니 겨우 두 번 참여 가지고 후기를 쓴다는 것이 민망하기도 한데, 그래도 짧은 시간 동안 느끼는 바가 정말 많았기에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공대위(풀네임은 연세대학교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쪽에서 병원에 경비가 삼엄(?)하다고 해서 꽤 긴장하고 세브란스로 향했다. 마스크까지 단단히 하고 들어가니 활짝 웃어주시는 조합원 분들이 계셨다. 매주 정해진 요일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피켓을 드신다는 것이 대단하고 생각했다. 문우 친구들과 열심히 만들어 간 피켓을 들고 한 시간 가량 선전전을 진행하였다. 크게 두 가지가 인상적이었는데, 역시 경비용역들이 사진을 엄청나게 찍어댔다는 것. 마스크가 없었다면 정말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피켓으로 얼굴을 가렸는데도 계속 피켓 사진을 찍었고, 조합원 분들, 서경지부에서 세워놓은 피켓 전부 성실히 찍어갔다. 쓸모도 없는 사진을 단지 위협을 주기 위해 찍는다는 게 너무 어이없었다. 동시에 병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관심도 한 몸에 받을 수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사람들이 마스크 쓴 우리와 피켓에 써져 있는 문구를 유심히 봐주었다. 확실히 학생들이 와서 그런 것 같았다. ‘학생들이 연대하는 것’의 힘을 여러모로 크게 느낄 수 있었던 선전전이었다! 어떤 분께서는 고생한다면서 음료수도 주고 가셨다. (감동)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세브란스 분회의 투쟁이 정당하고, 승리하길 응원한다는 뜻이겠다. 세브란스 팀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이지만, 원청 세브란스를 상대로 조합원 분들이 정말 힘들게 투쟁하고 계신다. 선전전에 두 차례 참여하고 나니, 자주 시간 될 때마다 얼굴 비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정말 ‘승리’하실 때까지 함께 하고 싶다. 우리가 써간 피켓의 말처럼 ‘진짜 사용자’인 원청이 책임지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 투쟁!!!
무더위로 푹푹찌는 여름, 익히 걷던 백양로를 지나 세브란스 병원으로 향했다. 세브란스 청소 노동자와의 단기적인 연대활동으로 점심시간 선전전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몇 번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당연히 확성기를 들고, 지나가는 이용객들에게 ‘선전’할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나의 예상과 달리 세브란스에서의 선전전은 침묵 시위였다. 아무래도 병원이라는 시설의 특징을 고려해 소음을 최소화 한 것 같았는데, 그래도 이렇게 조용하게 선전을 하다니 가길 바쁜 사람들이 우리의 얘기를 들어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이처럼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갔기에 사람들의 반응은 나에게 굉장히 의외였다. 조용히 피켓을 들고 있는 1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보았다. 지나가며 슬쩍 보는 시선, 유심히 쳐다보는 시선 등 피켓을 쳐다보는 태도도 여러 가지였다.
그들이 우리를 봐준다는 것 자체는 상당히 신나는 일이었지만, 그 사람들의 시선 뒤에 어떤 태도가 자리 잡고 있을지 나로서는 판단할 수 없었다. 꽤 오래 지속된 선전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상황이 큰 진전이 없었다는 것을 보면 선전전은 시민들에게 일상의 신선한 자극, 혹은 귀찮은 일 그 이상의 것으로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그런 생산적이지 못한 관심마저도 청소노동자 당사자가 아니라, 학생인 우리가 피켓을 들고 서있을 때 그나마 훨씬 더 많이 받는 것이라고 한다. 이 지점에서 연대의 힘이 왜 필요한지를 한 번 더 절감하면서도, 수많은 운동에서 당사자이자 약자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쉽게 지워지는지 느꼈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폭력적인 현실인지에 대해 곱씹어 보는 지금, 마음이 마냥 편치 않다.
나는 선전전이 끝나고 대학 새내기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선전전을 지켜본 많은 이들이 그랬을 것이다. 더 이상 청소 노동자들과의 연결 지점이 없다고 느낄 일상의 공간으로 돌아갔겠지. 선전전 자체로는 노동자들의 상황을 바꿀 수 있을 만큼의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겠지만, 내가 그랬듯, 그 선전전 현장에 있었던 모든 이들이 아주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마음 한 구석에 간직하고 그들의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들이 뭉쳐 불합리한 현실을 뒤집을 수 있는 목소리로 실현되기를 바란다.
선전전에 참여하기로 한 당일 아침에는 연세대학교 백양로삼거리에서 ‘책임회피, 슈퍼갑질 연세대학교 규탄! 연세대 학생-비정규직 노동자 공동 기자회견’이 있었다. 다른 문우편집위원들과 그 기자회견에 참관해 조합원분들과 함께 ‘투쟁’을 외쳤다. 기자회견에서는 여러 사람들의 규탄발언이 끝나고 난 후, ‘생활임금 보장’, ‘비정규직 철폐’와 같은 요구사항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는 큰 판넬을 향해 물풍선을 던지는 퍼포먼스가 진행되기도 했다. 물을 먹어 바닥에 뭉개진 종이를 보니 세브란스 청소노동자를 비롯해 곳곳에서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힘겹게 투쟁하는 사람들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
기자회견 중에 행정처 직원이 몰래 조합원들의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 정당한 방식으로 정당한 요구를 하는 것조차 감시를 받는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곧 가게 될 세브란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벌써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 바람에 더욱더 긴장한 채로 세브란스로 향했다. 앞서 찍힌 사진을 회수하느라 지연된 시간 때문에 세브란스 병원에 늦게 도착했더니, 병원 본관에서는 이미 선전전이 시작된 상태였다.
선전전에 자주 참여하지도 못하는데 늦기까지 해서 죄송스런 맘에 얼른 자리를 잡고 미리 만들어 온 피켓을 들었다. 나는 지나가는 사람들과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제발 이 피켓을 읽고 청소노동자들이 처한 비정상적인 상황에 함께 분노해주세요’ 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빤히 쳐다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그냥 기분탓인지 우리가 오고 나서 선전전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 같았다. 심지어는 응원의 뜻으로 음료수를 주고 가신 분도 있었고, 직접 우리에게 말을 건네며 함께 분노하고 공감해주신 분도 있었다.
점점 피켓 앞에 걸음을 멈추는 사람이 늘어나고 시간이 조금 지나자 인이어를 낀 직원(a.k.a. 감시자)들은 어디론가 바쁘게 전화를 걸고 문자를 주고 받았다. 그러더니 곧 휴대폰을 들어 선전전을 하는 사람들과 피켓 하나하나를 찍는 것이었다. 혹시나 싶어 가져온 마스크를 눈 바로 밑까지 올려쓴 채 그런 그들을 지켜봤다. 한손으로 휙- 사진을 찍는 것마저 성의 없어 보여 화가 났다. 마치 이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기보다는 귀찮다고 생각하는 게 느껴져서 그랬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선전전이 그들에게 분명히 압박을 주고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선전전이 끝나고 조합원분들은 학생들이 있어서 사람들이 더 많이 관심을 가져준 것 같다며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뿌듯하면서도 씁쓸해지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평소 언론을 통해 접했던 것처럼 수많은 ‘그들’이 투쟁하는 것은 간단히 ‘생떼’로 치부하면서 ‘이 일과 상관없는 사람들’이 함께 할 때, 그제서야 이해해주는 척이라도 하는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그보다 더 씁쓸한 것은 연대를 해야만 ‘이해’를 받을 수 있는 현실에서 연대가 그리 쉽게 구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세브란스 청소노동자의 경우를 포함한 모든 투쟁은 우리 바로 옆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그들에겐 그들의 목소리를 상대에게 가닿게 할 확성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오직 연대만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믿는다. 더이상 청소노동자들이 고된 노동 가운데 유일한 휴식시간인 점심시간마저 투쟁에 할애하지 않아도 되었으면 좋겠다. 그들에게 온전한 휴식이 주어졌으면 좋겠다. 부디 더 많은 사람들의 연대를 통해 세브란스 청소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들이 하루빨리 정상화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