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정돈 포들, 루
어서 오세요! 저희는 문우편집위원회입니다. 5월 23일과 24일, 송도와 신촌 에서 열린 연세대학교 제 2회 인권축제 문우 부스에 오신 적이 있나요? 저희 문우 부스에서는 저희가 1학기 중에 공부했던 ‘반(反)성폭력 세미 나’와 ‘여성 노동 세미나’를 바탕으로 ‘반(反)성폭력 운동사 10장면’, ‘함께 말하고 이어 말하자’, ‘24시간이 모자라’라는 3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정말 거 짓말 안하고 이 다채롭고 재치 넘치는 프로그램들, 그 인기가 장난이 아니었어 요.^^ 아, 문우 부스에 못 오셨다고요? 부스에 왔었는데, 차분하게 보지 못해서 아쉬우셨다고요? 그런 독자 분들을 위해서 저희가 60호에도 문우 부스를 다시 오픈했습니다! 지금의 미투 운동은 어떤 역사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미투 운동과 성평등에 대해 학우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가사 노동과 돌봄 노동은 과연 누구의 것인지, 궁금하시죠? 그럼 60호를 놓지 말고, 지금 바로 세 프로그램들을 만나봅시다!
2018년 상반기는 미투운동과 홍대불법촬영 등 성폭력 사건에 대한 뉴스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분노하며 성폭력에 대항하는 여론이 거세어진 듯 보인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다. 페미니즘과 이에 대한 일련의 사회적 논의가 누군가에게는 갑작스럽게 느껴질지 몰라도, 꾸준히 성폭력에 대항하여 싸워온 사람들이 있다. 이 기사에서는 결코 짧지 않은 한국의 반성폭력 운동사의 핵심적인 10가지 사건을 소개한다.
*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지칭하는 말로 사건의 이름을 짓는 행위는 지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본 기사에서는 정보 전달의 목적을 위해 보편적인 명칭을 사용한 것에 대해 독자들의 양해를 바란다. (2,3,4번)
1986년 6월 대학생이던 권인숙은 위장 취업을 하여 노동운동을 하던 중 체포되었다. 바로 혐의를 시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부천경찰서 경장 문귀동은 5.3 사태의 관련자 행방을 물으며 권인숙에게 성고문을 가했다. 권인숙은 변호사를 통해 문귀동을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하며 피해 사실을 알렸고, 여성단체들은 사건 대응을 위해 '여성단체연합 성고문대책위'를 구성하였다. 하지만 문귀동은 도리어 명예훼손죄, 무고죄를 명목으로 권인숙을 맞고소하고, 검찰 역시 권인숙을 ‘가출자, 성적불량자, 급진좌파’라고 매도하며 성폭력에 대한 고발 역시 혁명을 위해 성적 수치심마저 이용한 것이라 호도하였다. 반면 문귀동의 혐의가 인정되지 않자 이에 대항하여 명동에서 ‘고문·성고문·용공조작 범국민폭로대회’가 일어났고, 정부는 경찰을 동원하여 폭력적으로 집회를 제압하였다. 끊임없는 투쟁의 결과 1989년 대법원은 문귀동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하였다. 이 사건은 당시 정부의 총체적인 부도덕함과 인권유린 실상을 여과 없이 드러냄과 동시에 성추행에 대한 개념조차 없던 당시 정치 투쟁에 가려져있던 여성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사건이었다.
1991년 1월 성폭력피해자 김부남이 21년 전 아홉 살이었던 자신을 강간한 이웃집 아저씨 송백권을 찾아가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 성폭력피해생존자가 제도적 도움을 얻을 수 없어 스스로 보복하게 만든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이 퍼져나가면서 당시 전국적인 연대가 이뤄졌다. "나는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라 짐승을 죽였다"라는 김부남의 절규는 성폭력의 개념조차 명확하지 않고 몇몇 운 나쁜 여성의 문제라는 인식을 전환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듬해 1월에는 13년 동안 의붓딸을 성폭행해온 가해자 김영오를 피해자 김보은의 남자친구인 김진관이 살해하였고, 이는 그동안 금기시되어왔던 근친성폭력의 실상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피해생존자 심문 과정에서 법조인의 친족성폭력에 대한 이해 부족과 왜곡된 성의식이 드러나 시민들의 공분을 자아냈다. 또한 전국규모의 <김보은·김진관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의 세심하고 조직적인 활동은 성폭력피해자 보호와 성폭력추방운동의 장을 새롭게 마련하였다. 이 두 사건은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에관한법률(성폭력특별법)' 제정의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1993년 6월, 서울대학교 화학과 신 교수는 1992년 5월부터 같은 과에서 근무하던 우 조교를 재임용 대상에서 제외시켰고 이로 인해 우 조교는 같은 해 8월 자동으로 조교 자리에서 해임되었다. 이에 우 조교는 신 교수가 1년 여 동안 그녀를 수차례에 걸쳐 성희롱했음을 밝히며 자신의 해임은 신 교수의 성희롱 발언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실시된 신 교수의 보복성 행위라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대학교에서는 대자보를 붙이고, ‘화학과 조교 성희롱 대책위원회’를 꾸려 신 교수 퇴진운동을 외치는 등 오랜 시간에 걸친 항의가 이루어졌다. 결국 법원은 4년 여 만에 신 교수의 성희롱 사실을 인정하고 우 교수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성희롱 민사소송 사건이었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최초로 성희롱을 불법행위로 인정한 판결로 그간 둔감했던 성희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이 사건으로 인해 직장 내 성희롱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어 ‘직장 내 성희롱 예방과 처벌 조항’이 법률 조항에 신설되었다.
강릉의 정신지체여성 K양이 수년간 마을 남성 7명에게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당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장애 여성에 대한 성폭력 문제가 조명을 받게 되었다. 여성장애인 단체들이 연대하여 공동대책위원회가 결성되었으며, 이는 여성장애인 성폭력이 사건화되어 실형이 선고된 최초의 판례가 되었다. 정신지체 여성 장애인 성폭력의 경우에는 피해자가 성폭력에 대한 인지능력이 낮기 때문에 오랫동안 피해를 당하다 노출되는 경우가 많고, 피해 뒤 대처능력도 떨어진다. 또 피해사실을 알린다고 해도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감춰진 피해의 양상은 더욱 심각하며 성폭력피해자라는 특성과 장애인이라는 특성이 세심하게 고려되지 않아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피해여성이 방치되는 일이 많다. 강릉 K양 사건이 알려지자 그동안 묻혀있던 많은 정신지체 장애여성 성폭력 사건들이 관련단체에 접수되며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또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여성장애우 성폭력실태와 대책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하여 여성장애인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을 시작하였다.
롯데호텔 노동조합이 여성노동자조합원 382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70%가 심각하고 광범위한 성희롱을 경험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에 한국성폭력상담소 외 5개 여성단체와 민주노총, 한국노총 합동으로 노동부에 '호텔롯데 사업주의 직장 내 성희롱 예방조치 위반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고 여성노조원 270여 명은 회사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출했다. 이는 직장 내 성희롱으로 집단 소송을 낸 최초의 사건으로 성희롱 피해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사측에 피해보상 및 법적 책임을 물은 첫 번째 사례였다. 또한 성희롱 가해자를 징계조치하지 않은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한 최초의 사례가 되어 모든 사업주에게 남녀 차별적 직장문화 개선의 책임이 있음을 각인 시켜주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2003년부터 매년 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대회를 개최하였다. 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대회는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이 자신의 피해경험을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과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장이며 집단적 치유의 공간이기도 하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참여자 모두가 말하기의 주체이자 담론의 생산자로써 만나게 되고, 그 속에서 다양한 경험들이 만나 단일한 성폭력 개념을 해체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또한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는 것뿐만 아니라 ‘사건 이후 재판에서 어떻게 변론했나’ ‘어떻게 사과 받았나’ 등과 같은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여성들이 실질적으로 성폭력 가해자에 맞서 이겨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아가기도 한다.
2015년 10월, 국내 최대 디지털 성폭력 사이트 소라넷 폐쇄 운동을 위해 ‘소라넷 아웃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단체다. 2016년도에 활동 확장을 위해 RPO(Revenge Porno Out)로 명칭을 바꾸었고, 리벤지 포르노라는 단어가 문제 제기되면서 DSO(Digital Sexual Crime Out)으로 새로이 출범하게 되었다. 지난 3년간 디지털 성범죄 공론화 및 인식변화 캠페인, 피해자 지원(경위서 작성, 영상 삭제 지원, 관련 단체 연계), 몰카 판매 금지 법안 입법 촉구, 2차가해를 유발하는 자극적인 신문기사 제목 반대, 대학 심포지엄 개최 등을 전개하고 있다.
2016년 5월 17일 오전 1시 살인범 김씨(남, 당시 34세)는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에 있는 한 주점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일면식도 없는 A(23·여)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구속 기소됐다. CCTV 분석결과 16일 오후 11시 42분에 피의자가 화장실에 나타나 50여 분간 화장실 앞에서 서성였고 17일 12시 33분 피의자가 화장실에 들어갔으며, 이후 남성 6명이 화장실을 이용했고 1시 7분 화장실에 들어간 최초의 여성이 피해자가 되었다. 피의자는 화장실 남성칸에 앉아 여성이 들어오길 기다렸고 피해자가 여성칸에서 나오기를 세면대 앞에서 기다리다가 범행을 저질렀다. 이는 명백히 여성혐오로 인해 벌어진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피해자 김 씨의 조현병을 이유로 들며 ‘묻지마 살인’으로 판단하여 논란이 되기도 하였다. 이를 계기로 많은 여성들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여 이후 한국사회 페미니즘의 대중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나는_페미니스트입니다’를 시작으로 2015년 2월 트위터 내에 불어닥친 해시태그 운동은 페미니즘 운동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살아남았다, #내가메갈이다, #나는_가임여성이다, #이게_여성의_자취방이다’ 등 SNS를 기반으로 한 해시태그 운동은 어느새 페미니즘 운동에서 하나의 큰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른바 ‘넷페미’는 해시태그를 통해 같은 생각과 지향점을 기반으로 유기적으로 연대하면서 막강한 ‘여성연대’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2016년에는 ‘#00_내_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문화·예술계 전반에 걸친 성폭력 고발 운동이 확산되었다. 이에 유명 문인들, 큐레이터, 영화평론가 등 영향력 있는 문화계 인사들의 성폭력을 증언하는 움직임이 잇따랐으며 일상적으로 만연한 성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미국의 영화배우 알리사 밀라노로부터 2017년 재차 제안되어 범국가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성폭력 고발 캠페인이다. SNS의 해시태그를 통해 #MeToo, #WithYou 등을 달아 성희롱, 성폭력에 대해 고발하고 피해자와 연대한다. 미투는 '나도 당했다'가 아닌, '나도 말한다', '나도 고발한다'는 주체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8년 1월 서지현 검사의 성폭력 폭로가 시발점이 되었다. 미투운동은 자신의 피해경험을 공유하고 연대할 뿐만 아니라 사회에 만연한 강간문화를 고발하고 철폐하기 위해 함께 힘을 모을 것을 공동체에 독려하는 의미를 가진다.
성폭력 관련 법제 타임라인
1991년 4월 한국성폭력상담소 설립
1991년 8월 성폭력특별법제정추진위원회 출범
1993년 8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명 성폭력특별법 제정 (1994년부터 시행)
1995년 형법 개정 (제32장의 제목이 ‘정조에 관한 죄’에서 ‘강간과 추행의 죄’로 변경)
1999년 성희롱 관련법 제정
2000년 2월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제정
2011년 아동청소년성보호법 개정 (2012년부터 시행)
2013년 6월 성폭력 친고죄 폐지
2018년 2월 성폭력방지법 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