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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Yonu Oct 08. 2019

밴쿠버가 끝까지 나를 괴롭힌다


어제는 월요일. 커피 한잔 타놓고 노트북 앞에 앉아서 번역일도 좀 하고 해드헌터님이랑 통화도 하고 약속한대로 영문이력서 작성도 하고 브런치에 밀린 유우럽 여행기도 적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캐나다에서 온 이메일 한 통이 나의 평화와 하루 계획을 다 박살내버렸다.




나는 작년에 밴쿠버를 떠나며 특별한 라이센스를 하나 신청해둔게 있었다. 이 라이센스 취득을 위해서는 내가 근무한 직장의 보스로부터 레퍼런스가 필요했는데 나는 두 군데의 회사로부터 레퍼런스를 받아서 제출했다.


한 보스는 그냥 평이한 레퍼런스를 보내줬더라. "여느는 일 잘하고 라이센스를 취득할 자격이 있음. 자격사항 체크 체크 체크 체크 체크 끝"


그런데 문제는 다른 보스였다.


속된말로 x소리를 정성스럽게도 적어놨다...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실이 하나도 없었을 뿐더러 특히 마지막 줄. '여느에게 나쁜 피드백을 줬더니  여느가 회사를 관뒀다' 이거야 원. 나는 저 회사에서 근무할 당시 그 어떤 피드백도 받은적이 없거니와 상식적으로 내가 나쁜 피드백을 받고 명예스럽게 자진 퇴사했다면 왜 저 회사의 보스에게 레퍼런스를 부탁했겠나. 내가 밴쿠버에서 약 2년정도 체류하며 일한 곳이 3군데인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라이센스 담당국에서 한쪽 의견만 들을 수는 없고, 다른 보스는 나에 대한 나쁜 평을 하지 않은 점을 감안해 나에게 해명을 들어보고 싶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지금 캐나다를 떠나있고 절차만을 따르는 공무원 사회의 특성상 저쪽도 그냥 해명만 듣고 '음 네 사정은 알겠지만 어쨌든 Denied 쾅!'해버릴 가능성이 크지만 일단 땅에 떨어진 내 직업적 명예는 되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나하나 항목별로 사실에 기반한 반박글을 썼다.




첫째로 그들이 나의 업무 역량을 걱정했다는 부분에는 업무배치가 문제였는데 내가 인터뷰에 지원한 부서와 다른 부서에 나를 배치한건 그들이었다고 반박했다. 게다가 나는 인터뷰때 그들이 '혹시 이부서 업무는 어떠냐'라고 물어봐서 '나는 그 분야는 모르기 때문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음에도 나를 그 부서에 배치했다고 적었다.


물론 근무 당시 나의 미숙으로 실수를 한 날이 있었다. 때문에 나는 다른 직원들의 도움으로 수습후 저널과 레포트를 통해 보고의 의무를 다했으며 해당 실수 후 고객들로부터 그 어떤 컴플레인도 접수받지 않았음을 명시했다. 또 부서배치 후 인수인계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에서 3일만에 사수 직원이 타부서로 옮겨가 사실상 사측의 교육과 경영미숙으로 빚어진 실수였음을 어필했다.


그리고 오히려 고객들이 내게 고마움을 표했던 사례들언급했다. 메롱.


또 나 역시 두 차례 이상 부서 이동을 요청 했으나 묵살당했다는 것도 적었다. 이건 왓츠앱 대화 내용도 있어서 해당 내용을 캡쳐하려고 왓츠앱까지 오래간만에 들어갔는데 휴대전화 기기를 바꾸면서 내용이 날아갔거나 전화번호를 정리하며 대화내용을 삭제했는지 찾을수가 없어서 아쉽다.




두번째로는 나의 엑스보스께서 내가 이런 의무 저런 의무 하는 꼴을 '못봤다고' 미주알 고주알 적어주셨는데 그냥 간단히 반박했다. '당연히 못봤겠지. 걘 맨날 바쁘다고 지 오피스에 틀어박혀있거나 휴가갔었으니까'


그리고 당시 다니던 캐나다 학교의 프랙티컴 중 한회차를 마귀할멈네 회사 같은 회사 다른 부서(업무는 비슷. 왜냐면 원래 있던 부서에는 내가 프랙티컴을 해도 인력부족으로 나를 평가할 직원이 없었다...그리고 프랙티컴은 내가 그 회사를 그만 둔뒤에 한 것이기 때문에 내가 어디부서에서 하건 마귀할멈은 신경 무)에서 했는데 업무 역량을 포함한 전부분 스트레이트 올A+ 평가를 받았다.

레지스트리 직원에게 나는 되물었다. 같은 회사였는데 나를 한번도 안보고 평가한 나의 엑스보스와 나를 곁에서 직접 평가한 직원 중 누가 옳겠냐고. 그러면서도 나를 평가했던 직원이 걱정되어 부디 나에게 옳은 평가를 줬다는 이유로 해당 직원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내용도 명시했다. 레지스트리 직원은 내 학교 성적표와 프랙티컴 성적표를 다 확인할 수 있으니 어쨌든 좋은 지표가 될 것은 맞다.


또 내 직장 동료들이 내게 주었던 취업용 레퍼런스도 답장 이메일에 첨부했다. 적어도 나의 옛 직장동료들은 저 마귀할멈보단 공정한 레퍼런스를 주었다.

(레퍼런스도 적당히 모자이크해서 올리려다가 신상정보랑 업종 정보 가리다보니 다 가려져서 그냥 포기)




마지막 항목에서는 처음부분에 적은 것처럼 '상식적으로 말이야, 내가 나쁜 피드백을 받고 그만뒀다 치자, 그럼 내가 붙어먹어도 세번째 보스란 붙어먹지 왜 나쁜 피드백 받고 그만둔 두번째 보스랑 붙어먹냐 이말이야 내말은! 누군 마 사회생활 안해봤는줄 알아!' 라고 적었다.




나는 화가 날수록 침착해지는 편이다. 문제는 침착해지고 난 다음에 후폭풍이 온다. 기운이 쭈욱 다 빠진달까. 그래서 번역도 못하고 이력서도 못쓰고 유우럽 여행기는 더더욱 못쓰고 이불속에 기어들어가서 낮잠이나 잤다. 나의 엑스보스 조안나님께 전화나해서 따질까하다가 목소리들으면 영어로 할줄아는 온갖 욕부터 나올것 같아서 그냥 뒀다. 행복해라 나쁜X아. 그거없어도 난 잘산다.


케장님 사랑해요 돈벌면 케장콘부터 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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