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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Yonu Nov 18. 2019

유튜브 보며 길 걷는 세대


나와 사촌동생은 근 20년의 나이 차이가 난다. 이 정도면 세대가 하나 혹은 두 개는 다르다고 구분 지어도 될 것이다.


요즘 이 초딩 꼬마의 최대 관심사는 유튜브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질 않는다. 도대체 뭐가 그리 재미있다는 건지. 소리나 꽤액 질러대고 욕을 해대는 유튜브 방송이 재밌다고 킬킬대는 이 꼬마를 보고 있으면 조금 걱정은 된다. 나와 있는 동안에도 몇 번 유튜버들에게 배운 욕설적 단어를 사용했다가 주의를 받았다.


나는 꼬마와 밥을 먹을 때는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라고 했다. 아직 젓가락질이 서툰 꼬마가 밥을 흘릴 위험도 있고, 방송을 보며 먹다간 제대로 씹지도 않고 삼킬 것 같아서. 그리고 칼라폰과 스마트폰 사이의 끼인 세대 출신 누나로써 나는 꼬마랑 대화를 더 하고 싶었으니까.


밥을 먹고 나오자 꼬마는 기다렸다는 듯 유튜브부터 켰다. 어두운 익선동의 밤거리 꼬마의 휴대전화만 밝게 빛났다. 길에서 휴대전화를 보는 게 위험하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지만 이걸 또 말리자니 내가 너무 구세대 같기도 해서 그냥 뒀다.

(참고로 나는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유튜브 소리에 찬성하지 않기 때문에 꼬마에게 늘 이어폰 착용을 부탁한다.)


그리고 유튜브를 보며 걷던 꼬마는 채 세네 걸음도 걷기 전에 "어이쿠"했다.

발을 헛디딘 것이다.


그 거봐 꼬마야. 밤에 유튜브 보며 가니까 넘어지지. 누나가 안 그래도 못 보게 하려다가 그냥 뒀는데 네가 직접 배웠다. 그치?


꼬마는 민망한 듯 헤헤 웃는다.


길에서 유튜브 보며 걷는 세대.  세대차도 그들이 알아서 배울 것이다. 보편함이라는 것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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