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흡연자와 노상방뇨자 누가 더 나빠요?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나 저쪽가서 담배 좀 피우고 올게.
흡연자이던 내 친구가 버스를 기다리다가 내게 건낸말. 나는 그러라고 했다. 경기도의 어느 한적한 버스 정류장 근처. 밤은 어두웠고 길에는 아무 사람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정류장에서 제법 떨어진 곳으로 가서 담배를 태웠다. 그래도 나는 그녀가 걱정되어 최대한 그녀가 내 시선에서 떨어지지 않을 만한 장소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 곁으로 어떤 중년의 남성이 지나갔다. 그리고 그 남성은 담배를 태우는 여자가 기분 나쁘다는 듯 내 친구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술이 거하게 된 듯 비틀거리는 폼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러다가 시비라도 걸리겠구나 싶어 나는 당장이라도 그녀 곁으로 뛰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행히 그는 내 친구에게 시비를 걸지 않았다. 대신 내 친구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아주 시원하게, 풀숲을 향해 오줌을 갈겼다.
노상방뇨는 '서서쏴'가 가능한 남성의 특권일지도 모른다. 내가 남자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서서쏴' 노상방뇨다. 다행히 내 시선에서 등을 돌리고 그가 소변을 보았기에 내가 못볼꼴은 보지 않아도 됐다.
그는 시원히 오줌을 갈기고 툭툭 털어내더니 다시 한 번 내 친구를 노려보았다. 여자가 담배 피우는거 처음보냐 이 나쁜새끼야. 그럼 밤 중에 풀숲에 오줌 갈기는 너는 정당하냐.
많은 국가에서 여성 흡연은 자유롭다. 그런데 유독 한국만 여자가 담배를 피우면 술집 여자라는 둥, 기형아를 낳는 다는 둥 이중 잣대를 들이민다. 술집 가는 소비자인 남성은 안 더럽고, 담배 피워 기형아 정자를 만드는 남성은 죄가 없나?
긴장했다가 풀렸다가 화가났다가 했던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