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관매직을 몸소 실천해주셨던 분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선생님! 우리 반은 왜 반장선거 안 해요?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나는 제법 후진 동네의 제법 후진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그때 유독 우리 반만 특이하게 우리 반만 반장과 부반장이 없었다. 다른 반은 다 있는데. 우리 반에서 제일 목소리도 크고 싸움도 잘하고 인기 많던 아이의 아쉽다는 투의 저 질문에 선생님은
아직 2학년 학생들에겐 반장이 필요가 없단다. 학교에서도 그렇다고 해.
3학년부터 할 수 있단다.
라고 답하셨다. 그리고 정말 3학년 때부터 우리는 투표로 반장과 부반장을 선발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학교에서 3학년을 마치고 전학을 갔다. 부모님의 사업상 이유도 있었고 부모님 보시기에도 이 학교가 나와 동생에게 좋은 교육 환경이 아니라고 생각하셨던 것이었다.
그리고 중학생이 되고 왜 초등학교 2학년 때 우리 반만 반장이 없었는지를 알게 될 수 있었다. 중학교 같은 반 아이의 오빠가 나와 같은 초등학교 출신이었던 것이다.
글쎄, 우리 오빠가 초등학교 2학년 때 반장선거에 나가서 당선이 됐던 거야. 근데 담임이 우리 엄마를 학교로 부른 거지. 그러더니 이걸 요구하더래. (친구는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동그라미 표시를 만들어 보였다.)
우리 엄마는 당연히 줄 수 없다고 했고. 그랬더니 다음날 우리 오빠 당선을 취소하고 다른 애를 반장자리에 앉혔대.
돈준 엄마 애로. 오빠는 그날 집에 와서 엄청 울었다더라.
... 그랬구나. 그럼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학급 임원이라며 거드름을 피우던 다른 반 그 어린아이들은 선생과 엄마들 간 모종의 뒷거래로 그 자리를 산 아이들이었구나. 그 선생님들 중 오직 우리 반 선생님만이 촌지를 포기하고 학교 방침을 따라 학급 임원을 세우지 않았던 거구나. 갑자기 그분의 얼굴이 떠오르며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론 오히려 그 이유로 다른 선생들에게 따돌림을 당하진 않으셨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역사책에서나 보던 매관매직을 1999년에 몸소 실천해주셨던 선생님들. 그 돈 착하게 쓰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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