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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Yonu Nov 20. 2019

예의 없는 세상, 예의 없는 폭주족

어이- 네놈은 '양아치'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꺼져 X발X아


나는 살면서 조폭과 폭주족을 직접 마 주처 본적이 딱 한 번씩 있다. 

먼저 조폭부터 얘기해보자면, 가난한 우리 동네에 어느 날부터 검정 양복을 차려입은 덩치 산만한 사내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왜 갑자기 그들이 우리 동네에 나타났었는지는 모르겠다. 한 번은 친구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자전거가 삐끗했고 그들이 타고 다니던 검은색 차 옆으로 자전거가 바짝 붙게 되면서 나와 친구의 몸이 그들의 차에 쓸린 적이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망했다, 난 죽었다. 정말 무서웠다. 


차는 멈췄고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일제히 차에서 내려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나와 친구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그러나 그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아이고, 어디 다친 데는 없니? 
와 정말 깜짝 놀랐다. 너희 괜찮아? 


그들은 오히려 동네 오빠같이 친근하게 우리에게 다친 곳은 없는지, 괜찮은지 물어주었다. 옷만 스친 정도였기에 나와 친구는 멀쩡했다. 그들은 우리가 멀쩡한 것을 확인하자 


와 정말 다행이다. 자전거 탈 때는 조심해야 해~ 알았지?


라는 말을 남기고 다시 자기들 갈 길을 갔다. 크게 혼이 날 거라던 나와 친구의 예상을 완벽하게 빗나간 행동이었다. 


그러나 폭주족은 달랐다. 폭주족을 마주쳤을 때도 나는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내가 살던 가난한 시골 동네에는 제법 경사진 언덕이 있었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언덕 위로 올라가서 자전거를 타고 슝-하고 언덕을 내려오는 것을 즐겼다. 그날도 한참 그 놀이를 즐기고 있을 때였다. 주변에 친구들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나 혼자였던 것 같다. 


나는 또 슝- 페달도 밟지 않고 신나게 내려왔는데 아뿔싸, 내 앞을 오토바이에 가로막혔다. 나는 오토바이를 피하려고 오른쪽으로 자전거를 틀었는데 오토바이도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왼쪽으로 틀었는데 오토바이도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자 오토바이 운전자가 짜증이 났는지 


아 저리 꺼져 X발X아 


라고 내게 욕을 했다. 내가 놀란 토끼눈이 되어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자 그는 그의 친구들과 함께 방향을 틀어 나를 남겨두고 쌩하고 가버렸다. 아직 어렸기에 태어나서 처음 남에게 들어보는 '욕'이었다.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의 얼굴도 볼 수 있었는데 그는 나이도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많아 봤자 고등학생? 무엇이 그리 급했다고 그 어린 미취학 아동의 면전에 대고 그런 나쁜 말을 했어야 했을까. 


내가 어릴 때는 청소년 폭주족이 사회적 문젯거리였다. 나는 그가 그들 중 한 명이었으리라 확신한다.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며 자신이 멋지다고 한껏 자아도취를 했겠지. 하지만 이봐, 당신은 그저 '양아치'에 불과하다. 어린아이에게 쌍시옷 들어간 욕이나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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