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Huh Oooh Juk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느Yonu Dec 21. 2019

사원이 감히 밥을 따로 먹어서


 여느씨는 왜 자꾸 밥을 혼자 먹습니까? 다른 직원들과 함께 먹어야 화합도
도모되고 좋아 보이지 않겠습니까? 


 '혼밥'을 이유로 회사에서 혼이 났다. 나에게도 혼밥에는 이유가 있었다. 첫번째는 외근이 많은 내 업무탓이었다. 1시, 2시 외근이 잦은 나로써는 늦지 않기 위해 미리 외근지로 이동 후 식사하는 편을 택하곤 했다. 


 두번째는 식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회사의 위치는 강남의 어느 노른자위. 당연히 식비는 비싸고 나는 굳이 점심을 강남의 정신없는 식당에서 비싼 돈주고 먹느니 도시락을 싸와 까먹는 편을 택했다. 캐나다 생활을 하며 도시락 문화에도 어느정도 익숙했고, 실제로 도시락을 싸와 식사를 하는 직원도 몇 있었기 때문이다. 


 세번째는 앞서 두번째 이유에서 잠시 등장했지만 점심시간의 강남은 밀물과 썰물이 한시간동안 한꺼번에 발생한다. 한시간 내로 식사와 커피를 해결해야하는 직장인들이 우루루 몰려나오니 그 정신없음에 가끔은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조차 잘 모르겠어서였다. 


 네번째는 다른 직원들과의 식사 속도차이 때문이었다. 내가 밥을 느리게 먹는 편이 아닌데도 유달리 다른 직원들의 밥먹는 속도가 빨랐다. 알고보니 직원들 중 가장 높은 직급자, 아니 계급자가 밥을 하도 빨리 먹어서 그 속도에 맞춰 먹다보니 후루룩 마시듯 식사 속도가 빨라져버렸다는 것이다. 나는 뜨악했다. 점심시간은 휴식시간으로 분명 휴식을 위한 시간이어야하는데 그 시간 조차 윗사람의 눈치를 보느라 편히 보내질 못한다니. 


 다섯번째 이유도 점심시간이 휴식시간이 되지 못한다는 큰 줄기에서 나온 이유였다. 밥 먹으러 왔으면 밥만 먹으면 되지, 그 자리에서까지 굳이 일얘기를 꺼내니 먹다가 체할것 같았다. 어느 정도 일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나도 이해한다만 꼭 가장 진지하고 어려운 일얘기만 골라서 해대니 이거야 원 삼키던 콩나물이 코로 나올 지경이었다. 


 어쨌든 경고를 받았으니 내가 조심해야한다. 그게 사회생활 아니었던가? 대신 내가 상급자가 된다면 내 아랫사람들이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먹던, 나는 일체 관여하지 않는 안꼰대가 되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에게 나쁘게 대해서 좋을 게 뭐가 있습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