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다 적당히 분위기 있고 밖 바람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에 가서 앉았다. 메뉴는 죄다 독일어로 되어 있고 나야 평소 가리는 것없이 잘 먹기 때문에 독일인 친구들에게 메뉴 선택을 부탁했다.
물론 그림보고 감자튀김은 하나 시켰다. 나의 오더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은 꽃을 보고있었다. 나의 독일인 친구는 여자끼리 참으로 로맨틱하게도 유원지 총쏘는 게임을 통해 꽃 세송이를 따서 주었다. 총포상의 독일인 아저씨는 총알이 맞건 안맞건 관심없다는 듯한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충맞아도 꽃 세송이를 주었다. 꽃에게 총을 쏘다니. 우리는 나쁜 사람들인가? 나도 쏴보고 싶었지만 여비를 아껴야했다...
친구들과의 스몰톡중, 등장한 이 것. 나는 '고기다!'하는 마음과 함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집어 들었다. 고기맛. 소고기와 비슷한 고기맛. 물론 소스맛에 버무려진 고기맛. 사실 나는 저런 갈색의 소스를 좋아하질 않는다. 돈까스 위에 올라가는 갈색 소스도 사실 긁어내고 먹기 바쁘다.
친구들도 한입씩 거들었다. 그리고 말했다.
"이거 캥거루 고기래."
나는 순간 멈칫했다.
"캥거루라구?"
"응 여기 호주식 레스토랑이잖아."
캥거루는 뭐랄까 호주만의 상징으로, 오직 호주에만 서식하므로 우리나라 천연기념물처럼 먹으면 안되는건줄 알았는데 돌고돌아 독일에서 캥거루 고기를 맛보다니. 친구들도 캥거루 고기 시식은 처음이었다고 했다.
우리는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고상하게 캥거루 고기를 맛보고, "오늘 좀 팬시했다"했다.
제주도 허름한 식당에서 최초로 말고기를 맛봤을때처럼 나는 뭔가 신기했다.
캥거루야. 캥거루야. 한번도 내눈으로 본적 없는 캥거루야. 이제 우리 하나가 되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