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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Yonu Aug 30. 2021

나 자신 치유하기 4 약한 감정 받아들이기

오! 한 달간 치료비로 889,760원 썼는데 효과 있는건가. 드디어 거의 1년간 신체 증상으로까지 나타나며 날 괴롭히던 우울증의 원인을 찾아냈다!


사실 외면하고 있었는데 받아들였다.


작년에만 친구가 둘이나 죽었다. 한 명은 중순쯤 사고로. 한 명은 스스로.


내가 좀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다. 내 사고회로는 '내가 감정을 느낀다' -> '진짜 이 느낌일까?/기분일까?/착각아닐까?' 하며 끊임없이 의심한다.


회피 경향도 있다. 슬픈 감정이나 자기 연민의 감정, 스스로 약하다고 느끼는 감정은 내가 회피한다. 이건 정신과 검사 결과지에도 찍혀나왔다.


친구 A가 죽었을 땐 부고도 늦게 접했다. 이게 참 어렵다. 누구의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상 소식은 회사 연락망을 타고, SNS를 타고, 빨리빨리 전파되는 반면


자식의 죽음을 알려야하는 부모님은 막상 부고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보내야할지도 잘 모른다. 게다가 그럴 정신 한 켠 내기가 쉬우실까.

다 큰 성인일 경우 친한 친구 몇에게 겨우 알리고, 그나마도 누구랑 친한지도 잘 모르신다. 친구들이 대신 알려야 하는데 오빠와 가까웠어도 겹치는 친구가 별로 없던 나는 장례가 다 끝나고야 알았다.


나는 그제야 왜 뒤늦게 확인한 그의 카톡에 답장을 했음에도 그가 3일간 읽지 않는지를 알았다.


그의 사망 불과 일주일 전에도 우리는 드라이브를 갔었다.


오빠 친구들은 코로나도 있고, 막둥이였던 오빠의 부모님께서 조용한 장례를 원하셨기에 자기들도 못갔다고 했다.


자기들도 사고 처리 때문에 경찰서를 왔다갔다 해야해 정신이 없었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다음에 얼굴이나 보자했지만 애초에 빈 말인걸 알았다. 때 아무 감정도 안들었다.


슬프지도, 울고 싶지도 않고 마음이 너무 차분해서 나도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냥 내가 감정을 꾹꾹 눌렀던 것 같다. 누르고, 회피하고, 끝내 모른 척.


그 달, 3주에 한 번 가던 정신과에 가서도 아무일 없다했다. 진짜 그렇게 착각하고 있었다.


슬프다. 생각난다. 보고싶다.


친구B의 부고를 접했을 땐 충격이 제법 컸다. B는 나처럼 오랜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살아온 과정의 결핍이 나와 닮은 구석이 많았다.


B는 늘 표현이 거칠었지만 서툰 것 뿐이라는 건 내가 알았다. 나는 시끄러워 못듣는 록 음악에 마이너 컬쳐 영상을 섞어서 그런 영상을 절대 이해 못할 관객들에게 상영해놓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B랑은 A만큼 자주 연락하지도, 보지도 못했다. B가 자주 연락 두절이었기 때문이다. 누구 말론 입원 때문이라고도 했다. 정신병원에 입원하면 휴대폰을 못쓰니까.


내가 처음 브런치를 시작했을때 그는 내 첫 구독자 중 하나였고 내 글을 좋아해줬다. 브런치에 그와의 글도 남아있다.


어느 날인가 그가 카톡이 와서 그동안 힘들었는데 내가 아직 출판도 못한 여행기 THANKS TO에 자기 이름을 넣어줘서 고마웠다고 했다. 내가 답장을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도 안난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B가 자살했다고 했을 때 나는 놀라지 않은 척했다. 우울증 환자의 자살은 원래 자주 있는 거잖아? 라면서. 그러면서 부러웠다. 갈거면 같이 가지. 배신감... 슬펐다. 슬펐는데 다 회피했다.


사실 충격을 받았다고 위에 쓴 이유는 공포를 생생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같이 살아주길 바랬는데, 같이 이겨주길 바랬는데, B는 죽어버렸다. 나도 결국 끝은 저기인가?


하지만 그 달, 3주에 한 번 가던 정신과에 가서도 최근 아무일 없다고 했다.


주변에 우울증을 앓다가 스스로 죽음을 택한 이는 비단 B 하나 뿐만이 아니다. 사실 그때도 공포를 느꼈다. 그래도 그 해는 여행이라도 다녀와 견딜만 했다.


하지만 작년은 이유없이 하필 지하철 7호선에서 공황장애가 날 덮쳤는데 친구A가 급사하고 B는 자살을 했다. 업무는 기사 압박으로 스트레스가 최고조였다.


면역력이 최악으로 떨어진 상태에 제대로 얻어 맞은 셈. 그럼에도 나는 내가 괜찮은 줄 알았다. 사실 천천히 나도 죽어가고 있어놓고.


이제 알았으니까 또 천천히 나도 약한 감정을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표출하는 법을 찾아가야지.


B와의 추억이 담긴 글:

보고 싶다 민성아



경두개자기장치료 3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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