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가 불판에 달궈지고, 소주와 함께 사람들의 얼굴도 빨갛게 달궈져 가는 어느 저녁의 삼겹살집. 왁자한 분위기 속 세 청년은 연신 잔을 들었다. 기분 좋은 분위기 속 지석-데이비드의 농담에 민준-테일러가 박장대소를 했다. 하지만 재홍-올리버는 도통 불만에 찬 표정으로 퉁명스럽게 말했다.
"어휴, 민준이 이 새끼, 전투 때는 무섭다고 그렇게 벌벌 떨더니 이제는 아주 살판났어"
재홍-올리버의 한마디에 테이블은 얼어붙었다.
"야, 전쟁 얘기는 하면 안 되잖아"
민준-테일러가 목소리를 한껏 낮춰 말했다.
"왜? 왜 전쟁얘기 하면 안 되는데? 우리가 뭐 죄라도 졌냐?"
재홍-올리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일순간 왁자하던 삼겹살집이 고요해졌다. 지석-데이비드는 식당에 앉아있는 모든 사람들의 눈과 귀가 자신들의 테이블로 향하고 있음을 직감했다.
"야, 됐고 됐고, 내가 낼 테니까 나가자"
상황을 어서 정리하기 위해 지석-데이비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재홍-올리버는 꼼짝 않고 목소리를 더 높인다.
"왜? 전쟁 나갔다 온 게 죄야? 어른아이인 게 죄야?"
이번에는 민준-테일러도 깜짝 놀랐다. 지석-데이비드는 서둘러 재홍-올리버를 붙잡고 식당을 빠져나갔다.
"저 사람들 어른아이 맞나봐"
"그런가봐. 어른아이들 성격 더럽다던데 오늘 눈으로 직접 보네"
두 사람이 나가자 식당 안의 사람들은 일제히 수군거렸다.
사람들의 눈총에 민준-테일러도 서둘러 자리를 떠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