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만든 음식을 먹을 때 나는 왜 눈시울이 뜨거워질까? 가뭄으로 다 말라가던 식물이 내리는 비에 힘을 차리듯, 아플 때 엄마표 밥 한 그릇에 나는 기운을 다시 내곤 했다. 엄마의 음식은 그렇게 내게 생명이다. 나는 고향에 다녀올 때마다 엄마가 해준 음식을 한가득 실어 와서 비축해 놓는다.
나는 엄마의 음식 솜씨를 눈여겨보고 익혀 조금 흉내를 내는 편이다. 새롭거나 특별한 음식을 먹게 되면 만들 수 있는 음식인지 살펴보고 맛과 향을 기억했다가 직접 만들어 보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내가 손댈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음식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엄마가 직접 만드는 순두부와 모두부다.
오랫동안 콩농사를 짓고 계시는 부모님이 만들어 주는 두부는 고기를 즐기지 않는 내게 영양가 높은 적합한 음식이다. 엄마는 커다란 고무 대야에 노란 콩을 10시간 이상 불려 갈아내고, 아빠는 시골집 마당 가마솥에 장작불을 붙여 놓는다. 엄마가 갈아낸 콩물을 가마솥에 한참 끓이고 간수를 넣어 식히면 덩어리가 몽글몽글 생겨 순두부가 된다.
엄마는 따뜻할 때 맛 보라며 순두부 한 그릇을 퍼 준다. 마늘, 간장, 풋고추, 참기름을 넣어 만든 양념간장을 순두부에 한 수저 올려 먹으면 나는 힘이 불끈 솟아 천하무적 뽀빠이 아저씨가 된다. 모 두부는 몽글몽글한 순두부 덩어리를 베보자기에 깔고 돌로 눌러 만드는데 그 부드러운 식감 역시 한 모는 가뿐히 먹게 될 정도다.
엄마의 두부를 먹으면 힘이 나는 이유는 두부처럼 몽글몽글한 엄마의 사랑과 정성 때문이다.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 음식이 두부라지만 엄마의 두부는 누구의 것과도 대체 불가능하게 나를 완벽히 재생시키는 마법의 두부다. 하루키가 맥주와 함께 즐기는 최애 음식도 두부라고 하는데 두부는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엄마 두부는 내 마음을 데우고 눈시울마저 뜨겁게 하는데 그의 두부도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