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흐름에 귀를 기울이다
생의 흐름에 귀 기울이는 삶
싯다르타(Siddhartha)는 석가모니가 출가하기 전, 태자 시절의 이름이다. 산스크리트어로 ‘목적을 달성한 자’ 혹은 ‘성취한 자’라는 뜻을 지닌다. 인도에서 가장 높은 계층인 브라만의 아들이었지만 자신을 만족시켜 주지 못하는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스스로 수행의 길을 나선다. 그렇게 이룬 성취는 흔히 말하는 세속적인 성공이 아니라 깊은 영적 깨달음이었다. ‘석가모니’라는 호칭은 바로 그 깨달음 이후에 붙여진 이름이다.
헤르만 헤세의『싯다르타』를 읽으며 내 안의 고민 많은 자아를 마주했다. 매일 내일의 방향을 묻고 오늘의 선택을 되묻는다. 사소한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스스로를 붙잡고 며칠을 괴로워한다. 삶의 에너지를 걱정과 후회에 쏟느라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지쳐 있곤 한다.
“앞으로 나의 길이 나를 어디로 끌고 갈까? 그 길은 괴상하게 나 있을 테지. 어쩌면 그 길은 꼬불꼬불한 길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그 길은 원형의 순환 도로일지도 모르지. 그 길이 어떻게 나 있든 상관없이 나는 그 길을 가야지.” (140쪽)
삶의 길은 결코 직선으로만 나 있지 않다. 때로는 곧은길처럼 보여도 어느새 굽이돌고, 세월을 맴돌다 제자리로 돌아온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싯다르타 역시 그 여정을 살아낸 끝에 모든 길이 그 자체로 의미 있고, 그 자체로 진리의 일부임을 깨닫는다. 우리는 살면서 무언가 굉장한 깨달음을 얻고자 하지만 『싯다르타』에서 말해 주듯이 자기만의 사랑과 고통과 방황, 침묵과 기다림, 삶을 살아가는 과정 자체가 모두 깨달음인 것이다.
『싯다르타』는 집착과 애착을 버리고 삶의 흐름에 몸을 맡기라는 가르침을 안겨 주었다. 싯다르타가 평범한 사람들의 사랑과 자부심, 허영심, 열망, 충동, 어린애 같은 유치한 짓마저 부러워하며 바라보는 장면에서는 마치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묘하게 동질감마저 느껴졌다.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들 역시 삶의 일부라 생각하고 관조의 마음으로 들여다보니 자연스레 마음이 평온해졌다. 성과 없는 고민에 매달리기보다 삶의 흐름을 믿어보기로 했다.
싯다르타가 자신의 경험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하고 삶의 구원자도 오직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알았듯이 내가 겪는 경험 모두는 나다운 자아를 발견하는 여정이 아닐까? 내 안에는 이미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싯다르타는 바로 그 가능성 속에서 나의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헤세의 무르익은 깨달음을 보여준 『싯다르타』를 읽고 내 안의 불안을 살며시 내려놓는다. 내 삶을 사랑하되 집착하지 않는 마음의 태도가 필요하다. 오늘도 나는 내 삶의 흐름에 귀 기울인다.
헤르만 헤세『싯다르타』(민음사,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