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詩다
우리가 사는 삶이 시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번역가이자 소설가인 박산호의 인터뷰집 『다르게 걷기』를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열 명의 인터뷰이들은 마치 열 개의 우주처럼, 제각기 다른 빛을 품고 있었다. 누구도 가볍지 않았고 누구의 이야기도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모두의 삶이 시였고, 그 시는 때로 단단하고 때로 조용하게 마음을 울렸다. 모두를 다 펼쳐낼 수 없어 아쉽지만, 그중에서도 인권 활동가 변재원의 이야기에 오래 머물렀다.
그는 ‘좋은 장애인’이 아니라 ‘나쁜 장애인’이고 싶다고 말한다. 사회가 요구하는 장애인의 이미지, 조용하고 예의 바르며 성실하게 참고 견디는 사람, 그는 그런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아니, 머물 수 없다고 한다. 그의 말과 행동은 때로 불편함을 낳는다. 그 불편함은 평화를 깨뜨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잊고 있던 질문을 다시 꺼내는 역할을 한다.
“착한 장애인은 자기를 바꾸는 장애인이고, 나쁜 장애인은 사회를 바꾸는 장애인이에요. 제가 정의하는 이 나쁜 장애인은 사회를 바꾸기 위해 다른 사람과의 협력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때로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어요. 그게 바로 나쁜 장애인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는 이유이죠. 저는 나쁜 장애인이 존재해야 우리가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걸 이 사회가 자각할 거고,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의식을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246쪽)
변재원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애인은 소수이고,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시스템에 불편함을 주기에 나쁜 장애인이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나쁨’은 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용기에서 비롯된다. 그의 말에서 우리가 쉽게 보지 못했던 ‘다르게 걷는 사람’의 의미를 짚어볼 수 있다.
우리는 조용한 이들에게 마음을 주고, 반대로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부담스러워하거나 회피한다. 하지만 세상을 조금씩 움직이는 건 바로 그들이 내는 목소리다. 용기를 내어 불편함을 만들어낼 때, 사회는 그것을 견디며 이전보다 조금은 나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 책을 덮고도 그가 던진 질문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은 누구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는가?”,“이 시스템 안에서 나는 왜 늘 예외가 되는가?”,“그걸 바꾸기 위해 나는 어떤 말을 해야 하는가?”
나도 가끔 교실 안에서 ‘나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익숙한 교육 방식을 의심하고, 때론 관행을 거스르고, 질문을 멈추지 않는 존재. 그러나 그렇게 살기란 쉽지 않다. 어딘가에 속해 있으면서 동시에 다른 걸 말한다는 건 언제나 고립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르게 걷기』는 나에게 그런 고립을 견디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다르게 걷는다는 건 결국 ‘다른 걸 묻는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주어진 틀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어떤 자리를 향해 쉬지 않고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모일 때 세상도 좋은 쪽으로 바뀌지 않을까.
우리는 모두 다르게 걷는다. 그 걸음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이들은 ‘나쁘다’라고 불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런 사람들을 응원하고 싶다. 그들이 만들어낸 불편함 덕분에, 내가 지금, 이 질문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목소리를 냈을 때 비장애인들도 참아주고 기다려주는 마음이 필요해요. 우리 모두 같이 사는 연습이 필요한 것 아닐까요?"
박산호 『다르게 걷기』(오늘산책,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