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은 있는가요

그 겨울의 애도

by 유연

『엔딩은 있는가요』는 2024년 12월, 사고로 세상을 떠난 소설가 정아은을 추모하며, 동료 작가 아홉 명이 쓴 단편소설집이다.
정아은 작가가 자주 다루었던 불평등, 부동산 사기, 성형 등 사회적 부조리의 장면들을 각자의 테마로 나누어 소설로 만들어 냈다. 이 소설들은 한 사람의 부재를 애도하는 동시에, 그가 끝내 다 쓰지 못한 질문을 다시 불러낸다.

정아은 작가가 써온 서평과 『잠실동 사람들』을 읽어 본 나는『엔딩은 있는가요』를 통해 그녀를 더 잘 알게 되었다. 따뜻하고 친절한 그녀가 작품에서만큼은 단단하고 성숙한 글들을 펴냈다는 것을. 그녀를 알고 나니 그녀의 작품들을 하나, 둘 만나고 싶어졌다. 나만의 방식으로 정아은 작가를 애도하고 싶다.


빈 의자
_정아은 작가를 추모하며_

추억을 새기듯 꽃물을 들였던 손톱이 잘려 나간다
함께 노래했던 시간마저 아득하다
여리고 순한 빛들이 빈 의자를 비춘다
곁을 더듬던 빛들이 빈 의자를 핥는다

좋아하는 걸 발견했을 때 웃던 얼굴은
세상모르는 천진한 소녀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응시하고 기록한 작가

사교육과 부동산 사기, 빈부 격차와 성형수술을 노래하던 단단한 얼굴이 그리워
차디찬 허공을 사뿐사뿐 날아서
우리는 빈 의자에 모여 앉는다

문은 계속 열릴 것이다
문틈으로 새어 나온 한 줄기 빛은
그가 못다 한 이야기들을 의자 위에 차곡차곡 쌓을 것이다
우리의 애도는 빛으로 당도한다

엔딩은 있는가요


장강명 외 8인 『엔딩은 있는가요』(마름모,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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