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삶의 한가운데서
"나는 니나를 사랑한다. 나는 절대 잃을 수 없는 새로운 순화된 방식으로 니나를 사랑한다. 니나는 내가 가지려 했고 되기를 원했던 모든 것에 대한 비유일지 모른다. 그렇게라도 항상 있어주면 좋겠다. 니나는 생 자체에 대한 비유다." P.304
루이제 린저의 『삶의 한가운데』는 1950년대에 발표된 작가 자신의 삶이 담겨 있는 자전적 소설이다. 소설 속 주인공 니나 부슈만의 사랑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한 인간이 끝까지 자기 자신으로 남고자 한 기록이다. 소설의 특징은 니나의 삶을 그녀를 사랑한 슈타인의 기록을 통해 언니 마르그레트가 읽고 관찰하는 형식의 액자식 구조로 되어 있다.
『삶의 한가운데』는 출간 당시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에 허무주의에 빠진 서구 젊은이들 사이에서 ‘니나 신드롬’을 일으켰다고 한다. 그들이 열광한 것은 니나의 자유분방함보다도 삶을 대하는 태도였을 것이다.
니나는 안정 대신 격정을, 타인의 기대 대신 자신의 열망을 선택한다. 빚만 남기고 사망한 아버지를 대신해 식물인간이나 다름 아닌 친척 아주머니를 돌보고 그의 가게 일을 꾸려 나가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 또, 사회 운동에 투신해 나치가 집권한 독일을 떠나 망명을 하려는 사람들을 도우며 투옥되기도 한다. 이처럼 니나는 주어진 삶을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타인으로부터의 간섭을 거부하는 자유로운 인물이다. 삶을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그 한가운데를 당당하게 걸어가는 니나를 보며 어찌 몰입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니나 곁에는 18년간 그녀를 사랑한 슈타인이 있다. 그는 이성적이고 신중하며 깊은 절제를 보여준다. 니나를 지지하고 보살피며, 자신의 감정을 오래도록 견디는 사람이다. 니나와 슈타인은 사랑했지만 각자의 삶의 몫을 끝까지 감당해야 했기에 더 고독했다. 읽는 내내 슈타인을 응원했다. 사랑한다면 이 정도의 열정과 지속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삶은 언제나 나를 중심에 세운다. 물러설 수도, 완전히 도망칠 수도 없는 자리에서 나는 선택하고 감당한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불완전한 자화상이 확대되어 보인다. 바로 어제의 자신조차 마음에 들지 않는 순간이 어김없이 있다. 루이제 린저는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철학적 지혜가 생긴다고 했지만, 살아보니 인생은 여전히 예측할 수 없고 여전히 미완이다. 그렇기에 나는 나의 자리에서 분투한다. 불완전한 채로 버티고 선택하며 책임지기 위해.
흔들리고 후회하고, 때로는 개운하지 않은 일들이 연속되더라도 그 모든 것을 끌어안은 채 끝까지 자기 삶을 사랑하려는 태도, 그것이 내가 삶의 한가운데서 발견한 품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