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띠
SNS를 살피다가 마음을 저격한 문구를 만나면 저장한다. 철학자나 시인의 날카로운 문장을 빌려 내 복잡한 심경을 대신 설명하고 싶은 날에 꺼내 보기 위해서이다. 나는 고사성어 ‘지성감천(至誠感天)’을 오랫동안 삶의 모토로 삼아왔다.
“무언가를 아는 것, 알고 싶어 하는 것, 인간의 근원적인 기쁨이 이 소설에 가득 차 있다”라는 아쿠타가와상 심사 평은 이 작품의 결을 잘 보여준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는 명확한 서사로 끌고 가기보다 감정의 결을 따라 서서히 스며드는 이야기이다. 가족 간의 아기자기한 사랑과 동료들의 신의가 섬세하게 드러나 있어 읽는 내내 편안함을 준다.
주인공 히로바 도이치는 평생 괴테를 연구해 온 권위 있는 학자이다. 어느 날 식사 자리에서 마주한 홍차 티백의 문장 하나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Goethe-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하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는 괴테의 문장은 소설 전체를 관통한다.
도이치는 괴테의 『색채론』을 인용하며, 모든 것이 하나로 녹아든 상태인 ‘잼적 세계’와 각자의 형태를 유지한 채 어우러지는 ‘샐러드적 세계’를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이 비유가 쉽게 와닿지 않았다. 그러나 곱씹을수록 모든 것을 스며들게 하는 사랑과 서로의 고유성을 인정하며 함께 존재하는 사랑이라는 점에서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그렇게 괴테가 말한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니, 글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세상에는 수많은 책과 명언, 말이 있다. 어쩌면 모든 것은 이미 말해졌고, 우리는 그것을 다른 형식과 표현으로 되풀이하고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어떤 문장은 읽는 순간 이해되는 것이 아닌, 삶 속에서 천천히 번져가며 뒤늦게 의미를 드러낸다. 내가 처한 상황과 그 문장이 맞닿을 때, 그 문장은 비로소 내 것이 된다.
우리는 저마다 한 문장씩을 품고 살아간다. 그것이 때로는 나를 버티게 하고, 때로는 나를 다시 살아가게 한다. 나에게 ‘지성감천’이 그러하듯이.
오늘도 문장 하나를 저장해 둔다.
"모든 것 위에 사랑을 더하라. 사랑은 모든 것을 완전하게 묶는 띠다" (p.96)
복잡하고 힘겨운 세상 속에서 우리를 하나로 묶어 주는 것은 서로를 향한 다정한 마음이 아닐까. 나는 ‘사랑’이 우리의 삶을 조금 더 견딜 만하게, 그리고 끝내는 구원에 가깝게 이끌어 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