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5. 01. (수) 아쉬탕가
요가원에 들어서서 선생님과 인사 나누고 매트를 펼치는데 어두운 조도 속에 펼쳐진 나의 자리가 오늘 유독 아늑하게 느껴졌다. 비좁지만 충분한, 나의 두 번째 집이었다. 집에 머무른다는 것은 휴식, 그리고 내가 있어야 할 곳에 가까운 의미 같다. 편안함을 느끼고 나를 돌보고 안전하고 언제나 그곳에 있는 공간. 스튜디오에 덩그러니 나 하나. 어떤 질문도 어떤 대답도 할 필요가 없는 편안한 짧은 시간이 지나고 어떤 이의 소란스러운 매트 펼침 소리와 함께 적막이 바스러지고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 인사하는 목소리, 호흡소리와 함께 아래로 향한 시선을 위로 들어 올려 보았다. 그럼에도, 여전한 공간. 몇 초 사이 달라진 건 나의 마음뿐이다.
수업 전에 가볍게 몸을 풀었다. 늘 하던 방식으로. 발목 아킬레스건을 늘리고 종아리를 늘리고 발목을 회전한다. 종리에 밴 알이 아직도 비명을 지르는 걸 보니 내가 등산을 한 달이나 쉬었다는 게 실감이 난다. 주말에 다녀온 산행의 여파가 이틀이나 지속된다. 종아리 근육통을 모른 척하고 푸르보따나에서 억지로 발바닥을 바닥에 붙이려다가 쥐가 살짝 올라왔다가 사라졌다. 컨디션 난조로 발이 안 닿으면 그냥 그대로 둘 것이지 왜 완성을 하려 들다가 쥐가 나게 만드는 건지. 요가를 하면서 이런 순간처럼 완성에 집착을 하고 본질을 놓쳐버리는 내 모습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럴 때마다 다시 제자리로, 방향을 잘 잡아 보면 된다.
큰언니 같은 P 부장님이 오늘 조용히 쥐여준 김밥 두 줄. 그녀의 따뜻함에 그만 울컥해버리고, '잔정'이라는 말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런 행동과 말투, 눈빛, 그리고 사사건건의 배려. 헤아림과 손길. 내 매트 위에서 내가 다듬고자 하는 것은 건강한 신체일까 건강한 정신일까 튼튼한 삶의 태도일까. 부장님처럼 빛나는 태도를 갖추고 주변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장래희망을 품었다. 쓸쓸한 마음이 갈 곳을 찾아갔다. 마음은 아껴서 어디다 쓰려고 항상 아끼기부터 하는 걸까. 마음껏 마음을 쓰고 싶다.
2024. 05. 03. (금) 하타
호흡명상을 길게 가져갔다. 척추의 바로 세움. 엉덩이뼈의 안정감, 편안한 어깨, 자연스러운 손과 무게감이 없는 목. 의식을 모으고 호흡을 연결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순간으로의 집중. 서서히 의식을 풀어내어 공간으로 데려오라고 한 그즈음엔 소리에 모든 의식을 집중해 보았다. 인근 미스터교자 가게에서 들려오는 시끌시끌한 대화와 웃음소리. 골목을 지나다니는 여러 오토바이 소리, 찻길의 자동차 소리, 경적소리, 더 멀리 있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을까? 조용히 느껴지는 뒷줄 사람의 거친 숨소리. 이 순간의 세상은 많은 소리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소리 속에 있을 땐 몰랐던 켜켜이 쌓인 소리들의 페스추리. 멀리서 지켜보며 자연스러움에 대한 감각을 일깨워 보았다. 저항하지 않으면 소음이 아니었고 방해도 되지 않는 세상의 소리들. 지금 이 장소에서 현재의 나는 수카아사나로 앉아 고요히 머무르고 있지만 내 존재와 그 소리들이 서로 다른 것이 아님을 느낀다. 세상 속 모자이크 한 조각이자 우주의 먼지 하나를 담당하는 나, 그리고 잠깐의 이 고요함 역시 저 소리들과는 특별할 것 없이 자연스러운 뒤섞임임을. 그러고 나는 티끌이자 곧 우주인 것을 떠올리게 된다.
명상의 힘. 호흡명상은 적어도 15분은 하는 것이 명상의 효과에 도움이 된다고 하셨다. 남은 1분을 더 이어나가기로. 벌써 15분이 지난 것일까? 의아했다. 명상이 끝나고 자누시르사 연결로 앞숙이기부터 측면, 그리고 비틀기까지 이어갔다. 시원하고 순환되는 느낌. 부장가아사나 잠깐 들렀다가 스탠딩 자세도 이었다. 웃티타하스타파당구시타사나, 아르다밧다파드모타나사나. 앞에 있는 요가매트 롤들이 나의 시선을 담당해 주었다. 엎드려서 어깨를 열 때마다 내 어깨의 질긴 상태를 느끼고 부드러워져라 주문을 외고 다치지 말자 기도를 한다.
15분. 호흡명상 15분을 생각한다. 그 15분은 우리 삶에 얼마나 귀한 것인가. 오롯이 호흡, 의식의 집중과 정돈, 바로 세움, 이득도 손해도 없는 상태, 인식하는 순간 바로 과거가 되어버리는, 오로지 순간만 존재하는 15분. 삶은 온통 과거와 미래로 가득 차 있는데 순간만 존재한 15분은 얼마나 값진 것인지.
2024. 05. 04. (토) 하타
블럭으로 액와부 근육과 림프절을 마사지했다. 블럭으로도 마사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는데 폼롤러나 밸런틱보다 압력이 낮아 통증이 덜하고 시원했다. 폼롤러로 내전근과 서혜부 림프절을 마사지한 후 부장가 아사나를 하는데 다리가 길어진 느낌과 더불어 하체에서 상체로 연결되는 커브가 무척 부드러워진 느낌이 들어 신기했다. 코어를 단련하고 흉추의 힘을 인지하는 움직임도 연습했다. 등과 갈비뼈, 날개뼈 그 영역의 띠를 굳건하게 단련하게 하기 위해서 전신의 협응이 필요한 것도 알게 된다.
차투랑가단다아사나에서 상하 움직인을 천천히 연결하며 전거근과 광배근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서서 몸을 비틀어 팔을 걸어 지지하고 체중을 이동시켜 파르스바 바카아사나도 시도하고, 골반 열기 작업 후 아스타바크라아사나도 시도했다. 이 아사나는 정말 오랜만에 시도해 보는 것이지만 한쪽 팔을 갈비뼈에 의지하여 시도한 덕분에 띄울 수가 있었다. 지지하여 띄운 것임에도 다리를 옆으로 뻗어낼 때 힘이 많이 필요했다.
4자 다리로 투명의자에 앉으며 정강이와 가슴을 만나게 하고 합장하여 겨드랑이에 정강이를 끼워 지지하고 에카파다로 갈라바아사나를 시도했다. 발 하나를 띄우는 것부터 하고, 체중의 이동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띄운 다리를 뒤로 쭉 뻗어보았다. 첫 번째 시도에서는 발 하나 띄우는 것도 감을 못 잡아 선생님이 도와주셨고, 반대 방향으로 두 번째 시도에서는 혼자서 바들바들 거리며 천천히 띄우고 선생님의 핸즈온으로 다리를 뒤로도 뻗어보았다. 등의 힘이 많이 필요했다. 처음 해본 아사나였다. 연휴니까 괜찮아요. 선생님의 말이 재미있고 공감되었다. 맞아, 내일 나가떨어지겠지만 일단 오늘은 괜찮은 것으로. 새로운 시도와 도전적인 아사나 앞에서 즐겁고 유쾌하게 이끌어주심에 감사한 마음.
마치고 Y와 홈스윗홈으로 갔다. 그녀에게 일어난 격동의 스토리를 듣고 함께 분노하고 위로했다. 그렇지만 부딪혀야 할 과정은 존재한다는 것. 뾰족한 솔류션은 없더라도 마냥 고통에 잠식 당하지 않기로. 삶의 빈야사를 생각했다. 연결의 중요성. 그리고 그 속에 가장 중요한 것은 호흡. 호흡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와 변형. 연결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처럼 힘든 과정을 점프하여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는 없다는 것을 생각하며 버티는 것이 아닌 헤쳐 나가는 것을 응원하는 이야기. 귀 기울여 주는 Y에게도 고마웠다.
2024. 05. 07. (화) 복원
2주 만에 모인 수업이었다. 수업 전 예약 대기 순번이라 오늘은 안 되려나 보다 했는데 다행히 예약 확정 알람이 울려서 기뻤다. 주말 사이 내린 비가 오늘 저녁까지도 부슬거리더니 요가원으로 향하는 시간엔 딱 그쳐서 다행히도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게 되어 그 또한 기분이 좋았다. 요가원 휴무일 고작 이틀 쉬었다고 오랜만에 향하는 발걸음이 즐겁고 경쾌했다. 기분 좋음 3종 세트와 함께 오늘의 수련은 이미 시작도 전에 완벽했다.
오늘은 중심의 힘을 테마로 수련한다고 했다. 복부와 등, 가슴과 팔로 바로 세우고 밀어내고 지지하면서 응축된 에너지를 느껴보기로 했다. 누워서 대각선으로 힘을 쓰기 시작하여 앉아서도 서서도 몸의 중심에서 말초로 단단하게 밀도를 높여나가며 힘을 모았다. 밸런스도 잡고 나바아사나, 아르다찬드라사나, 파르스바 바카, 시르사까지 굵은 선을 이었고, 그 사이 사이에 일정한 간격의 견고한 선은 웃타나, 아르다 웃타나, 다운독이 이어주었다. 거의 모든 수련에서 등장하는 이 세 가지는 유연성보다는 등, 전거근과 복부 힘이 어쩌면 더 핵심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웃타나에서 차투랑가 단다 때 쓰던 힘점을 데려와 적용하면 전굴이 더 깊어진다. 아르다웃타나에서도 손끝으로 바닥을 밀면서 등의 힘을 쓰면 등이 앞면으로 더 뻗어나가는 느낌을 느낄 수 있다.
공간 안을 가득 채운 인원들이 열심히 몰입하면서 만들어내는 에너지 덕분인지 오늘은 집중이 더 잘 되었다. 보지 않고 귀로 듣기. 오늘은 거의 모든 구간을 다 듣고 움직인 것 같다. 듣는 힘. 내게는 꽤 중요한 역량이다. 듣고 이해하고 적용하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내가 설령 잘못 이해하고 엉뚱하게 표현할지라도 그 모든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자연스러움에 대한 갈망과 고집.
꿀같은 사바아사나. 영원할 것처럼 누워있기. 가볍게 드나드는 호흡에도 잘 살아있는 것을 인지하고 깊고 강한 호흡만이 생명력이 강한 것은 아니라는 것도 생각한다. 선생님의 바디스캔 멘트를 듣고 따라다니는 의식을 허공으로 띄워놓고 내 몸으로 서서히 흡수시켜 가만히 존재해 보았다. 평화로웠다.
2024. 05. 08. (수) 아쉬탕가
일주일 만의 아쉬탕가. 아는 얼굴들이 한 명 두 명 모이고 블럭 두 개를 준비하여 수업을 열었다. 블럭을 모아 손을 모은 푸쉬업, 넓게 벌린 푸쉬업 등 몇 가지 변형을 통해 여러 각도의 자극을 주면서 푸쉬업을 연습했다. 시작부터 타들어가는 근육 덕분에 여기저기서 헉헉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열심. 이런 운동 동작은 힘들다 안 힘들다 이런 것조차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냥 방법만 제대로 하고 있는지 거기에 집착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반복하는 수밖에. 내일 아마도 팔과 흉부가 뭉쳐있겠지.
시퀀스를 시작하고 얼마 안 가 금방 땀이 뚝뚝 흐른다. 푸쉬업으로 예열된 몸이 이미 땀으로 마중을 나와있었는데 아쉬탕가 시퀀스를 만나자 쏟아지는 열기로 땀이 줄줄 흐르는 덕분에 차투랑가 단다아사나가 수월해졌으니 서러워 말기를. 오늘은 너무 바쁘고 긴급한 상황도 많았던 하루라 점심 식사도 거르고 두유나 주스로 당을 채우다가 저녁식사 한 끼를 겨우 먹었다. 건강하게 먹기는 힘든 하루였지만 이런 움직임을 하는 데에 부족한 양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나는 왜 맨날 허기졌을까. 현대인들은 평소에 너무 많은 섭취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시도한 차크라사나 3회 중 한 번은 맘에 들었다. 완벽하진 않지만 적어도 머리카락이 쥐어 뜯기지는 않았고 잘 구른 것 같다. 이것도 푸쉬업 덕분인 것으로. 우트플루티히도 다리를 가슴에 붙이는 힘이 부족해서 몸통은 힘들었지만 팔은 크게 힘들지 않았다. 이것도 푸쉬업 덕분인 걸로. 결론은 근력을 열심히 해야겠구나. 선생님 덕분에 이런 단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어 다행이고 감사하다. 기반을 생각하는 마음, 좋다.
2024. 05. 10. (금) 하타
엎드려서 어깨를 열면서 시작했다. 등과 어깨의 연결된 부분이 옆으로 돌아 다누라를 하면서 앞면을 활짝 열었다. 등을 자극하고 가슴과 어깨를 활짝 열었다. 앉아서 사이드 스트래치를 하고 다리를 벌려 전굴도 하면서 온몸을 골고루 늘려냈다. 늘어나는 감각에서는 언제나 상쾌하고 시원하다. 매일 요가를 통해 몸을 쓰고 들여다보는 삶이 된 것에 항상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생각을 한다. 어디가 어떻게 굳어가고 있는지, 어떨 때 힘이 잘 들어가고 어느 부분에 힘이 약한지, 어떤 움직임에서 시원함을 느끼는지 관찰할 수 있는 삶.
수리야나마스카라를 5회 정도 한 것 같다. 이후는 부장가 타임. 메뚜기자세처럼 등을 조인 뒤 다시 부장가, 등 조이고 다시 부장가. 이런 흐름으로 몇 차례를 반복하며 힘의 연결을 느껴보았다. 확실히 이런 움직임 후에 연결하는 부장가는 힘이 잘 들어간다. 다누라사나를 두 차례에 걸쳐 수련했다. 발등을 뒤로 위로 밀어내면서 타들어가는 등과 허벅지를 느끼고 살살 달래며 엄지발가락도 붙여보았다. 엄지를 붙이면 다리가 너무 힘들어서 다리 높이가 자동으로 쭈룩 내려온다. 허벅지 앞면이 타이트하다. 그래서 과도한 수축은 무릎 통증을 소환하게 된다. 욕심은 어떤 상황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배웠다. 요가는 어디서든 문 하나만 열면 새로운 지평이 열린다.
프라사리타에서 삼각자세, 리버스 워리어, 전굴, 시르사2도 이어보았다. 삼각자세 다리 간격을 너무 좁힌 탓에 정렬 맞추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다. 엉덩이 뒤로 안 빠지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옆구리가 찢어질 뻔했다. 찢어질 것 같은 그 순간에 복부반다를 강하게 잡으면 더 강한 자극이 온다. 그땐 정말 올것이 왔구나 싶지만 늘 빗나갔다. 언제나 옆구리는 찢어진 적이 없었지만 어쩐지 오늘은 진짜 찢어질 것 같았는데 역시나 안 찢어졌다는 전설적인 이야기. 멀쩡한 내 옆구리. 그리고 고개 아픈 드리쉬티를 고수하려는 나의 마음. 목의 힘. 이럴 때 포기하면 목의 힘이 길러질 틈이 없다. 사연이 많았던 오늘의 트리코나아사나.
할라아사나와 살람바시르반가사나로 척추를 다듬고 몇 개의 비틀기를 한 뒤 길쭉해진 몸으로 사바아사나를 했다. 주말이 와서 기쁘지만 금요일이 끝나는 건 너무 아쉽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주말 일정들을 생각하니 주말이 벌써 없어진 것 같아 이미 주말이 끝난 기분이다. 금요일이 이렇게 지나간다. 그래도 하타와 함께 지냈으니 서럽지는 않다.
2024. 05. 13. (월) 아쉬탕가
수업 시작부에 특별한 플로우를 해보았다. 선생님의 시범을 보고 따라 하는, 일정한 순서를 가진 움직임들이었다. 엉덩이를 뒤로 빼서 투명의자에 앉고 팔을 접기도 펴기도 하고, 숙였던 몸을 상체만 들어 올리기도 했고 무게 중심도 이동시켜 보았다. 선생님과 함께 세 번, 그리고 혼자 기억해 내며 일곱 번을 반복했다. 고요하고도 차분한 공기 속에서 저마다 열심히 반복했다. 낯선 움직임의 순서도 기억하고 몸의 쓰임과 모양도 신경 쓰면서 차분한 호흡으로 이어갔던 방금과 같은 이런 모습처럼 평소 수련에서도 이렇게 그림을 그리듯이, 떠올리듯이 호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셨다.
서서 파트너들과도 함께 특별한 활동을 했다. 눈을 감고 앞과 뒤를 번걸아가며 몸을 오뚝이처럼 기울이면 짝들이 넘어지지 않게 붙잡아 주는 것이었다. 쓰러지는 사람은 눈을 감은 상태에서 파트너들을 믿고 곧게 쓰러져야 했다. H, N과 함께 셋이서 연습하는데 셋 다 스타일이 달라서 붙잡는 역할도 넘어지는 역할도 모양과 호흡이 다양했지만 서로 맞춰주고 미세한 조정을 하면서 연습을 이어갔다.
선생님이 제시한 일련의 연습이 내포하고 있는 일정한 패턴은 자유롭기 위한 사려 깊음을 느끼게 된다. 요가를 수련할 때 경직된 연결 또는 무미건조한 반복으로 경도되지 않기 위한 일종의 인지 작업처럼 느껴진달까. 나에게 요가는 '자유'이다. 내 호흡과 움직임이 서로 핏이 맞아떨어지는 그 순간, 정교하게 직조된 움직임 사이로 바람이 살랑 불어와 부드럽게 통과해 지나가는 자연스러운 호흡. 그것이 자유라고 정리해 본다.
자유를 향해 항해해 갈 땐 한순간도 헛된 것이 없고 모든 순간이 필요한 순간이며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여겼다. 그것부터가 시작인 것 같다. 아쉬탕가 수업에서 눈을 감고 뒤로 넘어지는 건 왜 하는 거야? 하는 질문을 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 앞뒤에서 나를 잡아줄 사람들을 믿고 몸을 쓰러뜨리는 것 외에는 더 중요한 것은 없는 것처럼, 오로지 그것만이 가장 중요한 것처럼 임해야 한다.
소마틱스와 심상. 어떤 마음은 몸으로도 새길 수 있었다. 나의 생각, 나의 시선, 나의 태도, 나의 실천, 그리고 감정까지. 이렇게 흩어진 것들을 모아 놓았을 때 보여주는 일관성을 위해. 이런 시간을 정성껏 꺼내어 우리 앞에 놓아준 선생님께도 감사하다.
2024. 05. 19. (일) 빈야사, 하타
1.
빈야사
오늘은 28km, 10시간 30분 동안의 산행을 다녀온 다음날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침대 아래로 발을 딛는 순간부터 말초에서 솟구쳐 올라오는 통증이 잘 잤냐는 인사를 대신했지만 내 손가락은 아침 빈야사 수업 예약 버튼을 누르고 있었고 어느새 매트 위에 앉아서 수업을 대기하고 있었다. 말초와 뇌가 서로 소통이 안되는 상황. 발가락 세 군데에 왕건이 물집이 잡혀 디딜 때마다 아프고 수련하다가 터지거나 찢어질까 봐 노심초사했지만 땀이 줄줄 흐르는 수련 동안에 발가락을 신경 쓸 겨를은 다행히도 없었다.
요가원 도착하여 매트 가지러 3층에 올라갈 땐 계단도 겨우 오르고 선생님과 인사 나눌 때도 쩔뚝거리며 수업에 앓는 소리로 들어갔는데, 빈야사 수업 종료 후엔 2교시까지 연강을 듣겠노라 예약 버튼을 누르고 있는 기운찬 모습으로 변신해 있었다. 몸뚱아리의 신기한 생명력.
하체에 힘을 필요로 하는 동작들에서 다리에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지진이 발생했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힘이 풀리며 걸음마는 휘청이고 있었다. 발목부터 종아리, 허벅지, 엉덩이와 허리가 하나의 각목처럼 투박하게 연결되어 무척 힘들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틴다는 말처럼 다리 힘이 달리면 몸통 힘으로 버틸 수밖에 없는데 배에 힘을 너무 쥐어짜서 명치부터 치골까지 쥐가 내렸다. 나중엔 내장 근육층까지 근육통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여간 전반적으로 말썽인 오늘의 몸.
짝과 함께 연습하는 시간, 나의 짝은 D. 세 가지를 연습했는데 하나는 단다로 앉아서 다리(특히 대퇴 직근)의 힘으로 들어 올려 블럭을 넘으며 양측이 셔틀을 하는 것이고, 다음은 핀차 손으로 시르사를 올라가 짝의 도움으로 머리를 띄우는 것이었다. 세 번째는 블럭을 손바닥으로 짚고 누르면서 앞으로 뻗은 다리를 띄우는 것인데, 다리에 쥐가 날 것 같은 느낌으로 열심히 했고 잡아주는 파트너도 기력을 써야 했다. 바들바들의 시간. 매트 위로 땀이 뚝뚝 흐르는 시간.
짝과의 연습 시간을 마무리하며 각자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데 사람들의 땀방울이 바닥 곳곳에 뚝뚝 흘러져 있다. 우리에게만 먼저 찾아온 여름. 이제부터는 수건을 꼭 가지고 다녀야 한다. 근육통이 예약된 격정적 빈야사, 이상한 중독성이 있다.
2.
하타
원래는 1교시만 하고 얼른 집에 가서 유준과 서점에 놀러 가서 책 보기로 했는데 유준에게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하고 2교시까지 연강을 들었다. 갑자기 샘솟는 기운. 근육통이 묵직하게 남아있지만 몸을 써야만 달아날 것 같아 이 에너지를 버리기에 아까웠다. 쉬는 시간에 뒷자리에 있는 Y에게 다가가 찝쩍거리며 나의 불쌍한 발을 구경시켜주며 징징거리고 있는데 리나선생님도 오셔서 같이 불쌍히 여겨 주셨다. 맞장구쳐주는 이들의 '대견하다, 잘 해내었다, 고생 많았다'라는 돌봄의 말을 선물로 받아 기분이 상승되었다. 이러려고 징징거렸나 보다.
처음 뵙는 선생님과의 하타 수업이었다. 어깨와 옆구리, 골반을 열고 사이드 스트래치와 전굴로 몸을 준비시킨 뒤 하타 수리야를 몇 번 했다. 허벅지 앞면이 쫙쫙 늘어나는데 다리의 지지하는 힘이 있었야만 골반과 자세가 무너지지 않기 때문에 이 또한 다리가 무척 힘들었다. 우카타와 비라바드라 등을 거쳐 밧다파르스바코나에서 양손을 다리 사이로 바인딩 후 극락조 자세까지 연결했다. 파르스바코나에서 버티는 것도 힘든데 극락조로 다리를 들어 올리려니 거대한 무게가 나를 찍어 누르는 기분이 들었지만 웬걸, 다리가 번쩍 들어올려지는 거다. 물론 다리를 들 때도, 펼 때도 무지하게 아팠지만 근육통의 산물들이 그래도 기운을 내고 있지 않은가. 기특하여라.
이후 브릿지와 우르드바, 컴업과 드롭백을 연결하면서도 다리가 아파 죽겠는데도 모순적이게도 오늘 유독 더 잘 버텨내는 나의 컴업과 드롭백에 어리둥절하며 몸과의 딜이 잘 마무리되었다. 주고받은 것이 있으니 인내는 필수였다. 사바아사나 후 집으로 향하는데 그 사이 흘린 땀 때문인 건지 몸이 한결 가벼웠다. 아침에 요가원 계단을 오를 때 내뱉었던 앓는 소리와는 대조적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계단에서는 폴짝거리며 가볍게 내려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