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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상인 Oct 20. 2024

#요가일기, 2024년 6월의 기록(vol. 1)



언더독요가 2024년 6월 출석부











2024. 06. 01. (토) 하타



새벽에 러닝을 다녀왔다. 오랜만에 뛰었더니 약간 노곤했는데 이게 뛰어서 그런 건지 새벽에 일어나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고 결국 호기롭던 아침의 계획 중 일부는 수정이 필요했다. 오늘 두 개 수업을 연강하겠노라 스스로에게 선언했지만 피곤하고 허기져서 9시 CP 수업은 포기하고 하타부터 참여했다. 블럭과 밸런틱으로 다리 옆면과 엉덩이, 후두골을 풀고 블럭에 앉아 골반을 열어 다리 내측 스트레칭도 했다. 내전근 스트레칭은 정말이지 가려운 곳을 마침내 긁게 된 것처럼 시원했다. 하타 수업 전에 이렇게 꼼꼼하게 몸을 풀도록 하는 건 일종의 선전포고 같은 것으로 느껴진다. 많이 쓸 예정이라는 예고편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런지 자세에서 상하 움직임을 가져가며 불타오르는 다리와 등에 힘을 함께 채우고 가슴을 열어 가볍게 후굴도 했지만 다리로 단단하게 중심을 잡아야 하다 보니까 에너지는 전혀 가볍지 않았다.


측면의 힘. 사이드 플랭크 유지하고 스칸다아사나 거쳐 와일드띵. 부들부들과 시원함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코어가 쓰이지 않는 동작이 거의 없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고 요가 수련에도 공짜로 주어지는 것은 거의 없다. 반다를 항상 인지하고 모든 움직임에서 에너지가 사방팔방 흩날리지 않도록 흐름을 안으로 가져오려고 늘 노력해야 한다. 그 중심에는 항상 호흡이 필요하다. 알고 보면 호흡 그 자체다.


복부 힘 채워내고 우르드바 무카 파스치모마따나사나를 했다. 다리와 가슴을 붙여내는 건 유연함보다는 강인함이 필요했다. 엉덩이뼈 모서리로 버티고 선 나의 몸이 반듯하고 길쭉하게 유지되도록 복부의 힘을 꽉꽉 눌러채웠다. 마무리 단계에서 선생님이 사람들에게 시르사아사나와 우르드바다누라사나 중 한 가지를 선택하여 자신이 머물고 싶은 것을 시도하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내게는 시르사Ⅰ,Ⅱ가 익숙한 상황이니 변형된 다른 접근을 시도해 보도록 권하셨다. 그중 첫 번째는 팔꿈치를 맞잡고 바닥을 눌러내며 유지하는 것이었다. 힘이 많이 쓰였지만 호흡하면서 3분 정도 유지하다가 선생님이 다른 접근을 시도해 보라고 하셔서 손바닥을 바닥에 대고 팔을 쭉 뻗어 올라가는 것도 시도했다. 어떤 접근이든 다리가 번쩍 들어올려지는 것에 감사했고, 새로운 접근법들을 통해 의지하던 지점들로부터 조금씩 멀어지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을 경험하게 되었다. 상승된 난이도만큼 더 집중을 요구하고 호흡을 관찰하게 하기 때문에 익숙한 접근법에 대한 탈피가 종종 필요함을 배우게 되었다.


나는 늘 선생님들이 안내할 때 말씀하시는 '숙련자'라는 단어가 스스로에겐 부끄럽기도 하고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러나 그런 표현을 통하여 기회를 열어준다. 언제나 편안하게 도전해 보고 시도해 볼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선생님들 덕분에 도전의 순간 내 앞에 놓인 갈림길 선택지에서 주저하지 않고 원하는 방향으로 임할 수 있는 것 같다. 마치고 몇몇 회원분들과 크리스탈 싱잉볼을 만지작거리며 선생님과 함께 짧은 담소를 나누고 나왔다. 공기와 볕이 바삭한 게 내 마음과 싱크가 맞았다.











2024. 06. 03. (월) 아쉬탕가



오늘 수업은 매트를 잠시 접어서 한쪽으로 치우고 맨바닥에 누워서 시작했다. 서늘한 마루 위에 기다랗게 누워 시원한 접촉면 덕분에 느껴지는 쾌적한 감각을 잠시 만끽했다. 곧이어 플란체바를 두 개씩 들고 와 점프 백으로 다리 넘기기, 팔 펴서 몸 들기 연습으로 신속히 이동했다. 여러 움직임들을 거쳐 지나가면서 팔도 아프고 바를 누르는 손바닥도 아팠지만 도구가 주는 도움은 친절했다.


bar를 이용하여 우르드바다누라사나도 서른 카운트 동안이나 유지하고 내려왔다. 우르드바다누라사나 할 때 선생님이 종종 사람들에게 발목을 내어주시며 돕는 경우가 있는데 그 역할을 도구가 해주고 있었다. 선생님 발목과는 느낌이 다소 다르다. 사람의 발목을 잡을 땐 대각선으로 밀어도 버텨주는데 바를 이용할 땐 정확하게 수직으로 내려야 하니 난이도가 더 높게 느껴졌다. 여기저기서 바가 미끄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도구를 붙잡고 넓은 다운독, 좁은 다운독을 하며 이리저리 움직였는데 희한하게 그때도 몸의 불균형이 티가 나는 거다. 나란히 있던 바가 어느새 한쪽만 앞으로 밀려가 있는 것을 관찰하게 된다.


스탠딩에서 자꾸 내전근에 쥐나는 느낌. 이건 분명 토요일 러닝 때문이거나 하타의 여파인 거다. 이 근육통은 오랜만에 하는 활동에 대해 몸에 남긴 기념촬영이랄까. 갈증에 물 찾듯이 속에서 계속 외치는 단어, 폼롤러! 폼롤러! 덕분에 한 다리로 서는 동작에서 몇 차례 균형을 잃을뻔했다. 찌개 끓듯이 들썩이는 발바닥을 진정시키며 중심을 잡고 흥분된 어깨를 호흡으로 토닥이며 가라앉혔다. 기울어진 몸도 중심으로 데려오고 구부러진 다리도 반듯하게 힘줘서 펴내며 스탠딩을 차분히 통과했다. 매번 똑같은 시퀀스이지만 매번 다른 내 몸을 만난다.


할라아사나를 할 때마다 팔과 다리의 방향이 대각선으로 굴절된 느낌이 자주 들었다. 위치를 조금씩 조정해도 뭔가 시원찮았는데 오늘은 티가 많이 났는지 선생님이 팔 위치를 교정해 주셨다. 생각보다 옆으로 꽤 많이 옮겨져서 속으로 깜짝 놀랐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비뚤어져 있다. 나의 상체는 오른쪽 방향으로 수축이 많이 되어있는 게 아닐까 짐작해 본다.


마치고 자전거를 타고 시원하게 달려가는데 마치 바람이 가슴을 관통하듯 후련한 마음이 들었다. 생각해 보니 오늘 몇 가지 숙제를 해결해서 그런 것 같다. 원고 주제 선정이 생각보다 금방 끝났고 첫 단어를 시작하자마자 마지막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단숨에 써 내려갔다. 얼른 메일을 보내야겠다. 가는 거냐 마는 거냐 애매하던 도반들과의 등산 일정도 드디어 명확하게 정했다. 나같이 계획적인 인간에게 그런 애매한 상태는 은은한 괴로움을 늘 남겨놓는다. 그건 아마도 엄마와 주부, 직장인이라는 역할을 동시에 가진 사람에게는 여가시간의 희소성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하고 싶은 것도 역할도 많기에 분배를 잘 해야 하고 그래서 항상 계획을 세워 조율해야 한다. 이런 나의 상태가 다른 사람들에게 조바심 내는 사람으로 비치기도 할 것 같아 가급적 입을 다물고 기다리려고 하지만 속에서는 심장박동 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응큼 예민 덩어리 귀여운 인간. 마침내 습기 찬 창문을 깨끗하게 닦아낸 기분, 속이 시원하다.












2024. 06. 04. (화) 복원



누워서 시작했다. 누운 자세의 밧다코나 다리를 만들고 이완하면서 다리와 골반의 감각을 느껴보았다. 오늘은 다리 옆면과 복부, 다리 뒷면과 엉덩이 그리고 허리의 연결된 힘과 움직임을 느껴보자고 했다. 누워서 허리 전체를 바닥에 납작하게 붙인 다음 다리를 내렸다가 올렸다가 하면서 복부의 힘도 채웠다. 다리를 교차하여 서서 스탠딩 측굴과 숙여서 전굴, 아르다 웃타나를 연결하면서 다리의 측면이 당겨지고 반복되면서 시원함을 느끼게 된다.  얼마 전에 그 동작을 했을 때 숙이는 것이 꽤 불편했었는데 최근 하타 때도 그렇고 다리 측면을 푸는 움직임을 반복해서 그런지 숙일 때의 감각이 훨씬 편안해졌다. 불편하고 낯선 감각이 시원함으로 변화되면 기분이 좋다.


로우런지-비라바드라-삼각자세-아르다찬드라로 트랜스포머처럼 자연스럽게 변신했다. 골반과 엉덩이, 다리 정렬을 맞춰 골반이 같은 곳을 바라보게 중심을 잡아 호흡하면서 유지하기 편안했던 오늘의 아르다찬드라. 빠른 움직임으로 한 호흡에 한 동작씩 이으며 한 번 더 시퀀스를 반복했다. 반복에 의해 짧은 사이에도 찾아오는 능숙함. 한 번보다는 두 번이, 두 번보다는 세 번이 우리의 자신감을 높여준다. 수련 후반부로 갈수록 음악소리가 쩌렁쩌렁 해지면 커졌다. 큰 소리의 좋은 음악이 심장을 꽝꽝 울려주니 몰입하기에 좋았다. 음악은 사람들의 수련을 돕기 위한 친절하고 세심한 안내자의 선물이다. 그러나 나 같은 하이퍼 각성 인간은 이 소리가 아래층 인요가 수련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한 스푼을 꼭 삼킨다.


상황에 대한 입체적인 고려나 질문은 나의 장점 중 하나이지만 나의 고약한 면이기도 하다. 마음을 못살게 구는 요소 중 하나. 이런 게 일을 할 땐 다양한 입장이나 변수를 고려하게 되니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얻고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게 되지만 어떤 일을 추진할 때나 결단할 때는 속도를 더디게 하고 스스로를 갉아먹을 만큼 예민해지게 만든다. 내 것이 아닌 다른 이들의 마음과 입장은 상상의 영역에서 지워버리고 싶을 때가 많다.


마무리로 우스트라사나와 하누만아사나를 했다. 앞면을 열어내고 뒷면의 끌어올림을 조화롭게 사용하는 우스트라. 골반의 정렬에 집중하여 욕심내지 않는 하누만의 시간. 오른쪽 다리는 술러덩 내려가니 유지하기도 수월하다. 왼쪽은 유연성이 덜한 방향이라 힘으로 짓누르지 말고 시간을 두고 조심히 접근해야 한다. 이쯤 되면 맞지 않을까 하고 호흡하려 들면 어김없이 선생님의 핸즈온이 방문한다. 이래서 수련자에겐 선생님이 있어야 한다. 나는 내 모습을 잘 알지 못한다. 내가 강하게 믿는 것이 어떨 땐 어리둥절할 만큼 사실이 아닐 때가 있다. 수련할 공간이 있고 도와주는 선생님이 있고 함께 하는 다른 이들도 있다. 감사하다.













2024. 06. 08. (토) 하타



아침을 촉촉하게 적신 비로 기온이 조금 내려간 상태라 최근 들어서는 공기가 가장 신선한 날씨였다. 블럭 두 개, 밸런틱 하나를 준비물로 챙기고 앉아서 손가락부터 풀기 시작했다. 밸런틱 위에서 손바닥 뿌리 부분을 문질 문질 마사지하니 정말 시원했다. 손가락 하나하나를 쭉쭉  늘리고 엄지손가락 부분도 늘리고 펴냈다. 손톱을 양옆에서 눌러 지압을 하면 전자기기 사용과 관련된 양이온 자극의 배출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열심 열심.


허벅지와 둔부의 힘을 길러내는 자세를 했다. 앞꿈치로 서서 쪼그려 앉았다가 일어나기를 천천히 반복하면서 하체를 쓰고, 등의 힘을 신경 쓰면서 상체 세우기. 내측 골반 다리 사에에 블럭을 끼우고 조이면서 움직임을 여러 번 반복했다. 날개뼈와 척추기립근 단단하게 쓰기. 다리가 벌벌 떨리는 상태에서 수리야B를 아주 천천히 진행했다. 우르드바하스타 세 호흡, 웃타나사나 세 호흡 이렇게 한 아사나당 세 호흡을 유지하며 한 바퀴 돌아 다시 타다아사나로 돌아올 때까지 집중력을 모아 오니 땀도 줄줄 흘렀다.


아르다찬드라에서 하늘로 뻗은 손바닥 위에 블럭을 얹고 기예단 접시 묘기처럼 안정감 있게 뻗어나가는 힘을 위해 집중했다. 아르다찬드라 때 하늘로 뻗은 손을 손바닥으로 뻗어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뻗는 힘, 들어 올리는 힘을 인지하기에 참 좋은 접근인 것 같았다. 새롭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바카아사나 열 카운트, 핀챠 점프 스무 개 연습하고 시르사아사나를 하며 마무리했다. 지난주에 이어 팔꿈치를 맞잡은 시르사와 손바닥을 바닥에 붙이고 팔을 앞으로 쭉 뻗은 시르사를 연습했다. 지난주에 못 왔던 H도 오늘은 함께 연습하며 낑낑. 불안함을 내려놓고 흔들림을 인정하고 바로 세우기 위한 침착함을 발휘한다. 나의 중심을 찾고 어딘가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선으로 연결된 힘을 상상하며 뻗어나가는 과정이었다. 힘이 빠지려 할 때쯤 꽈당 소리가 나기 전에 남은 힘을 짜내어서 사뿐히 착지하였다. 오기로 버티지 않고 내려온 것은 오늘 수련 중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


온몸이 미끄덩거리고 사람들의 열기로 내부가 습해져 선생님이 선물하듯 제습을 틀었다. 뽀송해진 공기와 함께 가뿐한 몸과 마음도 같이 매트에 눕혀 사바아사나. 오늘 수련 중에 어떤 회원님이 수업 초중반부터 사바아사나는 언제 하느냐고 물어서 한바탕 웃음이 새어 나왔는데 드디어 찾아온 사바아사나 때 그분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사바아사나를 행하는 우리들 위로 평화로운 적막이 공기를 가르며 저공비행으로 지나갔다. 마치고 Y가 싱가포르 여행 다녀온 기념품 꾸러미를 선물해 주었다. 내 것도 있고 유준의 것도 있었다. 정성스러운 꾸러미로 전달된 친밀감의 표현. 고맙고 정겹다.













2024. 06. 09. (일) 빈야사



아침부터 꽤 더웠다. 날씨가 들쭉날쭉하는 걸 보니 계절이 바뀌고 있나 보다. 자전거를 타고 오는 동안 이미 땀이 줄줄. 이런 날씨에 빈야사 수업까지 하니 땀 콸콸이 예약되어 있는데 수건을 집에 놓고 왔다는 사실을 도착해서야 알게 되었다. 미끌거림을 감당해야 했던 오늘. 우르드바하스타에서부터 아르다 웃타나까지를 몇 번 반복하며 후면에 신호를 보낸 뒤 수리야나마스카라를 진행했다. 런지에서 등 뒤로 손을 합장한 뒤 가슴과 쇄골을 활짝 펴내고 워리어Ⅲ 자세로도 연결했다. 어려웠다. 땅을 디딘 쪽 다리를 잘 딛고 미는 것도 중요하지만 들고 있는 다리도 뻗어나가는 힘을 인지해야 하고 골반이 열리지 않고 아래로 수평을 이루게끔 신경 써야 하는데 그 와중에 손은 등 뒤로 합장한 상태로 가슴을 펴내기까지 해야 하니 잠깐의 카운트 동안에도 집중해서 챙겨야 할 부분이 상당히 많고 힘도 많이 쓰였다.


사이드 플랭크를 두 차례에 걸쳐 연습하다가 엄지발가락 잡고 바시스타아사나까지 연결했다. 오늘은 균형을 잡기가 더 힘들었다. 엉덩이가 뒤로 빠지지 않도록 집중, 땀이 주르르 흐르다 못해 매트 위로 뚝뚝 떨어졌다. 뭔가를 무척 열심히 하는 기분이 들게 해주는 뚝뚝. 이어서 안타라반다를 잡고 부장가를 하다가 라자카포타까지 연결했는데 허벅지 앞쪽이 타이트해서 그런지 다리를 접을 때 무릎이 많이 당기고 아팠다. 겨우겨우 접고 후굴을 했는데 머리와 발이 닿기까지 '아주 조금' 남았다며 선생님이 안타까워하셨다. 그 아주 조금을 남겨두기까지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렇기에 남은 그 '아주 조금'을 좁히는 데에도 앞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나는 이 여정이 즐겁다.


시르사를 열호흡 정도 유지하다가 시르사파다로 접근 후 착지하지 않고 유지하다가 다시 돌아왔다. 그런데 오늘은 뭐가 잘못된 건지 시르사파다를 하는데 명치가 무척 아팠다. 심장이 명치로 내려간 느낌으로 명치에서 상당한 압력으로 맥박이 뛰었다. 복부 대동맥이 아닐까. 접근 과정에서 위로 끌어올려 포물선처럼 늘리기보다는 눌러서 꺾은 게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 혈관이 눌리는 느낌은 위험했다. 중간에 돌아오길 잘했다.


짝과 함께 손등을 바닥에 둔 핀챠에서 턱을 받치는 자세를 연습했다. 집에 와서 이름을 찾아보니 사야나아사나 이다. 짝이 나의 다리를 붙잡고 위로 뽑듯이 올려주면 한 손씩 턱을 괴어 보는 것이다. 이런 자세는 요가 책이나 인스타그램 유명인들이나 하는 거나 봤지 꼬꼬마인 내가 이 시점에 시도를 해보리라는 건 상상도 못했다. 신기하고 재밌었지만 내가 하는 아사나가 아니라 거의 짝이 만들어주는 아사나였기에 성취감이 생기지는 않았다. 이런저런 아사나들을 편견 없이 시도하는 건 즐거운 일이지만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것 같아 무의미한 느낌도 든다. 어쨌든 이런 아사나도 쉽게 도전해 볼 수 있도록 수련자들에게 단계적인 경험을 제공해 주신 선생님의 열정적인 애정이 느껴졌다.


시간이 남아 옆자리에서 쉬고 있는 H를 꼬셔 함께 핀챠를 연습했다. 혼자 서기 힘들지만 혼자 서 보는 것을 연습할 필요가 있다. 선생님이 다리를 잡아주며 갈비뼈를 닫으라고 알려주셨는데 그 부분이 잘 반영되지 않았다. 다리를 접어 뒤로 넘기고 머리와 가까워지기. 선생님이 골반을 잡고 H가 다리를 잡아 거의 빚어주셨지만 후굴 각의 안 나와 복귀했다. 뜨끈한 입김을 뱉으며 사바아사나. 옆자리 H의 얕은 코 고는 소리를 BGM 삼아 오늘도 활활 불태운 빈야사가 지나간다. 오늘 수업 때 뭔가를 많이 했다. 한 번도 한숨도 쉬지 않고 이어서 만족스럽다.












2024. 06. 10. (월) 아쉬탕가



플라렛바를 챙기고 수업을 시작했다. 푸시업 등 사전 운동과 스트레칭을 하며 피로한 몸을 깨웠다. 오늘은 몸에 부종이 많은 날이라 무게가 묵직하다. 아랫배도 볼록하고 관절은 결렸다. 허리는 왜 아픈지. 그래도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굳은 기계에 기름칠을 하듯 서서히 원동력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플라렛바를 지지하며 몸을 띄우고 다리도 들면서 힘을 기른 다음 짝과 함께 연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짝의 도움으로 핸드스탠딩을 서고 고개를 당겨 복부를 바라보는 것을 통해 코어와 팔힘을 기르는 동작도 함께 연습했다.


선생님이 새로 마련하신 바를 알차게 써먹는 중이다. 아쉬탕가 시퀀스는 스탠딩과 피니싱만 하고 중간 시퀀스는 거의 대부분 생략했다. 이미 우리는 모두 땀이 줄줄 흐른 상태이기 때문에 시퀀스를 시작하기도 전에 절반은 지난 기분이었다. 짝과 함께 연습하는 시간은 무척 시끌시끌하다. 그런 활동의 특성이 원래 그러하기도 하고 3층 아쉬탕가 수업에서는 자주 보는 친숙한 얼굴들과 함께 해서 분위기가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느슨하게 풀어주는 선생님의 능력이기도 한 것 같다.


나의 짝 J는 목소리가 크다. 옴메, 왕, 어짜스까 등의 추임새 내지는 사자후를 뱉어내는 그녀의 투명함. 서로 잘 모르는 사이였다면 난 아마 그런 리액션을 경계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녀에 대해 이해하고 알아가고 익숙해지니 상대에 대한 애정에 기반한 이해가 깔려있어 그런 모습이 정겹고 사랑스럽다. 순수하고 투명한 모습이 멋있다고 느껴진다. 애쓰거나 지어내지 않아도 드러나는 한 사람의 개성. 피니싱 후 사바아사나. 선생님이 사람들 코에 발라주신 아로마 오일 향이 상쾌했는데 코 위에서 향이 아른거리자 잠시 재채기가 나오 뻔한 위기가 있었다. 창밖의 이웃 개는 목청 높여 짓고, 매트에 누운 몸은 덥고 끈적한 순간. 몸뿐 아니라 정신도 산만했던 오늘의 하루도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J, R과 함께 귀가하던 중 요가원 입구에서 바닥에 주저앉아 내가 가져온 신발을 꺼내놓고 이것저것 신겨 보았다. 등산화를 빌려주기로 하여 착화감 테스트 겸 R이 이것저것 신어보고 주변을 걸어 다니면서 앞 건물 계단을 오르내렸다. 요가원 앞에서 여자 셋이 쪼그려 앉아 신발을 여러 개 꺼내놓고 신었다 벗었다 하며 까르르 웃기도 하고 그중 한 명은 신발을 신고 갑자기 남의 건물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모습이 누가 봐도 우린 취한 사람들.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웃기지만 진지하고 명랑하지만 비장하게 인사를 하며 헤어졌다. 서로 다른 세 사람 간에는 현실적인 거리가 꽤 멀고 만나온 시간도 짧지만 만나면 이렇게 경계 없는 친밀감이 생긴다는 게 신기하다.













2024. 06. 12. (수) 아쉬탕가



바를 잡고 짝과 함께 물구나무 서기를 연습했다. 처음 시작 때 푸시업을 연습한 후라 팔 힘은 잠시라도 단련이 되었는데 문제는 바를 잡을 때 바에 닿는 손바닥이 너무 아프다는 것이다. 해보지 않은 부분을 사용하면서 느끼는 새로운 감각이다. H와 함께 짝이 되어 물구나무 서기를 잡아주었다. 키가 큰 H는 조명에 발끝이 자주 걸려 위치를 바꿔가며 연습했다. 나는 경험해 보지 않은 H만의 재미난 애로사항이다. 이후 각자 벽으로 가서 물구나무서기를 혼자 스무 번 정도 하고 내려와 아쉬탕가 시퀀스로 들어갔다.


패럴렛바와 친해지지 않아서 그런지 물구나무서기할 때 나는 바가 없는 상태가 더 쉽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바가 주는 많은 도움을 생각하면 바랑 친해질 필요가 있다. 스탠딩에서 웃티타하스타파당구쉬타사나를 할 때 균형이 잡히지 않고 몹시 휘청거려 선생님이 와서 잡고 진정시켜 주셨다. 오늘은 전반적으로 다리에 힘이 없었다. 바로 서보려고 하는데 선생님 손이 떠나자마자 다시 바로 휘청거렸다. 그 상황이 뭐가 그렇게 웃겼는지 계속 웃음이 새어 나왔다. 방금까지 몰입해서 잘 해놓고 이 순서에서는 유독 취한 사람처럼 휘청거리며 무슨 버튼이라도 눌려진 듯 오두방정을 떨었다.


우르드바다누라사나를 하다가 뒤집어진 상태에서 뒤편 시야에 들어오는 유리창에 희미하게 비친 내 모습을 보니 상하체가 비틀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내 시선이 정면이니 유리에 비친 모습에서 다리가 안 보여야 정상인데 한쪽 다리가 옆으로 삐져나온 게 보이는 것이다. 틀어진 상하체를 바로 놓아 보려고 발 위치를 꼼지락거리며 조정해 봤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유체이탈을 해서라도 내 모습을 나도 옆에서 구경하고 싶다.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이 계속 잔상으로 남는다. 열심히 하는 자의 비틀어진 정렬. 비틀어진 상태로 열심히도 하는 그는 어딘가 우스꽝스럽고 기괴하다. 한심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마치고 선생님과 스튜디오 안에 새롭게 등장한 모니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요가와 자유에 대한 주제로 스몰토크를 주고받았다.


자유라니. 오늘은 자유를 논할 처지가 맞는가.


비틀어진 내 모습이 잔상에 남았다.

비틀어진 내 모습이 잔상에 남았다.

비틀어진 내 모습. 잔상. 남겨짐.

비틀어짐. 나. 모습. 잔상.

무엇을 남길 것인가는 지금부터 선택사항이다. 오늘은 이 이상한 기분이 쉽게 지워지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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