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uve bin Jan 22. 2021

품을 공간이 있다는 것

언젠가 친구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내가 힘들어하는 거 알면서 자기 취뽀했다고 연락이 오더라고. 너무 짜증 났어.”

“내가 최종 합격했는지 물어보더라고. 그런건 안물어보는 게 정상 아니야?”


비록 이 말에 동의하지 못하더라도,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한참 예민해져 있는데 남의 따뜻함이나 진심을 알아줄 공간이 없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


대학원 진학이라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도, 차마 이 소식을 전하지 못한 친구들이 있다. 내가 자랑하는 거라고 생각할까 봐, 눈치 없다고 생각할까 봐 차마 ‘합격’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못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바로 얘기를 하는 게 어쩌면 예의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도, 이런 소식을 전하기 망설여지는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뭘 해도 안 되는 것 같을 때, 마음이 힘들 때 내가 괴로웠던 부분은 진정 어린 축하를 하지 못하겠던 나 자신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잘되는 것보다 내 친구가 잘 되는 것이 좋고, 그 친구가 원하는 바를 이룬 모습이 좋고, 행복해하는 친구를 보는 것이 나도 행복해야 하는 건데 나는 왜 진심으로 기뻐하지 못하지?라는 생각에 자책했다. 다가오면 삼키기라도 할 듯한 열등감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다.


최근 친한 친구가 소위 ‘메이저’ 방송사 최종 합격이 됐다는 소식이 들었다. 옆에서 얼마나 고생을 해왔는지 지켜봤기에 진심으로 축하했고 너무 기뻤다.


이제는 나도 누군가를 품을 공간이 생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렇게 원하던 것을 친구가 이룬 것을 보고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는 것을 보면.


다음 차례는 내 주변 사람들이 무언가를 품을 공간이 생길 수 있게 옆에서 묵묵하게 도와주는 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설렘의 부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