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비행기에게 나의 고향을 묻는다

전쟁이 빼앗아간 아이들의 목소리 (난민 아이의 상실)

by 유다람
"폭탄이 멈춘 날, 나는 이름을 잊었다."

우리는 과연 안전한가?

현재 국제적으로 많은 심각성을 알려주고 있는 전쟁은 비단 그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뉴스를 보고 느끼고 그들의 마음을 같이 느껴주는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금 대한민국도 분단국가로서 언제 전쟁이 날지도 모르는 불안감에서 살고 있다. 전쟁은 사람이 만든 사회의 악이면서도, 여성, 남성, 아이 할 것 없이 모든 인간에게 주어지는 존엄성을 파괴하고, 인생을 처참하게 만든다.

과연 우리에게는 아무런 피해가 없는 것인가?

대한민국에서 아주 먼 나라의 이야기인 것일까?

나는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오늘 강조하기 위해 난민 아동의 상실에 대해 글을 써보려 한다.


난민, 그들은 누구인가?

난민(Refugee)은 전쟁, 박해, 종교나 인종 차별, 정치적인 억압, 폭력 등의 이유로 자신이 살던 나라를 떠나야만 했고, 다른 나라에 "보호를 요청하며 피신한 사람"을 말한다.

국제법에서는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정치적 의견 등으로 인해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어 본국을 떠나고, 그 나라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사람"

난민 아동이 잃는 것들

난민 아동은 보통 아래와 같은 것들을 '상실'한다.

•가정- 부모나 가족을 잃고 혼자 모든 것을 해야 하는 위기에 처한다

•고향- 자기 집, 동네, 친구, 익숙한 삶의 환경을 떠나야 한다

•언어와 문화- 자신이 속했던 언어와 문화에서 단절된다

•정체성-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흔들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안전과 일상- 폭력과 불안 속에서 살아가야 하기에 '일상'이라는 개념 자체가 붕괴된다


지금, 세계는 어떤 상황인가?

현재 전쟁 중인 주요 국가들

1. 가자 전쟁 (Israel–Gaza War)

2023년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시작된 분쟁으로, 지금까지 59,000명 이상 사망, 수백만 명이 강제 이주되었다. 여성과 아동 피해가 특히 심각하며, 식량 위기와 의료 붕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7월 21일 기준, 50,000~80,000명 규모의 인구가 식수·식량 부족 상황 속에서 강제 대피했다.

2. 우크라이나 전쟁 (Russia–Ukraine War)

2022년 시작되어 현재까지 지속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으로, 유럽 내 민주주의 및 지정학적 안보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3. 미얀마 내전 (Myanmar Civil War)

2021년 군사 쿠데타 이후 발생한 내전. 여러 반군 조직과 군부가 전국 곳곳에서 충돌하며 약 1.6백만 이상의 국내 실향민, 수많은 민간인 피해가 보고되고 있다.

4. 수단 내전 (Sudanese Civil War)

2023년 발발하여 현재까지 지속 중이며, 수백만 명이 국내 이재민이 되었고 약 522,000명의 유아가 기근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 외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캄보디아-태국 국경분쟁 등]


한 아이의 이야기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분쟁이 계속되는 가자지구. 그곳은 이미 수많은 아이들의 꿈과 목소리가 잿더미로 묻힌 땅이 되었다.

엄마가 사라진 날, 그 아이는 자는 척을 하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이의 이불을 덮어주던 손이었는데, 그 손의 온기가 채 식기도 전에 창문이 흔들렸고, 벽이 무너졌으며, 그 아이는 눈을 감은 채로 모든 것을 잃었다.

그날 이후, 아무도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 이름표가 달린 가방은 먼지 속에 사라졌고, 아이를 안아주던 사람들의 향기마저 공기 속에서 지워졌다.


아이에게 고향이란

가자에서 태어났다는 건, 태어나는 순간부터 모든 것을 잃을 준비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학교보다 먼저 피난 가방을 싸는 법을 배워야 하고, 노래보다 먼저 사이렌 소리를 외워야 한다. 아이는 더 이상 아이일 수 없고, 울음도 이내 조용해져야만 한다.

어떤 날은, 누나의 신발 한 짝을 끌어안고 혼자 밥을 먹는다. 누나는 그 신발을 신고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

아이는 물어본다.

'왜 우리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무너지는 건 늘 우리 집일까?'

'왜 세상은 우리를 보지 않을까?'

'나는 무엇을 잘못했기에 매일 죄인이 되는 걸까?'

밤마다 아이는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름을 조용히 불러본다. 혹시 그 소리가 바람을 타고 하늘에 닿을까 봐. 그렇게 아이도 모르게 무너진 것들 속에서 내 마음 한쪽을 꿰매는 법을 배워간다. 이름 없는 나도 언젠가 누군가의 기억 속에 따뜻한 아이로 남고 싶어서.


혼자가 된 아이의 길

아이는 그렇게 엄마와 누나, 그리고 친척들을 잃고서 머나먼 길을 떠난다. 자신이 왜 떠나야 하는지도 모른 채...

스스로에게 물어보지만 답을 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목이 마르고, 배가 고프고, 엄마 품처럼 따뜻한 집도 없다.

이제는 혼자서 스스로를 챙겨야 하고, 자신이 던진 질문 속에서 스스로가 답해야 한다.

난민을 적극적으로 받아주며 도와주는 나라도 있지만 이 아이에게는 그것조차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갑갑하기만 하다.

'지금 이 아이의 나라가 이렇게 지옥 같다는 것을 다른 나라 아이들도 아는 걸까?'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 이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밥과 물일 테니 말이다.

영원히 잃어버린 것들

어쩌면 평생 "고향"이라는 곳에 돌아오지도 못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부모님과 누나를 영원히 찾을 수도 없을 것이다.

무서운 어른들이 만든 이 지독한 전쟁은 많은 아이들의 미래와 꿈을 물어보지도 않은 채 빼앗아 갔다. 또한 전쟁으로 남은 트라우마는 평생 기억한 채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

앙상하게 뼈만 남겨진 그 몸을 보며, 머나먼 기억 속에 추억으로 남은 가족들의 발자취를 따라가지도 못하고, 눈물 속에 그저 그리움만 남겨둔 채 아이는 그렇게 평생을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내 나라의 문화, 내 나라의 특성, 내 나라의 언어도 마음 편히 쓰지 못한 채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글을 쓰며 나는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전쟁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인가?'

어쩌면 우리가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은 거대한 역사나 정치적 입장이 아니라, 그 속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고통일지 모른다. 특히, 아직 자라지도 못한 채 모든 것을 빼앗긴 아이들의 이야기 말이다.

이 아이들은 이런 고통 속에서도 꿈을 꿀 것이고, 하루하루 자랄 것이다.

우리가 하는 것이 외면이라면 언젠가 우리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외면을 당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한다면 언젠가 우리에게 위와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기꺼이 도움으로 돌아올 것이다.


난민 아동을 돕는 7가지 방법


1. 안전한 피난처 제공

가장 시급한 건 물리적 안전이다. 임시보호소나 정착촌의 위생, 의료, 보호 시스템 강화가 필요하며, 특히 성폭력, 학대 등 2차 피해로부터 보호할 아동 전용 공간 마련이 중요하다. 대한민국도 어느 정도의 공간을 난민 아동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지원 거처를 마련해 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2. 지속 가능한 교육 기회 보장

많은 난민 아동이 학교를 다니지 못하거나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게 되므로 UNHCR, UNICEF 등은 난민 캠프 내에 임시학교나 모바일 교육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언어 지원, 교사 양성, 교과서 제공 등 기초 학습권 보장이 시급하다.

3. 심리적·정서적 치유 프로그램

난민 아동은 전쟁과 폭력, 상실의 경험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겪는 경우가 많다. 예술 치료, 놀이 치료, 상담 프로그램 등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회복하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본다. '아동 친화 공간(CFS)' 같은 보호 프로그램이 세계 곳곳에 확산 중이다.

4. 가족 재결합 지원

이산가족이 된 아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재회입니다. 부모나 형제자매, 친척과 다시 연결해 주는 패밀리 트레이싱(Family Tracing) 제도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닌, 아이들에게 희망을 돌려주는 생명줄과 같습니다. 적십자와 UN이 운영하는 이 제도를 통해 실종된 가족을 찾고 연락할 수 있도록 돕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아이들이 홀로 남겨진 채 기다리고 있습니다.

5. 지역사회와의 통합 - 진정한 '함께 살기'를 위하여

난민을 단지 '외부인'이 아니라 지역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정책이야말로 진정한 해결책입니다. 현지 학교 통합교육, 의료서비스 공유, 언어교육을 통해 차별 없이 지역에서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이는 일방적인 시혜가 아닌, 서로 배우고 성장하는 상호작용의 과정입니다.

6. 정책과 법률적 보호망 구축

난민 아동도 무엇보다 '아동'입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UNCRC)에 따라 국적과 관계없이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합니다. 각국 정부는 이를 국내법으로 반영해 난민 아동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호해야 하며, 이는 선택이 아닌 의무입니다.

7. 국제 기부 및 시민 참여의 확대

유니세프, 세이브 더칠드런, 월드비전 등 국제기구들이 난민 아동 지원을 위한 기금 모금과 후원 캠페인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실천입니다. 정기후원, 자원봉사, 정보 공유 등을 통해 지속적인 지지 세력이 될 수 있습니다.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관심을 갖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우리가 마주해야 할 현실적 고민들


난민은 자의로 떠난 사람이 아니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입니다.

대한민국이 '인권'을 중시하는 나라라면, 이제는 인권의 경계선 밖에 있는 사람들도 품을 준비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난민을 받아들이는 일에는 따뜻한 연대와 공존의 정신이 필요한 동시에, 현실적으로는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함께 따라옵니다.

첫째, 경제적 부담에 대한 우려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경제적 부담입니다. 난민을 수용하면 국가 차원에서 초기 정착을 위한 주거, 생계, 의료, 교육 등 다양한 복지 지원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만큼 예산이 소요되고, 때론 일부 국민들이 "우리도 살기 힘든데 왜 외국인을 도와야 하느냐"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둘째, 일자리 경쟁 문제

특히 단순 노동 분야에서 자국민과의 고용 경쟁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난민이 비정규직이나 저임금 노동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아, 이와 관련된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셋째, 문화적·종교적 갈등

난민의 상당수가 이슬람권 국가 출신이다 보니, 언어뿐만 아니라 식생활, 복장, 종교 관습 등에서 우리 사회와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합니다. 이질감은 때로 마찰을 낳고, 일부에서는 극단주의나 테러에 대한 과도한 불안까지 연결되기도 합니다.

넷째, '가짜 난민' 문제

국제적으로도 난민 심사 과정에서 제도를 악용하려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이 존재합니다.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인지 판단하기가 어렵고, 심사 절차를 악용한 사례들이 회자되면서 전체 난민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다섯째, 사회 통합의 어려움

언어, 문화, 교육, 신분 등에서 차이가 크다 보니 정착 과정에서 사회적 고립이나 소외가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이나 수용시설 설치 반대 등도 이런 맥락에서 발생합니다.

이 모든 이유는 단순한 반대의 명분이라기보다는, 공존을 위한 더 많은 준비와 이해가 필요하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결국 중요한 건 '받을 것이냐, 말 것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우리의 성숙한 대답입니다.


난민 수용, 우리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연대'는 무엇일까?

난민 수용에 대한 우려는 분명 현실적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반대나 배척만이 답은 아닙니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 사회가 준비하고 고민해야 할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1. 초기 정착을 위한 공공-민간 협력 확대

정부 예산만으로는 난민 지원에 한계가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민간단체, 종교단체, 지역 커뮤니티가 함께 협력하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일방적인 수용이 아니라, 지역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델'을 만드는 일. 실질적인 삶의 기반을 제공해 주는 연대의 손길이 절실합니다.

2. 일자리 교육과 언어 교육 지원 강화

단순 노동에만 머물지 않도록, 직업훈련과 언어교육, 기초생활교육 등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는 자국민과의 일자리 갈등을 줄이고, 이주민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일입니다. 교육은 통합의 시작이자, 사회적 불안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3. 문화 다양성에 대한 사회 교육과 인식 개선

갈등의 대부분은 '모름'에서 시작됩니다. 이슬람 문화에 대한 오해, 종교에 대한 편견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할 때 커집니다. 미디어나 학교교육, 지역 프로그램 등을 통해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나와 다른 삶이 틀린 삶이 아님을 배우는 것, 그것이 공존의 시작입니다.

4. 엄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심사 시스템 마련

'가짜 난민'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는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 과정이 필요합니다. 난민의 진정성을 면밀하게 검토하되, 이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균형을 지켜야 합니다. 심사의 객관성과 신뢰성이 보장되어야만 사회적 신뢰도 또한 높아질 수 있습니다.

5. 지역 공동체와의 연결, '함께 살아가는 경험'

단순히 제도 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난민이 지역사회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합니다. 마을 행사를 함께하고, 주민들과 정기적으로 소통하며, 일상의 언어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갈등보다 이해가 먼저 자라날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사는가'를 배워야 합니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진실

결국 이 모든 해답은 한 문장으로 수렴됩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라는 가장 단순한 진실을 잊지 않는 것.

우리는 늘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고, 또 누군가의 온기에 기대 살아왔습니다. 그러니 이제, 우리 사회도 조금씩 '도움을 주는 쪽'으로 나아갈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도 분단국가라는 사실을...

전쟁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난민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 또한 없습니다. 우리의 미래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지금 이 순간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하지 않을까요?

종이비행기에 담긴 그 아이의 질문에, 우리는 어떤 답을 적어 날려 보낼 수 있을까요?

"너의 고향은 이제 우리의 마음속에도 있단다. 너는 혼자가 아니야."

그렇게 답해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한 과제입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아이들이 폭탄 소리에 잠을 깨고, 엄마를 찾으며 울고 있을 것입니다. 그 아이들의 눈물이 마를 때까지, 우리의 관심과 사랑도 마르지 않기를 바랍니다.

종이비행기 한 장에 담긴 질문이 이렇게 긴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할 이야기는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사라져 간 수많은 아이들의 이름들, 그들이 꾸었던 꿈들, 다시는 들을 수 없게 된 웃음소리들까지 말입니다.

우리는 왜 이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말할지도 모릅니다. "너무 무겁고 슬픈 이야기 아니냐", "우리 일상과는 너무 멀리 떨어진 일 아니냐"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확신합니다. 이런 이야기야말로 우리가 가장 많이, 가장 자주, 가장 진지하게 해야 할 이야기라는 것을.

왜냐하면 고통은 국경을 모르고, 슬픔은 언어를 가리지 않으며, 사랑은 인종과 종교를 초월하기 때문입니다. 가자의 그 아이가 흘리는 눈물과 대한민국 어느 아이가 흘리는 눈물의 무게는 똑같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부모를 잃은 아이의 고통과 우리나라에서 가족을 잃은 아이의 상처는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외면할 때, 무엇을 잃게 될까요?

무관심은 또 다른 폭력입니다. 우리가 고개를 돌릴 때마다, 그 아이들은 조금씩 더 세상으로부터 잊혀갑니다. 이름도, 꿈도, 존재 자체도 지워져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무감각해진 우리 자신도 조금씩 인간성을 잃어갑니다.

반대로 우리가 관심을 가질 때, 우리는 더 완전한 인간이 됩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내 것처럼 느낄 수 있는 마음, 멀리 있는 아이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이야말로 우리를 단순한 생물학적 존재가 아닌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요?

작은 실천들이 만들어내는 큰 변화

"내가 뭘 할 수 있겠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세상을 바꾼 것은 늘 작은 실천들의 모음이었습니다.

한 달에 만 원씩 후원하는 것, SNS에 관련 소식을 공유하는 것, 주변 사람들과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것, 난민 아동을 위한 모금 행사에 참여하는 것,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과 친구가 되어주는 것... 이 모든 것들이 작아 보일지 모르지만, 바로 그런 작은 손길들이 모여 한 아이의 인생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이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입니다. 잊혀가는 이들의 이름을 부르는 것,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 무관심한 세상에 작은 균열을 내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입니다.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이 나와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큰 착각에 빠지는 것입니다. 세계화된 시대에 우리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실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적으로 말입니다.

가자의 한 아이가 교육을 받지 못하면, 그것은 인류 전체의 손실입니다. 우크라이나의 한 아이가 꿈을 포기하게 되면, 그것은 우리 모두의 미래가 조금씩 어두워지는 것입니다. 반대로 한 명의 난민 아동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면,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희망이 됩니다.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세상

지금 우리가 하는 선택들이 10년, 20년 후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만들어갑니다. 우리가 지금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면, 우리 아이들도 어려움에 처했을 때 외면당하는 세상에서 살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다른 이의 고통에 마음을 열고,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면, 우리 아이들은 서로 돕고 사랑하는 세상에서 자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심는 것이 씨앗이 되어, 다음 세대가 그 열매를 맛보게 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그 아이에게

가자 어딘가에서, 우크라이나 어딘가에서, 세상 어느 곳에서 이 글을 읽고 있을지도 모를 그 아이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너의 고통이 헛되지 않았다고, 너의 눈물이 바닥에 떨어져 사라지지 않았다고, 세상 반대편에서 너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너의 이름을 기억하고, 너의 꿈을 응원하고, 너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너도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나기를, 받은 사랑을 다시 나누어줄 수 있는 마음으로 자라나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약속

이 글을 읽은 모든 분들과 함께 약속하고 싶습니다.

잊지 않겠다고. 외면하지 않겠다고. 작은 것이라도 실천하겠다고. 그리고 이 이야기를 계속 전하겠다고.

종이비행기에 담긴 그 아이의 질문에, 우리 모두가 함께 답해주겠다고.

"너의 고향은 이제 우리 마음속에도 있단다. 너는 혼자가 아니야. 우리가 함께 있어."

그렇게 답해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하고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 봅시다. 그것만이 이 잔혹한 세상을 조금씩이나마 따뜻하게 만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요. 그리고 그 따뜻함이 모여, 언젠가는 모든 아이들이 안전하게 꿈을 키울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이 긴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마음에 작은 씨앗 하나라도 심어졌다면, 이 글은 이미 그 역할을 다한 것입니다.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06화없어지지 않는 끝없는 상처, 여성 할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