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취 속에 감춰진 살인의 공장
닫힌 문 뒤의 소름 끼치는 '바통 터치'
"걱정 마세요. 제가 책임지고 예쁘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유명한 성형외과 대표 원장의 따뜻한 미소,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 환자는 그 신뢰 하나를 믿고 차가운 수술대에 눕는다. 혈관을 타고 마취약이 퍼지면, 의식은 흐릿해지고 환자는 깊은 잠에 빠져든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쇼'는 끝난다.
환자의 눈이 감기자마자, 방금까지 손을 잡아주던 대표 원장은 수술복을 벗고 룸을 나간다. 그리고 뒷문으로 누군가 슬그머니 들어온다. 갓 면허를 딴 초보 의사,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치과의사나 이비인후과 의사, 심지어는 의사 면허조차 없는 의료기기 영업사원이다.
마취된 환자는 고깃덩어리처럼 그들의 '실습 대상'이 된다. 이것은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성형 공화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 강남 한복판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 '유령 대리 수술(Ghost Surgery)'의 실체다.
오늘의 감정비망록은 환자의 간절함을 돈으로 환산하여 난도질하는, 수술실이라는 밀실 속 '투명한 살인마'들에 대한 고발이다.
'섀도우 닥터'. 말 그대로 그림자처럼 숨어서 수술하는 의사를 뜻한다. 환자는 A라는 스타 의사에게 수술받기로 계약하고 마취되었지만, 실제 칼을 잡는 것은 B라는 유령 의사다.
이것은 명백한 '의료 사기'이자, 신체에 칼을 대는 '상해죄'이며, 환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신체 침해'다.
그렇다면 왜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가? 답은 간단하다. 오로지 '돈' 때문이다.
이른바 '공장식 성형외과'들은 스타 의사를 내세워 환자를 모은다. 하지만 스타 의사의 몸은 하나다. 하루에 그가 제대로 집도할 수 있는 수술은 기껏해야 2~3건. 하지만 병원의 수익을 극대화하려면 하루에 10건, 20건을 수술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분신술'을 쓴다. 상담은 스타 의사가 하고, 수술은 싼값에 고용한 페이닥터(월급 의사)들에게 맡기는 것이다. 마취된 환자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점을 악용한 가장 비열한 자본주의의 민낯이다.
이 시스템 하에서 수술실은 병원이 아니라 '공장'이 된다. 환자는 컨베이어 벨트 위의 부품처럼 취급된다.
마취가 된 환자가 누워 있는 수술실 1번 방, 2번 방, 3번 방... 스타 원장은 각 방을 돌며 메스로 절개만 해놓고(이른바 '디자인'이라 부른다) 사라진다. 그러면 대기하고 있던 유령 의사들이 우르르 들어가 나머지 수술을 이어받는다. 뼈를 깎고, 지혈하고, 봉합하는 가장 중요하고 위험한 과정이 숙련되지 않은 유령의 손에 맡겨진다.
이 과정에서 감염 관리는 무시되고, 환자의 바이탈(생체 신호)은 뒷전이 된다. 수술 시간이 길어지고 출혈량이 늘어나도, 유령 의사들은 기계적으로 할당량을 채우기에 급급하다. "빨리 끝내고 다음 방으로 가야 해."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환자의 생명이 아니라 '회전율'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이 탐욕스러운 유령 놀음이 얼마나 끔찍한 비극을 낳았는지를. 2016년, 꽃다운 스물다섯 살 대학생 故 권대희 군의 죽음은 대한민국 의료계의 추악한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안면 윤곽 수술을 받으러 들어간 권 군. 상담했던 원장은 뼈만 깎고 나갔고, 처음 보는 신입 의사가 들어와 수술을 이어받았다. 그마저도 퇴근 시간이 되자 나가버렸고, 수술실에는 간호조무사만 남았다.
권 군은 과다 출혈로 피를 3,500cc나 흘리고 있었다. 성인 남성 혈액의 70%가 빠져나가는 동안, 의료진은 수혈은커녕 지혈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CCTV에 찍힌 장면은 충격 그 자체였다. 간호조무사는 권 군이 죽어가는 옆에서 화장을 고치고 휴대전화를 만졌으며, 바닥에 흥건한 피를 대걸레로 묵묵히 닦아냈다.
생명이 꺼져가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그들은 '119 신고'를 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유령 수술이 들통날까 봐, 그 골든타임을 은폐와 조작으로 날려버린 것이다. 결국 권 군은 뇌사 상태에 빠져 49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이것은 의료 사고가 아니다. 이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다.
권대희 사건 이후, 일명 '권대희법(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이 통과되었지만, 유령 수술은 여전히 암암리에 자행되고 있다. 왜일까?
첫째, 처벌이 너무 가볍다.
사람이 죽어도, 대리 수술이 적발되어도 병원이 문을 닫는 일은 드물다. 벌금형이나 짧은 영업 정지로 끝나고, 이름만 바꿔서 다시 개업하면 그만이다. 의사 면허는 '철밥통'이라 살인을 저질러도 좀처럼 취소되지 않는다. "걸려도 벌금 내면 그만이고, 안 걸리면 수십억을 번다"는 계산이 그들을 괴물로 만든다.
둘째, 내부 고발이 어렵다.
수술실은 철저히 폐쇄된 공간이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의료진만이 안다. 하지만 그들은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한다. 간호사나 페이닥터가 이를 고발하면 업계에서 매장당하기 때문에, 양심을 팔고 범죄에 가담한다.
셋째, CCTV의 사각지대.
법이 생겼지만, 여전히 예외 조항이 많고 환자가 강력하게 요구하지 않으면 찍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영상을 찍어도 중요 부위를 가리거나 해상도를 낮춰 증거 능력을 떨어뜨리는 꼼수를 부리기도 한다.
이제 환자는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서글픈 현실에 놓였다. 성형수술을 고민하고 있다면, 다음의 사항들을 반드시, 집요하게 확인해야 한다.
1. '공장'을 피하라.
병원이 지나치게 크고, 상담 실장과 의사가 분업화되어 있으며, 파격적인 할인을 미끼로 환자를 대량으로 모집하는 곳은 의심해야 한다. "오늘 예약하면 50% 할인"이라는 말은, 당신을 '오늘의 물량'으로 처리하겠다는 뜻일 수 있다.
2. 집도의의 스케줄을 확인하라.
유명 원장의 수술 스케줄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꽉 차 있다면, 물리적으로 그가 모든 수술을 집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상담할 때 물어봐라. "원장님 하루에 몇 건 하세요?"
3. CCTV 촬영을 요구하고, '전 과정' 공개를 확약받아라.
"수술실 CCTV 촬영에 동의합니다"라는 서류에 사인만 하지 말고, "수술 전 과정이 녹화되지 않거나, 문제 발생 시 원본을 제공하지 않으면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는 특약을 요구해라. 떳떳한 의사라면 거절할 이유가 없다.
4. 마취 전까지 의사를 확인하라.
수술대에 눕기 직전, 집도의가 들어오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선생님이 끝까지 해주시는 거 맞죠?"라고 육성으로 녹음하거나 물어봐라. 당신의 생명을 담보로 한 확인이다.
메스는 흉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의사(Doctor)의 어원은 '가르치다(Docere)'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헌신짝처럼 버린 그 유령 의사들에게, 메스는 사람을 살리는 도구가 아니라 돈을 긁어모으는 갈퀴이자, 사람을 해치는 흉기일 뿐이다.
수술실은 신성한 공간이어야 한다. 한 인간이 자신의 생명을 완전히 타인에게 맡기는, 가장 취약하고도 믿음이 필요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 믿음을 배신하고 환자를 기만하는 행위는 영혼을 살해하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는 분노해야 한다. 故 권대희 군의 어머니가 차가운 법원 바닥에서 피켓을 들고 외쳤던 그 절규를 잊지 말아야 한다.
"내 아들은 수술받다 죽은 게 아니라, 사기당해 죽었습니다."
더 이상 수술실이 유령들이 춤추는 죽음의 공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당신의 얼굴이, 당신의 가족이, 돈벌이 수단으로 난도질당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이 불편한 진실을 끝까지 감시하고 요구해야 한다.
"내 수술대에 섀도우 닥터는 출입 금지입니다."
마취 가스 냄새가 퍼지고 의식이 끊어지는 그 순간,
우리가 마지막으로 믿을 수 있는 것은 내 눈앞에 서 있는 의사의 양심뿐입니다.
하지만 그 양심이 자본에 팔려나갔을 때, 그 대가는 너무나 참혹했습니다.
故 권대희 님을 비롯하여 유령 수술로 인해 억울하게 희생된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이 글이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는 작은 경종이 되기를, 그리고 의사 가운 뒤에 숨은 유령들이
더 이상 설 곳이 없는 세상이 오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생명은 그 어떤 병원의 매출보다 존엄합니다.
Written By Yooda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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