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다른 빛으로 피는 중입니다 "

중년의 문턱에서

by 유인숙

산모퉁이를 돌아

한 고개, 두 고개 넘다 보니

어느새 인생의 중턱에 서 있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참 멀리도 걸어왔습니다.


땀 한 줌 훔쳐내고,

잠시 낮잠처럼 쉬었다 일어났을 뿐인데

시간은 저만치 앞서가 있네요.

꽃 같던 나의 청춘은

언제 이 길 위에 두고 온 걸까요.

어디 가면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괜히 허공을 한번 더 바라보게 됩니다.


지나온 시간과 함께

젊음도 함께 사라진 것만 같아

문득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생각해 보면

한때 나도 참 귀한 ‘인꽃’이었습니다.

세상 그 어떤 꽃과도 견줄 수 없을 만큼

소중하고 반짝이던 존재였지요.

웃음 한 번에 주변이 환해지고,

말 한마디에 누군가의 하루가 달라지던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중년의 문턱에 선 어느 날,

다시 거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예전처럼 싱그럽게 피어 있지는 않지만

세월이 그려 넣은 잔잔한 주름 사이로

삶의 여유가 스며 있고,

조급함 대신 편안함이 머물러 있습니다.


감사함을 배운 얼굴,

조금은 단단해진 마음,

쉽게 흔들리지 않는 숨결.

청춘의 꽃은 지나갔을지 몰라도

지금의 나는 또 다른 빛깔의 인꽃으로

조용히 피어 있습니다.


아마도 중년이란,

시들어가는 시간이 아니라

다르게 피어나는 시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유인숙#크니크니어린이집 #브런치스토리#난나를버리지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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