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우리 아이가 가질 미래의 직업은?

우리 아이가 가질 미래의 직업은 과연 남아 있을까요?

by 유인숙

연일 뉴스에서는 AI의 발전으로 사라질 직업 리스트가 쏟아집니다.

전문직부터 예술 영역까지 AI가 침투했다는 소식에 부모님들의 고민은 깊어만 가지요. “우리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먹고살 수 있는 직업이 남아 있기는 할까?”, “지금부터 어떤 기술을 가르쳐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부모로서 아이의 앞날을 걱정하는 그 간절한 마음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26년 동안 수천 명의 아이를 돌보고, 직접 두 아들을 키워낸 선배 엄마로서 저는 오늘 조금 부끄럽지만 솔직한 제 경험담을 들려드리려 합니다.


제 큰아들은 유아기 시절, 잠시도 엉덩이를 붙이지 않는 그야말로 ‘발바리’였습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아이를 보며, 엄마인 제 마음은 늘 불안하고 조급했지요. '제발 좀 차분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아이를 앉혀두기 위해 피아노도 가르치고 바둑 학원도 보냈습니다. 차분히 앉아서 집중하는 시간을 만들어주려 1:1 과외까지 붙여가며 정성을 쏟았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아이는 전혀 행복해하지 않았고, 저는 저대로 돈과 시간만 낭비했다는 자괴감에 빠졌습니다. 엄마가 억지로 앉혀두려 했던 아이는 결국 제 손을 뿌리치고 축구공을 들고 운동장으로 뛰어 나갔습니다. 하루 종일 운동장을 누비며 땀 흘리는 것을 가장 즐거워하던 아이는 결국 축구 선수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성인이 되어 어느 정도 선수 생활을 거친 뒤, 아이는 스스로의 선택으로 그 길을 내려놓더군요.

그 과정을 지켜보며 저 역시 수많은 후회와 복잡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곁에서 묵묵히 지켜봐 줍니다. "그래, 뭐라도 하면서 살아가겠지"라는 믿음과 함께 말이죠.


자식은 부모의 뜻대로 그려지는 도화지가 아닙니다

옛말에 "세상에서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하나쯤은 있다는 걸 가르쳐주기 위해 하늘이 자식을 선물로 점지한다"라고 했습니다. 제 큰아들이 저에게 가르쳐준 것도 바로 이것입니다. 부모는 아이가 안전하고 탄탄해 보이는 길(직업)로 가길 원하지만, 아이들은 결코 부모가 설계한 도면대로 성장해주지 않습니다. 부모가 원하는 ‘유망 직업’의 틀에 아이를 맞추려 애쓰는 것은, 어쩌면 아이가 가진 고유한 생명력을 억누르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미래의 직업을 미리 예측해 그에 맞는 기술을 주입하는 것은 이제 무의미합니다. 우리가 예측한 10년 뒤는 이미 과거가 되어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어떤 직업을 가질까’가 아니라, ‘어떤 변화 속에서도 스스로를 믿고 나아갈 수 있는 인간다운 힘’을 길러주는 것입니다.

미래에도 살아남는 사람은 직업의 이름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대신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직접 부딪쳐 얻은 경험’을 가진 사람이 끝까지 살아남지 않을까요?


제 아들이 운동장에서 흘린 땀방울, 승리의 환희와 패배의 쓰라림, 그리고 스스로 진로를 결정하고 포기해본 그 단단한 경험들은 어떤 AI 데이터로도 대체할 수 없는 아이만의 독보적인 자산이 되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흙을 만지고, 친구와 다투고, 엉뚱한 상상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그 사소한 일상들이 사실은 가장 강력한 미래 준비입니다. 직접 몸으로 부딪쳐 얻은 경험과 감정의 깊이는 AI가 결코 복제할 수 없는 생존의 열쇠가 되니까요.


부모님들께 드리는 옆집 언니의 위로

부모님들, 존재하지도 않는 미래의 직업 리스트를 보며 불안해하는 대신, 오늘 우리 아이가 무엇을 할 때 눈이 반짝이는지 살펴보세요. 설령 그 모습이 부모의 기대와 다르더라도,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고 경험할 기회를 빼앗지 마세요.

현명한 육아는 미래의 직업을 선점해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미래가 와도 아이가 스스로 행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단단한 마음의 근육을 길러주는 것입니다. 오늘 아이가 운동장을 뛰놀며 짓는 그 환한 미소 속에, AI 시대에 가장 필요한 ‘회복탄력성’과 ‘자기주도성’이 자라고 있음을 믿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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