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에서 자동차를 운전할 때 신호등 앞에서 순간적인 선택을 요구받는 경우가 있다. 신호등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색깔을 바꿀 뿐이다. 녀석은 도로의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다. 인공지능을 접목한다고 해도 도로의 상황에 맞추어 시간을 조정할 뿐이지 감정을 가지고 있진 않다. 소방서 앞의 신호등은 임의로 차량을 멈추기도 한다. 갑자기 점멸등이 켜지며 정지 신호가 켜지면 어김없이 소방차가 줄지어 출동한다. 확실히 멈추라는 의미에서 붉은색의 점멸등이 깜박인 후 "당장 멈춰!"라고 말이라도 하듯 붉은 불빛이 강하게 빛을 뿜는다.
붉은색의 신호에서 차량이 멈춰야 한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이 알고 있다. 초록 색의 신호에서는 차량이 지나가도 좋다고 알고 있다. 물론 보행자의 경우엔 보행신호를 봐야 한다. 보행자가 도로의 신호를 보고 횡단한다면 사고를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를 갈등하게 만드는 것은 초록도 아니고 빨강도 아닌 황색 신호이다. 어떤 이는 황색 신호는 곧 붉은 신호로 바뀌니 빠르게 지나가라는 것으로 인식하고, 어떤 이는 황색 신호는 곧 붉은 신호를 바뀌니 미리 멈춰야 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오랜 기간 동안 운전해본 사람은 황색 신호 자체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도로의 상황이나 차량의 흐름에 따라서 지나가야 할 때 멈추면 뒤따라 오는 차량과 추돌할 수도 있다.
우린 멈춰야 할 때와 달려야 할 때로 인해 고민한다.
자동차의 경우에는 순간의 판단 오류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인간관계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지 않을까. 인간관계에도 속도가 존재한다. 빠르게 친해졌다가 빠르게 헤어지는 경우도 있고, 천천히 친해졌다가 빠르게 헤어지는 경우도 있고, 빠르게 친해진 사이가 오랫동안 유지되는 경우도 있고, 천천히 친해졌다가 천천히 헤어지는 경우도 있다. 운전할 때 황색 불을 만났을 때처럼 인간관계에서도 순간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깊이 생각해보면 오래 생각하는 것 같지만 대부분의 판단은 황색 신호를 만났을 때처럼 순식간에 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판단한 후 이유를 늘려나가는 상황을 난 더욱 많이 봐왔다.
매번 초록 색 신호처럼 소통이 가능한 사람은 없다. 인간의 마음에도 초록, 붉은, 황색 신호가 존재한다. 가끔 보는 사람이 전심을 다할 때 우리는 그 사람을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을까. 이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하자. 인간관계에서도 황색 신호를 보내는 경우를 인지한다면 우린 그 신호를 무시하면 안 된다.
서행하며 황색 신호를 지나 적색으로 바뀐 교차로를 지나는 경우와 속도위반을 하며 황색 신호를 지나 적색으로 바뀐 교차로를 지나는 경우는 다르다. 신호 위반만 할 것인지, 신호 위반에 속도위반까지 할 것인지가 달라진다. 한 번에 두 가지의 위반으로 면허 정지를 당하는 경우처럼 인간 관계도 순간의 판단으로 인하여 다시 볼 수 없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벌점이나 벌금을 무는 경우로 끝난다면 오히려 값싸다고 말할 수도 있다. 걷잡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기 마련이다.
소중한 관계라면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매일 밥을 먹듯 잔잔한 사색의 시간도 함께 해야 하지 않을까.
유병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