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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아이가 노인이 된다면

임지형 작가의 <늙은 아이들>을 읽고

by 유병천

"꿈이 뭔가요?"


이런 질문을 하면 실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세상이 꿈을 꾸지 못하게 만들었는데, 무슨 꿈 타령이냐고 말이다. 건물주가 꿈인데, 부동산 가격은 이루지 못할 꿈이 되어버렸다는 식의 이야기도 듣는다. 뛰면서 놀아야 할 시기에 억지로 학원에 다니고 경쟁 속에 살아간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사회와 경제를 바라보는 기준은 어떻게 될까? <늙은 아이들>에는 이렇게 쫓기듯 학원에 다니며 살아가는 아이의 모습이 등장한다. 몸이 아파도 학원에 가지 않으면 엄마에게 잔소리를 들어야 한다. 학원에 다니려면 빨리 나아야 한다고 약을 먹고 자는 주인공 해찬이는 하루 밤 사이에 80대 노인으로 변한다.


엄마는 해찬이에게 이불을 덮어 주고 밖으로 나갔다. 요즘 들어 처음이었다. 해찬이는 눈을 감았다. 비록 몸은 늙었지만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 누워 있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았다.
-p38
<늙은 아이들> 임지형 글, 김완진 그림 (이미지 출처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해찬이의 몸이 늙은 후 마음마저 늙은 것 같은 이유는 무엇일까? 갑자기 늙어버린 아이를 정부의 요원들이 격리시킨다.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서 비밀 시설을 운영하고 늙어버린 아이들에게 약을 먹게 한다. 작품 속에서는 원인이나 해결책을 모르고 하는 행동으로 그려진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이렇게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을까 상상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역시 오늘도 모두 잠들었군. 이번 약이 확실히 효과가 있나 봐. 안 자고 있으면 아주 성가실 텐데."
-p70


그러던 어느 날 머리가 벗어진 노인이 격리 장소로 들어온다. 뭔가 수상한 이 노인은 진짜 노인처럼 행동한다. 잠드는 약을 빼고 먹기 시작한 아이들은 보호소에서 탈출을 계획하고 실행한다. 물론 수상한 노인도 앞장선다. 산속을 지나며 탈출하는 아이들은 비석 치기도 하고, 토끼도 잡아보고, 송이버섯도 따먹으며 활기를 되찾는다. 나중에 수상한 노인은 손자를 대신해서 들어온 진짜 노인이란 것이 밝혀진다. 노인이 없었다면 늙은 아이들은 산속에서 미아가 되었을지 모른다. 경쟁 속에서 학원에만 다니던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이야기하는 대목이다.


"그게 아니라, 저는...... 엄마가 보고 싶지 않았어요. 아니 오히려 편했어요. 오로지 공부만 하라고 했던 엄마가 없으니까 편안해져서 그게...... 그래도 되나 싶어서...... 그게 제일 힘들었어요."
-p177


해찬이의 고백에서 우린 함께 올바른 방향을 다시 찾아야 하지 않을까? 금융자본주의 속에서 치열한 경쟁에 살아남기 위해 아이들의 소중한 유년기가 혹사당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고 해도 뭐라도 시키지 않으면 소중한 아이가 뒤쳐질까 봐 두렵다. 아이를 위하는 마음은 하나인데, 그걸 실천하는 방법은 갈라진다. 부모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갈등의 회오리 안에서 최선의 선택이라고 결정한 사안의 결과에 과연 최선이란 단어를 가져다 쓸 수 있을까.


-유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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