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발이와 두 발이는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요
<새콤, 달콤, 브로콜리>라는 제목을 봤을 땐 음식 이야기일까 상상했다. 첫 장에서 새콤이와 달콤이의 소개가 나와서 고양이와 강아지의 이름이란 걸 알았다. 집에서 인간과 함께 사는 고양이, 개는 애완동물이라는 이름을 거쳐 반려동물이라고 불린다. 집집마다 다양한 이유로 집에 반려동물을 맞이한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것이 즐거운 일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 예뻐해 주려고 반려견에게 다가갔다가 으르렁대는 모습을 보면 당황스럽다. 배변장소가 아닌 이불에 오줌을 싸 놓는 경우도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강아지가 싸 놓은 똥을 밟을 땐 정말 기분이 안 좋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려면 정말 손이 많이 간다.
어떤 가정은 급격하게 경제사정이 나빠져 반려동물을 버리기도 한다. 책 속의 새콤이와 달콤이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버려진다. 버려진 반려동물은 왜 버려졌는지 이유조차 알지 못한다. 버려진 새콤이와 달콤이는 숲 속에서 도깨비를 만나서 기회를 얻지만, 말이 통하지 않아서 기회가 사라진다. 판타지를 통해서 불편한 현실을 해결하려는 시도가 인상적이다.
<새콤 달콤 브로콜리>를 읽으니 10년 넘게 집에서 함께 살다가 작년에 하늘로 떠나보낸 쿤이가 생각난다. 책 속의 달콤이 처럼 공을 좋아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유난히 산을 잘 타던 쿤이라 등산을 할 때마다 생각이 난다. 동물보호법이 강화되고 점점 더 반려견에 대한 책임도 커지는 것 같다. 독자들이 새콤이와 달콤이를 통해서 말이 통하지 않는 작고 힘없는 반려동물에 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마법의 문을 통해서도 닿지 않는 마음들이 지금도 세계를 떠돌고 있을지도 모른다.
-유병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