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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병천 Mar 29. 2018

경제에 관하여(시리즈) 6

몽테뉴 생각 들여다보기 3

미셀 드 몽테뉴,  <수상록>, 1999, 민성사


 몽테뉴는 그렇게 가난한 삶을 살진 않았다. 그래서 돈을 직접 관리하는 것보다 타인에게 맡기는 것을 원한 것 같다. 현실은 그의 바람과 거리가 있었던 것 같지만.


우리의 피를 나눈 아이들의 충실마저 지금은 사라져서 볼 수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을.
-몽테뉴


 나는 나 자신의 무지를 이용 한다. 나는 일부러 나 자신의 돈에 대한 지식을 얼마만큼 애매하게 해 둔다. 어느 정도까지는 내편에서도 수상쩍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을 만족하게 여긴다. 그래도 그들의 불충실 내지는 무분별을 조금은 너그럽게 보아주어야만 한다. 전체적으로 자신의 비용을 충당할 만한 것이 남는다면, 이런 운명의 혜여(惠與), 말하자면 나머지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조금쯤은 그들의 뜻대로 하게 눈감아 주는 것도 좋지 않은가.(p.53)

 몽테뉴는 집에 있으면 모든 차질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말했다. 손님을 접대하는 몽테뉴의 태도는 아래와 같다.


 모든 일은 손님이 눈치채지 않게 행해져야만 한다. 평소의 생활 그대로 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손님들에게 그들을 위해 준비한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변명을 위해서든 자랑하기 위해서든 불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질서와 청결을 좋아한다. 풍부보다는 차라리,

접시나 컵 등에 내 모습이 비칠 만한 것을(호라티우스)

좋아한다. 그러므로 우리 집에서는 오로지 필요한 만큼만을 목표로 하고, 지나치게 꾸미는 짓은 별로 하지 않는다.(p.55)


 몽테뉴가 부(富)를 바라보는 태도는 질서 정연하고, 평화롭고, 번성하는 가정을 영위하는 것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무슨 일이든 간에, 학술이든 자연이든 간에 우리들은 다만 타인과 관계를 맺고 살고 있다는 식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이익보다도 오히려 해를 더 많이 준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것을 희생하여 일반의 의견에 맞추도록 외양을 꾸민다. 우리는 우리의 본질이 우리 자체에게 현실적으로 어떤 것인가는 돌이켜보지 않고, 도리어 그것이 공중(公衆)의 인식에 어떻게 비칠 것인가 하고 걱정한다. 마음의 행복이나 지혜도, 다만 그것을 우리들만 누릴 수 있게 된다면, 즉 남의 눈에 띄지도 않고 칭찬을 받지도 못한다면 아무런 효과도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p.55-56)


 몽테뉴는 세상 사람들은 외관만으로 용도와 가치를 판단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세계에선 이러한 현상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부(富)를 둘러싼 자질구레한 배려는 언제나 구두쇠 냄새를 풍긴다. 그것을 분배할 때도 그렇고 베풀어 줄 때도 너무나 꼼꼼하고 인위적이면 역시 인색하게 된다. 비용 지출은 꼼꼼하게 하려고 하면 거북하게 된다. 저축이나 소비 같은 것은 그 자체는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다. 그것이 선악 어느 색채를 띠느냐 하는 것은 우리의 마음 쓰임에 달려있다.(p.56)


 세 편에 걸쳐 몽테뉴의 <수상록> 중 경제애 관한 글을 살펴봤다. 당시의 상황과 환경이 우리의 그것과 다르겠지만, 부(富)를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재산을 가져야 하지만 우리의 행복이 모두 거기에 있는 것처럼 집착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우리는 그 안에서 온전히 자유 독립을 영위할 수 있는, 정말로 자유롭고 정말로 자기 혼자만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안방을 하나 만들어 두어야만 한다. 우리는 거기서 매일 우리와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만 한다. 어떤 교제도 어떤 외부의 교섭도 끼어들지 않을 만큼 내밀한 이야기를 그곳에서 해야만 한다.(p.57)


 요즘 시대야말로 몽테뉴가 말한 안방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 안방은 시대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필요한 소중한 공간(空間)이 아닐까?



유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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