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수상록

기다림과 조바심

-과거가 되어버린 미래

by 유병천


나이가 들어가는 현상 중 또 한 가지는 기다림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어릴 적에는 기다림과 함께 따라오는 단어는 조바심이었다. 모든 배움에 있어서 막상 가르치지는 않지만, 배움 자체에 숨어있는 것은 인내심이다. 배울 때는 몰랐던 것을 나이가 들어가면서 서서히 깨닫는다. 마음을 지키는 일은 인내심과 기다림을 견디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 난 글을 쓰기로 마음 먹은 뒤 10년 정도 기다려왔다.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장구한 시간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전업작가가 아닌 상황에서 다른 일을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썼다. 그렇게 쓰인 글들을 편집하고, 디자인하는 데에 또다시 일 년이 걸렸다. 그리고 첫 번째 디자인 작업이 좌절되어 다시 일 년을 기다렸다. 오랜 시간을 기다린 후에 세상에 나온 작품은 커다란 감흥을 주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더해져서 과거를 만들어내고 있다. 미래를 기다리면서 보내는 현재는 자연스럽게 과거가 되는 것이다. 과거가 될 미래로 조바심 내고 있었던 것이다. 과거가 되어버린 일은 조바심이란 단어와 거리가 멀어진다. 추억이나 후회라는 단어와 친해진다. 이렇게 보면 조바심은 후회와 연결되어 있다. 미래가 과거가 되었을 때 후회하지 않으려고 조바심을 내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행하는 일이 매번 추억이 될 수는 없다.


사람들은 자기에게 보이는 것을 중심으로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다 어느 한순간 멈추고 돌아보니 그렇게 의식 없이 보내버린 시간이 쌓여서 바로 자기 인생이 되었다는 걸 깨닫는다. 그때 그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뭐라고? 나는 좋은 인생이 오기를 바라고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데, 아직 인생다운 인생을 살아보지도 못했는데, 그런데 내가 무턱대고 살아왔던 그것이 바로 내 인생이었다고?
- 마이너리그 (은희경) 53p


추운 겨울에 봄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우리는 그럴듯한 인생을 기다리는 것은 아닌가. 봄은 소리 없이 오면서 간다. 일, 취미, 꿈 그리고 삶 모두 비슷하다. 무엇인가 이루고 싶어 하고, 해내고 싶어 하지만, 지나가고 있는 시간이 모여서 일이 되고, 취미가 되고, 꿈이 되고, 그렇게 삶이 된다.


유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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